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
[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떡이라 부르리까? 홍콩의 전통 길거리 베이커리먹을 복을 갖고 태어난 홍콩인들 홍콩 사람들은 먹을 복을 갖고 태어난 거 같다. 중국 최고 요리 중 하나인 광동 요리의 본 고장이며 아시아 으뜸이라는 중국 음식, 더 나아가 세계의 미식들도 만나볼 수 있다. 사람들을 뚱보로 만들 위협 요소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건만, 그에 비해 날씬한 홍콩인들을 보면 신기할 정도이다. 이것도 또 하나의 복이라면 복일 것 같다. 어쨌든 홍콩의 먹거리는 실로 다양하고 풍부하다. 오늘 소개하는 음식은 홍콩의 전통 길거리 베이커리이다. 60, 70년대에 홍콩에 이민 온 중국인들이 길거리와 골목에 팔던 길거리 음식이다. 이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추천한다. 붓짜이꼬우 (缽仔糕) 붓짜이꼬우에는 홍콩인들의 추억이 담겨 있다. 기원은 약 1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동일을 나가는 인부에게 쌀미음으로 만든 떡을 사발에 담아 주어 허기를 채우도록 한 것에서 유래가 되었다. 청나라 때 쓰여진 ‘태산현지(台山縣誌)’에 기록된 내용이다. 붓짜이꼬우에서 ‘缽’은 사발을 뜻한다. 오늘날의 붓짜이꼬우는 사발이 아닌, 직경 10센티미터 크기의 작은 컵 케이크의 형태를 띠고 있다. 용기에 담긴 떡을 꼬치로 꽂은 후 쏙 빼내어 먹는다. 주 재료는 찹쌀, 팥, 설탕이다. 갈색과 흰색의 두 종류이다. 흑설탕을 쓰면 갈색이 되고, 백설탕이 들어가면 흰색이 된다. 최근에는 녹차 향이 가미된 새로운 맛이 등장했다. 서민 음식으로 출발하였기에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찹쌀을 뭉개어 떡과 같이 만들고, 팥은 끓여서 걸쭉하게 한다. 그리고는 설탕을 넣어 함께 섞어 반죽을 한다. 찌고 나서 작은 케이크 받침 용기에 담으면 완성된다. 붓짜이꼬우는 70, 80년대에 길거리에서 아이들이 가장 즐겨 먹는 간식이었다. 지금도 홍콩의 노점 베이커리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번주 칼럼의 주제로 정한 후 우리 학원의 한국어 수업 때 선호도를 알아보고자 했다. 수강생 중 한 명인 도리스 씨는 ‘이거 어제도 코스웨이베이 지나가다 사 먹었어요!’라 했고, 옆에 앉은 보니 씨도 ‘좋아하는 길거리 음식으로 가끔씩 즐긴다’고 했다. 나 역시 맛이 궁금하여 코스웨이베이의 길거리 떡집(베이커리)을 찾았다. 가격은 1개에 12불이었고 3개를 사면 27불이었다. 음.. 뭐랄까, 씹히는 맛이 푸딩과 떡의 중간 정도? 그리고는 달달한 맛이 입안을 채웠다. 붓짜이꼬우 안 곳곳에 자리잡은 팥덩어리가 입 안에서 톡톡 터지는 재미도 있었다. 박통꼬우(白糖糕) 내가 방문한 코스웨이의 전통 떡집은 ‘시대두업(時代豆業)’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다. 타임스퀘어(중국어명 ‘시대광장’) 인근에 있고, 콩이나 팥을 주 원료로 한다는 정보를 알려주는 상호명이다. 나는 이곳에서 붓짜이꼬우 외에 비슷한 유형의 유명한 박통꼬우와 홍따우꼬우도 같이 봉지에 담아왔다. ‘박통’은 백설탕을 뜻한다. 박통꼬우는 광동의 슌더 지방에서 유래되었다. 전통 제조법은 찹쌀가루를 생으로 갈아 발효시킨다. 여기에 설탕물을 넣어 30분 정도 찐다. 완성품은 작은 구멍들이 뚫려 있다. 먹어 보니 식감이 스폰지 케이크와 우리의 술떡 중간 어디쯤 되는 것 같았다. 이름에서 연상되는 공포의 설탕 덩어리 맛은 아니었다. 이것저것 들어가지 않아 담백하고 깔끔했다. 홍따우꼬우 (紅豆糕) 가게 주인에게 제일 잘 팔리는 것을 하나 달라고 했더니 추천해준 것이 홍따우꼬우였다. ‘홍따우’는 팥을 의미한다. 갈색 사각형의 젤리(?) 모양을 띤 내용물 안에 팥 덩어리가 듬성듬성 박혀 있다. 홍따우꼬우는 외관상으로 딱 봐도 예상되는 그 맛이다. 식감은 살짝 쫄깃함이 느껴지는 물컹거림에 맛은 달달하니, 무난하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길거리 음식이다. 유명한 전통 길거리 베이커리 전통 길거리 베이커리는 일반적으로 테이크 아웃점으로 운영된다. 오늘 오전에 들른 코스웨이베이의 ‘시대두업’은 유명하다며 홍콩 수강생이 추천해 준 곳이다. 외관은 허름했지만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된 가게였다. 20종 가까이 되는 전통 베이커리를 판매하고 있었다. (G/F, 1 Canal Road East, Causeway Bay) 타이포의 유기차과(有記茶果)는 갈색의 붓짜이꼬우만을 취급하고 있다. 하나 팥이 들어간 것과 안 들어간 것을 선택할 수 있다. 붓짜이꼬우 원래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팥이 없는 것으로 주문해 보자. (CFS 20, Tai Po Complex, 8 Heung Sze Wui St, Tai Po) 신흥융식품(信興隆食品)은 구룡 토카완에 위치한다. 모두 수제로 만들며 70여 년 역사를 지닌 붓짜이꼬우가 유명하다. 갈색이 유명하지만 흰색 붓짜이꼬우에는 야자 성분이 들어가 독특한 풍미를 자랑한다. 오픈라이스 맛 평가에는 먹고 웃은 사람이 25명, 운 사람은 없었다 (107-109 Ma Tau Wai Rd, Hok Yuen) 사이잉푼의 탁월식품병점(卓越食品餠店)은 중국식 전통 베이커리를 전문 취급한다. 그중 시그니쳐는 붓짜이꼬우다. 신흥융식품과 탁월식품병점은 일요일에 휴무이다. (G/F, 183 Queen's Road West, Sai Ying Pun) < 참고 자료 > 香港尋味,Alison Hui, 创意市集,2023
