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태 작가가 쓴 “어떤 동사의 멸종-사라지는 직업들의 비망록”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대학 졸업 후, 꽃게잡이 배, 양돈장, 주유소, 콜센터, 물류센터 등에서 일하며 경험한 이야기를 적은 책입니다. 불황이라는 출판업계서 출간 1년 만에 7쇄를 찍었습니다. 어이없고, 슬픈 사건이 많이 나오지만 작가 특유의 유머와 맛깔나는 묘사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됩니다. 몰랐던 직업군의 애환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저도 많이 배우고 공감했습니다. 이 책의 내용 중, 종료되지 않은 통화를 통해 작가가 충격을 받았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최근 한국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김해시에서 황새 기념관을 만들고 개장 행사를 했습니다. 행사에는 복원된 황새를 방사하는 순서도 있었습니다. 관계자의 인사말과 축사. 기타 순서가 한 시간 반 넘게 진행되었습니다. 방사를 기다리던 황새는 행사 끝날 때 까지 좁은 우리에 갇혀있었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뜨거운 가을 햇살에 그대로 노출되었습니다. 그늘막 하나 없었던 것이죠. 그 결과 비참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방사하려고 우리를 열었는데, 황새는 우리에서 나오지 못했습니다. 당황한 사육사가 억지로 황새를 우리에서 꺼냈습니다. 하지만...
제 사무실에서는 많은 나무가 보입니다. 울창한 숲을 걸어보려고 입구를 찾아 들어가려 했지만, 천문대 부지라며 출입을 제한합니다. ‘아, 그래서 나무가 울창하구나’ 직접 거닐지는 못해도, 사무실에서 보는 나무가 푸르고 많으니 그것으로 좋았습니다. 하지만 평안이 깨집니다. 지난 주부터 갑자기 사람들이 나무를 베기 시작합니다. 조용했던 곳이 시끄러워지고, 자연 속에 있는 듯한 분위기는 사라졌습니다. 뜨거운 해를 막아주던 나무는 잎이 울창한 가지가 잘리고. 토막 나며 쓰러집니다. 그동안 가려 보이지 않던 건물들이 그대로 드러나보...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문해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문해력 저하로 인한 문제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대화와 소통의 단절입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상대가 이 정도 말은 당연히 알겠지?’라는 전제를 두고 대화합니다. 그런데 상대가 그 말을 모르거나, 의미를 다르게 알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오해와 대화의 단절이 생기겠지요. 문해력 저하가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대화와 단절이 일어나는 여러 현상을 대표하며 문해력 저하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도 최근 인터넷에서 한 사례를 접했습니다. 웹툰 작가...
아이들이 기다리던 날이 왔습니다. 지난 주일, 홍콩우리교회서는 두 번째로 ‘우리마켓’이 열렸습니다. 지난 5월 어린이주일에 처음 했습니다만, 반응이 좋아 하반기에 다시 준비했지요.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장을 봅니다. 어른들은 집에 있는 물건을 가져오기도 하고, 후원을 하기도 합니다. 각종 장난감과 선물이 교회학교 예배장소에 가득 셋팅됩니다. 교회 입구에는 화려한 풍선과 장식, 행사 장소에는 떡꼬치와 어묵, 소떡, 주먹밥 등 각종 먹을거리가 풍부합니다. 모처럼 권사님들이 솜씨를 발휘하여 음식을 준비합니...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가상화폐’라는 개념이 대중에게 알려졌고, 지금은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가상화폐가 만들어지고 유통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처음 만든 인물로 알려진 ‘나카모토 사토시’는 실제로 존재하는지 불확실합니다만, 그가 비트코인을 만들 때 추구했던 목표는 ‘탈중앙화’였습니다. 은행이나 기관이 통제하고 관리하는 기존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만에서 출발하여, 특정 기관이 아닌 모든 사람이 거래 내역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등장한 것이 ‘블록체인’ 기술입니다. 기존에는 거래 내역...
‘케데헌’으로 불리는 K-pop 데몬 헌터스라는 영화가 전세계적으로 화제입니다.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와 시청수, 시청시간 기록을 계속 경신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회수 감소가 일반적인데, 이 영화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습니다. 영화에 수록된 음악도 빌보드 핫100에 진입할 뿐 아니라, 몇 주간 1등을 합니다. 많은 평론가들은 영화와 음악이 동떨어지게 느껴지는 작품이 많은데, 이 영화는 오히려 음악이 영화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핵심이라고 합니다.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노래가 사람들을 사로잡습니다. 함께 ...
