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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성공담' 앞에서 홍콩 한인 역사를 되묻다

기사입력 2026.06.09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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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은 여전히 기회의 땅, 그러나 한인 사회는 '움츠림'을 넘어설 때

     

    손정호 편집장

     

    홍콩한인상공회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기념 책자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상공회는 김범수 명예회장을 편집위원장으로 초빙했고, 저를 포함한 실무진을 편집위원으로 위촉하였습니다. 한인 비즈니스맨들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시간은 정말 의미 있고 감동을 주는 시간입니다.

     

    1970년대 세계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아시아의 용()' 홍콩은 동서양이 집중되고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표어로, 홍콩을 아태지역 본부로 낙점하고 전폭적인 노력을 해왔습니다. 70년대 홍콩 한인들은 급변하는 성장 환경 속에서 한인상공회를 출범하여 똘똘 뭉치며 힘을 모았습니다. 그 결과, 홍콩 한인은 겨우 1.5~2만 명에 불과하지만 다른 나라 재외동포들이 부러워할 만한 우리만의 단체, 기관, 학교, 기업, 문화 단체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 한인사회를 가보면 홍콩 한인사회가 얼마나 탄탄한지 알게 됩니다.

     

    1976년부터 2006년까지 기록한 '홍콩한인상공회 30년사' 2006년 발행되었는데, 30년 동안의 한인 비즈니스 역사와 회고, 발자취, 주요 사업들을 잘 정리했었습니다. 이번에 발행되는 50주년 책자는 2006년 이후부터 2026년까지의 20년을 책자와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최근 20년은 우리가 알고 있던 홍콩의 역사 중 가장 역동적이고 변화가 큰 근 현대사일 것 같습니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홍콩 우산 혁명, 광선강 고속철도 개통, 강주아오 대교 개통, 송환법 반대 시위, "국가보안법" 시행, 코로나19 등 커다란 일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홍콩에서 한인들의 비즈니스 분야도 급변하는 시기였습니다. 전통적인 수출 분야였던 무역, 섬유, 장난감, 전자, 가전 등에서 물류, 금융, 한류, 문화, 뷰티, 요식업, 교육 등으로 변화해왔습니다.

     

    예전에는 무역 중심이었기 때문에, '세계의 바이어'를 두고 선의의 경쟁이 펼쳤습니다. 때로는 협동도 하고 노하우도 공유할 정도였습니다. 홍콩에 새로 정착한 뉴페이스들은 먼저 정착하여 자리 잡은 베테랑 선배들에게 배우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배우려고 자신을 낮추었기에 한인들의 모임이 활발하고 단단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세계와 중국은 스스로 문을 활짝 열었고, 중국의 관문이었던 홍콩의 지역 장점이 대폭 줄었습니다. 최근 20년 동안은 현지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필요해졌습니다. '중국과 홍콩 현지 고객'을 두고 경쟁을 하기에 훨씬 더 치열해졌습니다. 우리 한인 사회도 배움의 자세보다는 뺏기지 않으려고 움츠리며 거리를 두는 모양새입니다. 오랜 시간 세계 경제가 저성장으로 지속되고 팬데믹을 겪으면서 더욱 거리가 멀어진 것 같습니다.

     

    특히 요식업계에서는 'BBQ', '치맥', '지역 음식' 등 몇 차례 붐이 지나갔습니다. 많은 분의 성공과 실패담이 우리 곁을 스쳐 갔습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요식업 전문가들이 한국과 해외에서 홍콩으로 투자하여 새로운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기존의 한인들이 해왔던 방법이 아니라, 본인들이 갖고 있는 경영 방법으로 시선을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몇몇은 홍콩의 한식 시장을 단기 투자로 금방 성공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거나, 본인들이 현재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자랑하듯 거침없이 표현하기도 합니다. 성공담 공유가 아니라 새로운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한 목적이 다분해 보입니다. 심지어 한인들을 '영업하기에 불편한 대상'으로 폄훼하고 홍콩 고객에만 집중한다고 하니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홍콩은 그동안 많은 한인과 한상기업들이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며 홍콩 현지 시장을 개척해 왔습니다. 작은 골목부터 홍콩 금융 중심지 센트럴까지 우리 한인들은 여러 사업의 형태로 성장하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성공은 선배들의 실패를 바탕으로 성장한 것은 아닐는지요.

     

    우리는 매년 영사관과 한인회, 상공회는 함께 모여 서로를 격려하며 한인들의 삶을 끈끈하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는 사람이어서, 고향 사람이어서, 같은 한인이어서 서로 힘이 되려고 합니다. 한인들에게 친숙한 아리랑, 서라벌, 신세계식품, 한국국제학교, 수요저널 등은 그렇게 한인들이 오가며 30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홍콩은 여전히 기회의 땅입니다. 누구든 도전할 수 있고 우리 한국인이 새롭게 정착하기를 환영하는 마음입니다. 다만, 우리 한인 사회를 기록하는 입장에서, 한인상공회 50주년의 역사를 기록하는 입장에서 되돌아봅니다. 우리는 미래의 한인 후손들을 위해 어떤 메시지를 남기겠습니까. 미래의 한인들과 함께 웃을 만한 이야기를 오늘 만들고 계십니까. 우리 아이들이 존경할 그런 분들을 더 많이 만나 뵙고 싶습니다. 더 많이 기록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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