-
[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교자, 포자, 만두, 혼돈.. 홍콩에서 먹는 만두 이야기홍콩인과 만두 필자가 한국어를 가르치는 HKU SPACE(홍콩대학교 전업진수학원). 한국어 고급반 수강생들의 이번 학기 발표 주제 중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 소개’이다. 이중 영연 씨는 만두를 소개했다. 그녀는 어렸을 때 집에서 만두를 만들어 먹었던 추억을 떠올렸다. 동짓날이면 가족이 모여 만두를 빚어 먹었다고 한다. 홍콩은 지금 1년 중 가장 큰 명절인 설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설날에 집에서 만두를 해 먹는 가정이 아직도 적지 않은 것 같다. 하나 홍콩의 경우 만두는 설날 전통 음식이 아니다. 중국에서 만두를 설 음식으로 먹는 곳은 북방이다. 이는 추운 날씨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고 홍콩 사람들이 만두를 즐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얘기를 들어 보면 위의 영연 씨처럼 어렸을 때 만두를 빚어 먹는 가정도 꽤 많았다. 최근에 와서는 많이 사라졌지만 말이다. 만두의 창시자는 제갈량? 송나라 때 쓰여진 문헌 ‘설부(說郛)’에는 만두의 시초가 제갈량과 관계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제갈량이 촉나라 군대를 이끌고 남쪽의 맹획을 토벌하러 가던 중, 갑자기 거센 비바람을 만난다. 현지의 한 노인이 이는 전사한 군사들의 원한이 일으킨 것으로, 이들을 달래기 위해 49명의 머리를 제물로 바쳐야 한다고 일러줬다. 그러나 무고한 백성을 살상하기 꺼려한 제갈량은 아이디어를 낸다. 양과 소를 죽여 고기를 다진 후, 겉에는 밀가루로 싸서 사람의 머리 모양으로 만들도록 한 것이다. 만두(饅頭)는 ‘남만(南蠻)인들의 머리’라는 뜻을 지닌 이름으로 명명되었다. 만두의 ‘만(饅)’과 남만의 ‘만(蠻)’은 중국어에서도 동음이다. 그런데 오늘날 만두는 다양한 종류로 나누어진다. 모양과 재료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해 본다. 교자, 포자, 만두, 그리고 혼돈 우리나라에서도 만두는 빠질 수 없는 주요 음식이다. 조선시대에는 어만두, 생치만두, 육만두, 동과만두, 생합만두 등 다양한 만두가 식탁에 올라왔다. 작년에 개봉한 김윤석, 이승기 주연의 영화 ‘대가족’은 만두 명가의 가족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먹음직스러운 만두들이 등장하는데, 그중에는 다소 생소한 민어 만두도 있다. 배추에 민어를 주재료로 하여 속을 만드는 이북식 만두이다. 중국식 만두는 한국보다 피가 두꺼운 것이 특징이다. 홍콩에서 즐기는 만두의 경우 재료 및 만드는 방법에 따라 크게 교자, 포자, 만두, 그리고 완탄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교자(餃子)는 밀가루 피 안에 고기와 야채를 소로 넣어 만드는, 소위 우리에게 친숙한 만두이다. 길쭉한 형태가 많고 둥근 모양의 교자들도 있다. 찐만두, 물만두, 군만두 등으로 먹는데, 이중 중국식 군만두는 꾸오티에(鍋貼)라고 하여 홍콩인들도 많이 즐긴다. 길다란 만두를 철판에 구워 요리한다. 포자(包子)는 호빵이나 찐빵처럼 겉이 둥글고 빵의 형태를 띠고 있다. 교자가 탕 요리에서도 즐길 수 있다면, 포자는 주로 쪄서 먹는다. 홍콩의 딤섬 집에도 많이 등장하는 메뉴이다. 내가 좋아하는 포자 중에는 셩지엔빠오(生煎包)가 있다. 고기만두인 포자를 찐 후 아래만 살짝 지진, 찐만두와 군만두의 중간이라고 볼 수 있겠다. 우리 학원 근처에 막기(Mak Kee)미식이라는 식당이 있다. 이 셩지엔빠오로 미슐랭 맛집에 선정되었는데, 값도 싸고 맛있어 가끔씩 들른다. 그럼, 중국어에서 ‘만터우’라고 부르는 ‘만두’는 무엇을 지칭하는 것일까? 이는 한국의 중식당에서 고추잡채에 딸려 나오는 꽃빵 만두를 떠올리면 된다. 즉, 안에 소가 들어있지 않은 말랑말랑한 것이 중국인들이 말하는 만두(만터우)이다. 베이징을 비롯한 북방인들이 아침 식사로 애용한다. 개인적으로는 이것을 튀겨서 연유와 함께 즐기는 ‘자만터우(炸饅頭)’를 좋아한다. 겉은 바삭하고 안은 말랑한데, 달달한 연유를 찍어 먹는다. 마지막으로 혼돈을 소개한다. 혼돈은 피가 얇고 둥근 형태를 하고 있는 것이 교자와 다르다. 안에는 고기 외에도 새우가 들어간다. 광동과 홍콩에서는 이를 ‘완탄(雲 )’이라 부른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좋아하는 완탄면의 주재료이다. 쓰촨에서는 혼돈을 ‘차오셔우(抄手)’라 칭한다. 일명 ‘매운 만두’라 부를 수 있는 ‘홍요우챠오셔우( 油抄手)’도 여기서 온 이름이다. 현지 식당에서 김치 만두를 먹을 수 있는 곳? 마지막으로 김치만두를 즐길 수 있는 현지 중식당을 소개한다. 비슷하게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니라 진짜 고향의 맛 김치만두이다! 