우리 일상은 특별한 일 없이 반복되는 평범의 연속입니다. 크고 드라마틱한 사건이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평범함’ 속에 우리 인생이 담겨 있습니다. 한 알의 씨앗이 조용히 뿌리내리고 자라 큰 나무가 되듯, 작은 습관들이 시간이 지나며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하루아침에 무언가를 이루는 일은 없습니다. 만일 하루아침에 무언가가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습관을 가지고 계십니까?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는 거창한 결심보다는 사소한 행동...
우리는 모두 좋은 자리에 앉고 싶어합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이유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 입니다. 내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 합니다. 식당에 가면 어느 자리에 앉을지 살펴봅니다. 좋은 자리를 얻기 위해 예약을 합니다. 커피숍에 갔는데 앉을 자리가 없으면, 테이크 아웃하지 않고 다른 커피숍을 찾아갑니다. 일본에서 살면서 많이 들었던 말이 “이바쇼”(居場所)입니다. “있을 곳”이라는 의미입니다. 만화나 영화 대사를 비롯, 일반적으로도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입니다. 일본인은 왜 이 말을 자주 사...
홍콩우리교회가 있는 침사추이는,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입니다. 여러 나라서 온 관광객을 비롯, 중국에서 쇼핑하기 위해 방문하는 그룹도 있습니다.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해보면, 어떤 사람은 짐 없이 가볍게 다닙니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많은 짐을 들고 다닙니다. 여러 개 캐리어를 끌고 가는데, 모두 터질 듯 가득 짐을 담았습니다. 그 짐을 감당 못해 땀을 뻘뻘 흘리며 가는 사람을 보면 궁금합니다. ‘저 안에 어떤 것이 들어있을까?’ 많은 사람이 여행을 합니다. 그 중 짐을 잘 싸는 사람과 짐을 못 싸는 사람이 있...
저는 홍콩 오기 전, 제주 동쪽에 살았습니다. 성산일출봉이 유명한 곳입니다. 혹시 성산일출봉에 가 보셨나요? 아주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많은 관광객이 성산일출봉을 방문하지만, 의외로 일출봉에 깃든 아픈 역사는 모릅니다. 성산일출봉은 2차대전 때 전쟁을 위한 기지이기도 하였습니다. 일본이 아름다운 성산일출봉을 많이 망가뜨렸습니다. 성산일출봉 입구 앞은 여러 식당이 모여 있습니다. 식당들 골목 사이로 1분 정도 가면 해안선을 따라 걸을 수 있도록 내려가는 계단이 나옵니다, 오래된 계단은 마지막 계단이 없어져 내려가기 불...
한 나라에 가뭄이 심했습니다. 굶어 죽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어려움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더욱 가혹합니다. 아들 한 명과 같이 사는 과부도, 먹을 것이 다 떨어졌습니다. 그나마 남은 곡식을 겨우 모아 음식을 만들어먹은 뒤에는, 굶어 죽을 날을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에게 희망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낯선 남자가 찾아와 이렇게 요구합니다. “내가 지금 목마르고 배고프니, 물과 먹을 것을 주시오” 황당한 요구에, 여인은 대답합니다. “우리도 겨우 한 움큼 가루하고 기름 조금 있는데. 이것으로 음식 만들어 먹으...
‘허블 딥 필드’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허블 망원경이 찍은 유명한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인류의 사고 지평을 넓혀준 아주 충격적인 사진입니다. 1995년 당시 허블 망원경의 책임자였던 로버트 윌리엄스는 엉뚱한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우주공간을 허블 망원경으로 찍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은 발사와 운용에 총 10조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었습니다. 하루 사용료가 10억원 꼴이었습니다. 그런데 관측할 가치가 있는 천체도 아니고, 아무것도 없는 깜깜한 구역을 찍자고...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중,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기 것은 하나도 쓰지 않으려 하고, 조금의 손해도 보지 않으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대로, 타인만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신의 의견은 없습니다. 무조건 타인에게 자신을 맞춥니다. 양쪽 다 건강한 모습은 아닙니다. 그러나 잘 관찰하면, 자신만 생각하는 사람보다는 남에게 자신을 맞추는 사람이 더 많이, 자주 상처받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쪽이십니까? 발타자르 그라시안이라는 사람이 “사람을 얻는 지혜”라는 책을 썼습니다. 그는 1600년...