바로 팔방운집(Bafang Yunji, 八方雲集)이다. 대만식 만두 전문 체인점으로 홍콩 곳곳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오늘 언급한 군만두 꾸오티에, 물만두(水餃), 홍요우챠오셔우 모두 맛있다. 특별한 점은 메뉴에 김치 군만두, 김치 찐만두가 있다는 점이다 (메뉴에 영어로 쓰여 있다). 우리 학원 뒤편에도 하나 있다. 내가 중국어 수업 때마다 홍보에 열을 올리자, 식당 알바생이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하나 가 본 수강생들은 모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오늘 소개한 만두들 중 꾸오티에, 셩지엔빠오, 홍여우챠오셔우, 자만터우는 모두 필자의 추천 메뉴들이다. 홍콩의 일반 대중식당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
[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 보양식 뱀요리로 몸 보신해볼까~?홍콩의 겨울은 은근히 춥다. 난방이 없는 겨울을 건강하게 나기 위해 홍콩 사람들이 먹는 몸보신 요리들이 있다. 그중 오늘 소개하는 음식은 유명한 광동식 뱀수프이다. 마침 2025년은 뱀의 해, 특별한 현지식으로 몸보신 좀 해볼까~? 광동 속담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뱀이 살찐다” 우리말에 ‘천고마비’, 즉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광동어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다.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뱀이 살찐다’인데 말 대신 뱀이 들어간다. 뱀을 보신용으로 먹기 시작한 시기는 고대부터로, 약 2천 년 전인 진한 시대에 광동인에 의해 홍콩으로 전파되었다. 가을과 겨울에 뱀 보신을 즐겨 먹는데, 이는 여름에 뱀을 식용하는 대만과는 반대이다. 뱀 고기는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영양 가치가 상당히 높다. 중의학 측면에서 보면 기와 피가 잘 돌게 하고 몸을 따뜻하게 만든다. 또한 류머티즘을 예방하고 가래를 삭이는 기능도 한다. 홍콩인들이 즐기는 뱀 요리는 어떤 것일까? 광동식 뱀 수프인 ‘세깡(蛇羹)’을 보신용으로 많이 찾는다. ‘깡(羹)’은 야채와 고기, 전분을 넣어 걸쭉하게 먹는 중국식 수프이다. 다른 말로 중국식 뱀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홍콩인들이 뱀 요리를 가장 즐겨 먹던 시기는 1950년대였다. 뱀을 취급하는 점포들은 뱀고기를 자우라우(酒樓:중국 연회 식당)에 제공하였다. 그리고 남은 고기들은 뱀탕 용 재료로 사용했다. 1960년대가 되어 자우라우들의 뱀 요리가 큰 환영을 받자, 뱀고기 공급 점포들이 직접 세깡을 판매하여 돈을 벌었다. 1970년대에는 찹쌀밥까지 곁들여 함께 먹는 세트 메뉴가 등장했다. 이것이 오늘날까지 홍콩 사람들이 즐기는 뱀 요리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뱀 요리 식당은? 홍콩 사람들의 머릿속에 세깡, 즉 뱀탕이라면 떠오르는 유명 식당들이 몇 군데 있다. 첫 번째 소개하는 곳은 삼수이포의 ‘사왕협(蛇王協, 광동어:세웡힙)’이다. 1965년 삼수이포에서 개업하였으니, 올해로 60년이 되었다. 창업주인 자우청은 1950년대 홍콩으로 건너와 삼수이포에서 노점상을 했다. 이후 뱀 사업이 흥하는 것을 보고 사왕협을 창업하여 세깡을 판매하였다. 처음부터 사업이 잘되었던 것은 아니다. 그녀의 딸인 자우가링은 아버지와 함께 사이완 부두에 가서 뱀을 사와 도살한 후 쓸개를 파는 길거리 공연을 시연하였다. 세깡을 판매한 후에는 각 자우라우를 돌며 주문을 따왔다. 사왕협의 세깡은 6종의 뱀으로 제조된다. 약 30근의 뱀 뼈를 오후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끓인다. 그리고 오전 6시가 되면 8근의 뱀고기를 찢어 버섯, 생강 등과 함께 넣어 탕으로 만든다. 사왕업(蛇王業, 광동어 ‘세웡입’) 역시 삼수이포의 유명한 뱀 요리 전문점이다. 1958년 사이완에서 개업한 후, 1965년 현재의 위치인 삼수이포 남청가로 자리를 옮겼다. 사왕업을 창업한 청와입은 원래 광저우에서 뱀 도매상을 했다. 1950년대 홍콩으로 이주하여 사업 기반을 다졌다. 60~70년대 한참 뱀 요리가 홍콩인들의 사랑을 받았을 때, 돈 많은 부자들도 주요 고객이었다. 연회에서 뱀 요리의 서열은 털게나 제비집보다 앞이었다. 이중 항셍은행의 최고층 펜트하우스 식당인 폭오이(Pok Oi) 또한 사왕업의 주요 고객이었다. 항셍은행은 매년 주요 거래처를 초대하여 뱀 연회를 열었다. 금융 총수와 기업가들이 만나면 “뱀고기 드셨나요?”라 묻는 것이 서로에게 건네는 인사였다. 사왕업에서는 뱀 담즙도 함께 취급했다. 뱀 담즙은 기침을 멎게 하고 목소리를 트이게 한다. 이로 인해 매염방, 곽부성 등이 콘서트를 시작하기 전 챙겨 먹곤 했다. 맛이 궁금하다! - 이원장의 뱀 요리 도전기 홍콩 생활 20년. 처음으로 뱀 요리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마침, 우리 학원이 위치한 노스포인트에 사왕량(蛇王良)이라는 미슐랭 뱀탕 집이 있다. 지난 토요일 오후,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 봤다. 탈출한 뱀들이 바닥을 기어다니고 있지나 않을까? 시선이 먼저 아래를 향했다. 예전에는 살아있는 뱀들이 진열되어 있었다는 말을 들은 터였다. 내부에 놓여 있는 4개의 테이블에는 모두 사람들이 식사하고 있어 ‘답토이’(테이블 공유를 의미하는 광동어)를 해야 했다. 내가 앉은 테이블에는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이 세깡과 햄볶음밥으로 식사 중이었다. 나도 같은 걸로 주문했다. 세트 메뉴로 82불이었다. 이어서 나는 어르신에게 푸통화로 말을 걸었다. 내가 세깡을 처음 먹는다고 하니 친절하게 이것저것 알려주었다. 먼저 식탁에 놓인 레몬잎을 황송하게도 손수 내 세깡에 넣어주셨다. 과자처럼 생긴 복처이(만두피를 튀겨 만듦)도 넣으라 했다. 레몬잎과 복처이는 일종의 토핑이었다. 어르신은 뱀 요리를 겨울에 먹어야 한다, 삼수이포의 사왕협이라는 유명한 식당이 있으니 가 보라, 중국 북쪽 사람들은 잘 먹지 않고 광동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 먹으면 추위를 이길 수 있다 등등 소소한 지식을 친절히 전달해 줬다. 긴장된 마음으로 세깡을 한술 떠 입에 넣어 보았다. 듣던 대로 부드러운 닭고기 맛이었다. 역한 냄새나 맛은 없었다. 뱀고기인 줄 모르고 먹으면 닭고기라 생각할 듯했다. 뱀고기가 이렇게 부드럽다니.. 가격도 100불 밑이니 가성비 높은 보양식이다. 약간의 용기가 필요했지만, 오늘의 미션은 성공이다. 다음은 무슨 요리에 도전해 볼까? < 참고 자료 > 香港尋味,Alison Hui, 创意市集,2023
-
[맛집탐방] 1990년생 청년이 홍콩에서 '부산상회'를 열며 출사표를 던지다!2024년 여름 침사추이에서 부산돼지국밥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 생겼다. 구 달인포차 자리에 들어선 '부산상회'는 한식당으로 불리기엔 생소하면서도 호기심을 일으키는 이름이다. 오래된 간판 같은 곳엔 젋은 청년 두 명이 공동대표로 운영 중이었다. 한식당 이름으로 '부산상회'는 다소 특이해요. 부산상회 이름의 배경이 궁금합니다. 이승환 대표: 저는 기업인을 좋아합니다. 어려서부터 기업가들을 동경해 왔어요. 특히 삼성의 이병철 회장은 1938년 삼성물산의 전신인 삼성상회를 창업했죠. 한국 경제가 살아나는 초기 영남, 특히 부산항을 기점으로 다수의 기업가들이 식당에서 모여 사업을 의논하며 식사를 했다는 것을 상상하면서 부산상회를 짓게 됐습니다. 이곳 홍콩에도 여러 기업가들이 있으니, 그 상상력을 펼치기 좋은 장소라고 생각했습니다. 한편, 지금도 고향에 가면 '상회'라는 간판이 많습니다. 홍콩에는 어떻게 진출하게 됐는지요? 이승환 대표 : 저는 한국에서 영국식, 일식, 한식 등의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꾸준히 미식 천국 홍콩에서 요식업에 진출하고 싶은 소망이 있었습니다. 마침 심천에서 사업 경험이 풍부한 윤 대표님과 만나 홍콩의 매력에 대해 깊이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부산상회 메뉴를 소개해 주세요. 이승환 대표 : 먼저, 저희의 돼지국밥과 돼지고기 국수를 소개합니다. 할머니의 손맛을 어머니께서 여러 사람들에게 선보이며 다듬어 발전시키는 모습을 어렸을 때 부터 보고 자랐습니다. 성인이 된 후 저의 요리 경험과 기술을 첨가해 만든 음식입니다. 또한, 저희 부산상회만의 별미는 비빔고기국수, 밀면, 낙.삼.새(낙지, 삼겹살, 새우)이고, 즉석 국물 떡볶이 또한 인기 메뉴입니다. 부산상회의 사장님부터 직원분들이 모두 젊고 밝아 보입니다. 이승환 대표 : 감사합니다. 우리 직원들의 잘생겼습니다. (웃음) 다들 개성도 있고요. 주방 직원들이 홀에 있어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매력적입니다. 청년 직원들 모두 에너지가 넘쳐요. 밝고 젊은 친구들이 우리 가게에 많다는 것이 자랑입니다. 그들의 요리에 대한 열정은 매일 음식 테스트를 하고 개선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보는 것이면 설명이 충분하겠죠? 외모로 요리를 덮으려는 것이 아니라 열정이 재산인 저희 청년이 꾸준한 노력으로 고객들에게 진심을 전해드립니다. 윤성권 대표 : 제가 원래 간장게장을 좋아해요. 아버지가 워낙에 좋아하셨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간장게장을 많이 먹었고 여러 맛집을 찾아다닐 정도였어요. 그런데 부산상회의 간장게장이 정말 맛있습니다. 부산상회 시그니처 메뉴를 먼저 소개하는게 맞지만, 개인적으로 간장게장 매니아로서 진짜 권하고 싶습니다. 마케팅으로 드리는 말씀이 아니에요.(웃음) 이승환 대표는 20대에 호주에서 서양 요리를 배운 후, 세계 정상의 요리사들과 경쟁하며 배우기 위해 영국으로 건너갔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과 셰프햇 주방에서 일하며 많은 것을 배웠고, 서양 음식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이승환 대표는 본인의 뿌리인 한식을 공부하고자 서울의 L호텔과 W호텔 주방장에게 한식의 기본을 배우고 다졌다. 현재 이승환 대표는 한국에 4개의 브랜드와 싱가포르에서 한국 음식점을 운영 중이다. 그가 말하는 '열정과 활기가 넘치는 홍콩'에서는 부산상회를 작년 오픈한 뒤, 현지인과 여행객들에게 다양한 한국 음식을 선보이려 하고 있다. 글 정리 손정호 편집장 사진 부산상회 제공