“내가 본 미래”라는 만화가 화제입니다. ‘타츠키 료’라는 작가가 예지몽을 꾸고 난 뒤 메모했던 내용을 만화로 만들었습니다. 프레디 머큐리의 사망. 다니애나비 사망 등 여러 꿈을 꾸었는데 그대로 이루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이 반박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꿈 꾼 내용을 일기로 남겼기 때문입니다. 기록 날짜가 남아있기 때문에 조작을 할 수 없습니다. 꿈 꾼 일이 몇 년 뒤이긴 하지만 실제로 일어났으므로 믿을만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꿈에 대지진이 일어났는데, 그것이 동일본대지진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2025년 ...
홍콩은 대표적인 경제도시입니다. 은행, 환전소, 가상화폐 거래소 등 다양한 금융기관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으며, 그 앞을 지날 때마다 금융의 흐름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돈은 무엇일까요? 돈의 본질은 ‘믿음’입니다. 금본위제도가 사라진 이후 신용 시스템이 확산되면서, 오늘날 우리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믿음’을 바탕으로 거래하고 있습니다. 은행 대출, 신용카드, 모바일 결제 등 다양한 형태의 신용 시스템은 우리의 일상생활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신용 사회는 ‘믿음’을 기반으로 유지됩니다. 자본주의를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은...
한국 콘텐츠가 넷플릭스를 다시 한번 흔들고 있습니다. 6월 20일 공개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세계 22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습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오랜 시간 악령이 사람들의 영혼을 빼앗아간다는 설정에서 시작합니다. 악령과 싸우는 존재는 무당입니다. 왜 무당일까요? 무당은 굿판을 벌이며 노래와 춤을 추지요. 그들의 후예가 데몬 헌터입니다. 무당이 노래와 춤을 사용하는 것처럼, 아이돌도 노래 부르고 춤 추지 않습니까? 그래서 세상을 지키는 존재가 케이팝 스타로 등장합니...
여러분은 SNS를 이용하시나요? 우리는 잘 인지하지 못하지만, 전문가들은 소셜 미디어의 위험성에 대해 끊임없이 경고합니다. 타인과 비교하며 우울감이 심해지거나, 개인 정보가 노출되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프로파일러와 경찰이 경고하는 내용이며, 실제로 발생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합니다. 우리는 자녀의 사진이나 일상, 성장하는 모습 등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자랑합니다.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악인은 이것을 악용합니다. 게시된 사진은 ‘다른 이름으로 저장’ 기능을 통해 저장하고 사...
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9월에 홍콩에 와서 여름 끝물을 경험했고, 본격적인 더위는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홍콩에서 처음 맞이하는 여름은 한국과 많이 다르네요. 아침부터 쏟아지는 햇살은, 피부에 닿으면 마치 살을 파고 들어오는 듯 합니다. 파고 들어온 햇살은 몸속의 수분을 빠르게 빼앗습니다. 땀이 비 오듯 흐릅니다. 항상 휴대하는 양산을 가방에서 꺼내 펴면, 조금이나마 더위를 식힐 수 있지만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손에 든 작은 선풍기에서 나오는 바람조차 뜨겁습니다. 홍콩에 오래 거주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
여러분 주위에 가장 나이가 많은 어른은 몇 세이신가요? 지난 5월 24일, 홍콩우리교회에서 큰 잔치가 열렸습니다. 홍태임 권사님의 백수연(白壽宴)이었습니다. 백수연인데 왜 일백 백(百)이 아니라 흰 백(白)일까요? 백(百)에서 하나(一)를 뺀 99세 잔치이기 때문입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99세 잔치를 100세보다 더 크게 한다고 합니다. 백수연을 계기로, 더 장수하실 것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정과 교회. 사회와 국가에 어른이 계심은 큰 축복입니다. 그렇다면, ’어른’이라는 말은 어디서 유래되었을까요? 찾아보니 ...
우리는 살면서 여러 사람을 만납니다. 어떤 사람은 새로운 일이 주어질 때, “네” 하고 열심히 합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주어진 일마다 핑계댑니다. 그런 사람은 주어진 기회도 놓칩니다.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여러분 주위에도 혹시 그런 사람이 있지는 않습니까? 핑계의 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봤습니다. “잘못한 일에 대하여 이리저리 돌려 말하는 구차한 변명” 구약성경의 창세기 3:10에 인류 첫 핑계가 등장합니다. “이르되 내가 동산에서 하나님의 소리를 듣고 내가 벗었으므로 두려워하여 숨었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