-
한국에서 온 손님, 차루에서의 딤섬은 어떨까?차루(茶樓)가 뭐지? 20세기 초, 홍콩에는 주루와 차루 두 종류의 중식당이 운영되어 왔다. 주루(酒樓)는 저녁 만찬에, 차루(茶樓)는 아침과 점심 식사를 제공하였다. 광동어로는 각각 ‘자우라우’와 ‘차라우’라 부른다. 오늘은 약 100년 전후의 역사를 간직한 유명 차루를 소개하려 한다. 차루는 차를 마시며 식사를 하는 곳으로, 딤섬을 즐길 수 있는 식당이다. 예전 차루는 규모 및 등급에 따라 세분화되었다. 높은 층의 차루는 대차루(大茶樓), 단층은 차거(茶居), 차실(茶室), 그리고 노동일을 하는 일반 서민용 차루는 지당(地檔), 2리관(二厘館)으로 불리었다. 2리관은 노역에 종사하는 서민이 저가의 차와 간식을 2리의 가격으로 사 먹을 수 있었던 데에서 유래하였다. 1리는 0.01원에 해당하는데, 1934년 기준 월급은 10원이 좀 넘었다. 이런 연유로 당시 ‘돈 많은 사람들은 위층으로, 돈 없는 이들은 아래로’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오늘날 차루는 더욱 다양한 메뉴를 누구나 쾌적한 환경에서 즐길 수 있도록 진화하였다. 그리고 여전히 홍콩인들의 사랑을 받는 식문화 공간으로서의 역사적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아래 소개하는 두 곳은 홍콩인들에게는 익숙하고 잘 알려진 차루 식당들이다. 딤섬카트에 담겨진 추억의 차루 – 연향루/연향거 우리 학원의 수강생들에게 종종 묻는 것이 있다. 한국에서 손님이 오면 딤섬을 먹으러 가는 곳이 어디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어느 곳이 인기가 있는지 알아보려는 호기심 외에도 혹시 내가 모르는 식당이라면 방문하고 싶어서이다. 나의 경우 손님들을 모시고 가는 곳으로는 카트에 딤섬을 싣고 다니는 식당을 선호한다. 방문객들이 눈으로 직접 확인하며 먹고 싶은 것을 고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최근 딤섬 카트를 운영하는 차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딤섬 카트가 다니는 연향루(蓮香樓, 광동어 ‘린흥라우’)는 1889년 광저우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이후 홍콩에도 영업을 시작한 것은 1918년부터이다. 홍콩의 연향루는 원래 센트럴의 웰링턴 117~121가에 자리 잡은 4층 건물에서 영업을 개시하였다. 당시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1층에서 딤섬을 사 가지고 2~4층에 올라가 식사를 하였다. 2층이 제일 비쌌고 주로 사업가들이 이용했다. 3, 4층이 서민들이 찾는 곳으로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식사뿐만 아니라 장기나 바둑, 마작을 즐기기도 했다. 1996년, 연향루는 웰링턴 160-164가의 2층 건물로 자리를 옮긴다. 그리고 2009년에는 3세대 경영인이 성완에 연향거(蓮香樓, 광동어 ‘린흥쿠이’)에 분점을 연다. 그런데 2022년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100년 역사의 연향루가 코로나 사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폐업에 들어간 것이다. 하나 아쉬움도 잠시, 올해 4월 1일 원래의 위치인 웰링턴 160가에 다시 문을 열었다. 당시 많은 홍콩인들이 들러 인증샷을 찍으며 기쁨과 환영을 표시했다. 연향루에 가면 먹을 수 있는 추억의 딤섬이 있다. 린용빠우(蓮蓉包)라 불리는 찐빵 모양의 딤섬이다. 중국 후난 지역에서 직수입한 상련(湘蓮)이라는 연꽃의 상등 열매를 원료로 사용한다. 이 외에도 닭고기가 든 까이카우다이빠오(鷄球大包), 시우마이(燒賣), 마라까오(馬拉糕) 등도 연향루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딤섬류이다. 주소: 연향루 Wellington 160, Central 연향거 40-50 Des Voeux Rd W, Sheung Wan 주 단위로 딤섬의 메뉴가 바뀐다 – 육우차실 연향루가 서민들이 즐겨 찾는 대중적 차루라면, 육우차실(陸羽茶室, 광동어 ‘록위차삿’)은 부유층의 발길이 잦은 곳이었다. 영어로는 ‘록위 티하우스(Luk Yu Tea House)’라는 간판을 달고 있다. 연향루와 마찬가지로 육우차실 역시 광저우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홍콩에서는 1933년 성완의 윙쿳(Wing Kut)가에 자리를 잡은 후, 1976년 센트럴의 스탠리가로 둥지를 옮긴다. 이곳은 영남(嶺南) 풍격의 건축물로 유명하다 (중국에서 영남은 광동과 광시를 일컫는다). 예전의 고관대작들이 드나들던 곳이라 내부 곳곳이 화려하게 장식되었다. 실내에 배치된 가구 및 유명 서예가의 작품, 산수화 등의 인테리어에는 품격이 느껴지는 소품들로 채워졌다. 요리에 있어서의 특징은 매주 메뉴가 바뀌는 주 단위 딤섬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오래전,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주방에서는 서양식 베이커리를 딤섬에 접목하여 주말이 되면 다양한 메뉴를 내놓았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주 단위 딤섬이 탄생하였다. 이것의 유래는 광저우의 육우차실이 시초였다. 이후 다른 차루가 모방을 하게 되었고 이러한 유행은 홍콩까지 전해졌다. 이 식당은 딤섬 뿐만 아니라 중식 요리도 훌륭하다. 2022년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되었는데, 꾸로우육(咕噜肉: 광동식 탕수육), 하떠시(蝦多士: 멘보샤) 등이 추천 요리로 소개된 바 있다. 주소: 24-26 Stanley St, Central < 참고 자료 > 香港尋味, Alison Hui, 創意市集, 2023
-
수요저널 땅콩뉴스 2024-11-11 (월)✅ 천문국은 강력한 열대성 폭풍 '도라지'가 홍콩에서 800km 이내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월요일 대기 신호 T1을 발령할 것이라고 예보. ✅ 폴 찬 재무장관은 금리가 하락하고 경제를 안정화하기 위한 조치로 시장 심리가 개선됨에 따라 홍콩 경제 성장률은 최소한 금융 성장 예측의 하한선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 정부는 연초에 경제 성장률 2.6~3.6% 예상했음. ✅ 크리스토퍼 후이 재무서비스 장관은 필리핀에 본사를 둔 졸리비푸드 코퍼레이션이 최근 미슐랭 스타를 받은 딤섬 체인점인 팀호완을 인수한 것은 이 회사가 홍콩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다고 발언. ✅ 폴 램 법무부 장관은 소음 불만, 이웃 간 물 누출 등 지역 사회 분쟁을 타깃으로 한 지역 사회 중재 시범 제도가 1년 안에 시행될 것이라고 발표. 민사 및 상사 소송에서 법원으로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중재를 고려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 ✅ 신계남부지역 교통단속단은 이틀 연속(8~9일) 주요 간선도로에서 술집 구역을 순찰하며 음주운전 차량 단속, 과속 단속 등을 실시. 과속위반 162건, 개조차량 32대 구속. ✅ 지역 사회 단체(SoCO)는 입법의원들에게 세분화된 주택(Subdivided flats)을 규제하는 제안된 법안에 케이지 홈과 칸막이 아파트(cage homes and cubicle apartments)를 포함시킬 것을 촉구. ✅ 미국 최대 규모의 대중문화 축제 중 하나인 ComplexCon이 내년 3월 21일에 홍콩에서 다시 개최 확정. 전 세계 100개 이상의 브랜드, 30명의 공연 아티스트, 200명의 크리에이터와 아티스트의 컬렉션과 작품이 전시. ✅ M+박물관은 3주년을 기념하여 일요일에 모든 일반 입장 전시회와 대중 프로그램에 무료로 입장 제공. 일요일 오후 5시 기준 약 15000명 방문.
-
유명 일본 셰프, 여성 몰카 촬영으로 4주 형량 선고홍콩 포시즌스 호텔의 전 일본 셰프가 세 명의 여성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4주 형량을 선고받았으며, 집행유에 2년이 주어졌다. 하라 에이사쿠(50세)는 2년 전 센트럴의 돈돈돈키 매장에서 핀홀 카메라를 사용해 여성들을 촬영한 혐의로 세 건의 불법 촬영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동부 법원에서의 선고에서, 판사는 하라가 8월에 정식으로 기소된 점에 대해 상당한 지연이 있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기소가 2년이나 지연된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만약 신속하게 처리되었다면, 하라는 이미 형기를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갔을 것"이라고 말하며, 이 지연이 피해자들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덧붙였다. 변호인은 하라가 사건 보고 이후 직업을 잃고 명예가 손상되었다고 주장하며 감경 사유를 제시했다. 하라는 팬데믹 동안 가족과의 분리로 인해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아내는 이혼을 고려 중이다. 사건은 2022년 4월 10일 오후 8시경 발생했다. 28세의 한 여성은 남자친구와 쇼핑 중 오른쪽 종아리에 무언가가 닿는 느낌을 받았고, 그 순간 하라가 검은 배낭을 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39세의 여성 점원은 남편과 쇼핑 중 하라가 배낭을 들고 다가오는 것을 발견하고 약 2분간 머무는 것을 목격했다. 배낭 옆에는 검은 만년필이 보였다. 하라가 떠나려 하자, 커플은 그를 저지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하라는 도망치려 했으나 곧 체포되었다. 경찰은 만년필 안에 숨겨진 핀홀 카메라와 두 여성 및 세 번째 여성의 영상을 담고 있는 메모리 카드를 발견했다. 하라는 경고를 받고 포르노 영화에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하라는 이전에 미슐랭 스타를 받은 도쿄의 텐텐푸라 우치츠의 국제 지점인 홍콩 포시즌스의 텐푸라 우치츠에서 수석 셰프로 근무한 바 있다.
-
[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미슐랭이 뭐길래? 그리고 홍콩의 미슐랭‘흑백요리사’는 올해 가장 많이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린 TV 예능 프로그램일 것이다. 연관 셰프와 식당들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데, ‘미슐랭’이란 단어 역시 이 프로그램과 관련된 주요 검색어 중 하나이다. 출연자 중 유명한 외국인 미슐랭 셰프들도 출연하여 프로그램에 다양성을 더했을뿐더러, 심사위원이었던 안성재의 이름 앞에는 늘 ‘한국 유일의 미슐랭 3 스타’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았다. 도대체 이 미슐랭이 뭐길래 식도락가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것일까? 그리고 홍콩 미슐랭 식당들의 면모는 어떠할까? 타이어 업체가 왜 음식 평가를? 미슐랭(혹은 미쉐린) 스토리의 시점은 18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앙드레와 에두아르 형제는 프랑스 중부 클레르몽페랑에 자신의 이름을 따 타이어 회사를 설립한다. 당시 프랑스는 자동차가 3천 대뿐이었기에 타이어를 많이 팔아야 하는 이들 형제는 마케팅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그리고 떠올린 것이 자동차 여행에 도움이 되는 여행책자 발간이었다. 차량 정비소를 포함, 호텔과 식당들을 지도와 함께 수록하였다. 이후 시장에서의 큰 호응을 얻게 되었고, 특히 레스토랑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 이에 미슐랭은 더 나아가 익명의 비밀 평가단을 모집하여 식당에 별점을 부과하기 시작한다. 1926년의 일이다. 별 하나부터 세개까지, 차이는 무엇? 별 하나는 요리가 매우 훌륭한 곳, 별 둘은 요리를 맛보기 위해 방향을 살짝 돌려 찾아갈 가치가 있는 곳, 별이 셋이면 그 음식을 먹기 위한 목적 자체만으로 여행을 떠날 만한 곳으로 구분된다. 이에 대해 미슐랭 측의 부연 설명을 인용하면, 미슐랭 1 스타는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그 재료를 사용한 각각의 음식이 확연하게 그 맛을 드러내게끔 높은 수준으로 요리하는 곳에 부여한다. 2 스타는 셰프의 개성과 능력이 잘 드러나도록 전문성을 가지고 만들어진 음식을 내는 곳이다. 그 식당의 음식은 세련되었을 뿐만 아니라 셰프의 영감을 가지고 있다. 3 스타는 최고의 영예로, 셰프가 그들의 직업적으로 이룰 수 있는 가장 높은 점에 올라간, 최상의 요리를 내는 식당에 부여한다. 시기를 잘 만난 안성재 셰프? ‘흑백요리사’로 뜬 최고의 스타를 꼽으라면 안성재 셰프가 아닐까 한다. 두 명의 심사위원 중 하나로 선정된 이유는 단 하나, 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모수’가 한국 유일의 미슐랭 3 스타를 받은 명성 덕분이다. 한 해외 네티즌의 댓글에, ‘한국에 미슐랭 3스타가 왜 하나밖에 없지? 예상 밖이다’라고 쓴 글을 본 적이 있다. 2년 전, 한국의 3스타 미슐랭은 두 곳이 있었다. 신라호텔이 운영하는 ‘라연’과 증류식 소주 ‘화연’을 만드는 ‘가온’이었다. 이중 한국에서 7년째 최고의 위치를 고수하던 ‘라연’이 2022년 별 두 개로 강등된다. 당시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가온’의 음식이 정체되었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강등’은 한국 요식업계의 충격적 사건이었다고 한다. 대신 새로 3 스타로 올라선 ‘모수(CJ 투자)’와 안성재 셰프는 이날의 스타였다. 조선일보는 ‘3스타를 당연히 여긴 삼성의 후퇴 및 외식업에 전문성을 지닌 CJ의 도약’이라 보도하였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또 하나의 3 스타 미슐랭 ‘라연’은 폐업을 하며 문을 닫는다. 이로 인해 유일한 3 스타 미슐랭은 한성재 셰프의 ‘모수’ 한 곳만 남게 된 것이다. 만약 ‘흑백요리사’가 2년 전 제작되었더라면 심사위원진의 면모는 지금과 달랐을 것이다. 결국 ‘인생은 타이밍’이다! 홍콩의 미슐랭 식당들은? 그럼 홍콩에서 무겁게 별 3개를 달고 있는 레스토랑은 몇이나 있을까? 역시 ‘미식의 천국’답게 7곳이나 포진해 있다. 타비에(Ta Vie/개량식), 카프리스(Caprice/프렌치), 8 1/2오또 에 메쪼(Otto e Mezzo/이탈리안), 포룸(Forum/광동식), 아뜰리에 조엘 로 부숑(L'atelier de joël Robuchon/프렌치), 탕 코드(T’ang Court/광동식), 스시 시콘(Sushi Shikon/스시)이다. 홍콩의 한식당으로는 ‘한식 구(Hansik Goo)’가 유일한 미슐랭 식당으로 별 하나를 받았다. 센트럴에 위치한 ‘구’는 강민구 셰프의 이름에서 따왔는데, 한 가족을 뜻하는 ‘한식구’의 의미도 지닌다고 한다. 미슐랭 가이드에서는 이 식당의 삼계 리조또를 추천하고 있다. 한편, 2024년 기준 홍콩의 미슐랭 별 2개는 12곳, 별 1개는 60곳이 선정되어 있다. 사실 미슐랭은 이름값을 하기에, 보통 수준 이상의 식사비는 평소에 쉽게 다가가기 어렵게 한다. 그리하여 미슐랭이 인정하는 식당들은 별점을 준 레스토랑 외에도 ‘미슐랭 선정’과 ‘빕 구르망’이 있다. ‘미슐랭 선정(Selected Restaurant)’은 추천 식당이며, ‘빕 구르망(Bib Gourmands)’은 단순한 조리법을 가성비로 즐기는 식당이다. 홍콩 미슐랭 가이드(guide.michelin.com/hk)에서 그 면면을 확인해 볼 수 있다. 하나 사람의 입맛이란 사실 주관적이 아닐까 생각된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듯이 말이다. 그렇게 따지면 미슐랭이 절대적인 영역은 아닐 것이다. 나만의 미슐랭을 찾아 떠나는 식도락 여행을 더 추천하고 싶은 이유이다.
-
[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에서도 뜨거운 흑‘ 백요리사’, 한식붐으로 이어지길~홍콩 포함 넷플릭스 세계 비영어 방송 시청률 1위 넷플릭스의 한국 예능 ‘흑백요리사’가 장안의 화제다. 1~4회가 올라오기 무섭게 한국에서 넷플릭스 시청률 1위에 오른 데 이어, 그다음 주에는 전 세계 비영어 프로그램 부문 1위에 등극했다. 홍콩도 예외가 아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10월 4일 기준, 홍콩 넷플릭스 시청률 1위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흑백요리사’는 80명의 재야의 고수들이 20명의 유명 셰프들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요리 대결을 펼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기존의 비슷한 요리 대결 방송에서 좀 더 나아가 방대한 규모와 스토리를 더했다. 나 역시 최근 이 요리 예능에 푹 빠져버렸다. 다음 에피소드가 올라오는 매주 화요일을 기다리며 사는 낙이 생겼다. 첫 방송을 우연히 본 후 순식간에 4회를 연속 시청하였다. 그러고는 왓츠앱 채팅방에 있는 홍콩 수강생들에게 이 프로그램을 추천했다. 홍콩인들도 충분히 공감하고 좋아하리라는 생각에서였다. 홍콩의 공중파 TV 채널을 보면 자체 콘텐츠가 부족하여 해외에서 수입한 프로그램에 자막이나 더빙을 입혀 내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는 ‘마스터 셰프’ 같은 요리 관련 방송이 인기를 끌었다. 예전 홍콩 지인에게 우스갯소리로, “홍콩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누군가 한 명은 뭘 먹고 있어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흑백요리사’도 홍콩에서도 환영받을 거라는 생각으로 추천한 것인데, 시청률 1위라는 결과로 적중을 한 셈이다. 친홍파 심사위원인 백종원, 안성재 한국 요식업의 왕이자 인기 방송인인 백종원과 한국 유일의 미슐랭 쓰리 스타 안성재 셰프를 심사위원으로 정한 것도 신의 한 수였다. 아울러 두 심사위원은 홍콩과 관계가 깊다. 백종원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이곳 공중파에도 자주 등장하여 홍콩에서의 지명도도 꽤 높은 편이다. 또한 홍콩에 와서 찍은 음식 관련 프로그램도 적지 않다. 현지 차찬팅과 국숫집 등 홍콩 구석구석을 돌며 찍은 방송들은 백종원을 가히 ‘친홍파’라 부를 수 있게 한다. 예전 나에게 한국어를 배운 학생 중에서 백종원의 레시피를 따라 요리를 배운다는 홍콩인도 있었다. 다른 심사위원인 안성재도 홍콩과 인연이 있다. 그에게 미슐랭 별 3개를 선사한 레스토랑 ‘모수’가 홍콩에도 지점을 갖고 있다. 그는 오래전 아내와 홍콩에 여행을 온 적이 있는데, 너무 좋아 예정보다 며칠을 더 머물다 갔다고 한다. 그리고 아내에게 꼭 다시 오자고 약속했다는데, 이후 홍콩에 지점까지 열게 된 것이다. 2023년에는 홍콩 모수에서 ‘한식의 다양성’ 컬래버레이션 행사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당시 안성재 셰프는 한국의 미슐랭 2 스타 레스토랑 주옥의 신창옥 셰프, 미슐랭 가이드 2021의 멘토 셰프로 선정된 (구)한식 공간의 조희숙 셰프와 함께 한식의 다양성을 소개하였다. 서구룡 엠플러스 타워에 위치한 모수 홍콩은 ‘흑백요리사’가 나간 이후 손님맞이에 바빠질 거 같다. 홍콩 언론에서 평가하는 인기의 비결은? 실제로 요즘 홍콩 사람들을 만나 보면 ‘흑백요리사’ 얘기를 많이 한다. 홍콩 이웃들과 좋은 대화거리가 생긴 것이다. ‘흑백요리사’가 인기를 끌며 현지 언론들도 관련 기사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중식여신’이란 별명으로 동파육 만두를 선보인 박은영 셰프가 홍콩 센트럴의 그랜드 머제스틱 쓰촨에서 부수석 셰프로 일하고 있다는 기사가 언론사 몇 곳을 통해 보도되었다. 또한 한국의 연예계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하는 K데일리(thekdaily.com)는 9월 27일 ‘흑백요리사 왜 이렇게 재미있지?’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우선 다른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을 ‘계급 전쟁’으로 규정하였다. 재야의 고수들과 명성이 자자한 요리사들이 계급장을 떼고 맞붙는 승부의 세계가 독특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각기 다른 배경의 요리사들(학교 급식 요리사, 요리 유튜버, 만화로 배운 요리사 등)이 출연하여 다양성을 더했고 방대한 스케일의 세트장, 서로 상반된 배경을 가진 두 심사위원 간의 논쟁을 통한 결과 도출 등이 재미를 한껏 더한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참가자들은 오직 실력으로 승부하고 자신의 요리에 대해서만 집중한다. 막상 결과가 발표되면 진 사람은 축하를, 이긴 사람은 위로하며 모두 웃으며 떠난다. 특히 경력이 대단한 셰프들도 패배를 받아들이며 불만을 표하지 않고, 오히려 상대를 격려하고 떠나는 분위기가 정말 따뜻하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프로그램의 인기가 한식붐으로 이어지길 ‘흑백요리사’의 담당 PD는 이 프로그램의 제작 취지가 세계인들에게 다양한 한식을 소개함과 동시에 우리나라의 요식업에 활기를 넣고자 함이라 했다. 그렇다면 홍콩에서도 ‘흑백요리사’의 인기를 통해 한식 및 한식당들이 더욱더 현지인들에게 사랑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식당들은 장사가 잘되어 좋고, 우리 한식도 보다 인정받고 알려진다면 그야말로 일석이조 아니겠는가.
-
정통 사천요리 전문점 Deng G (鄧記川菜) 탐방침사추이 K11 MUSEA에 위치한 덩지(Deng G 鄧記川菜) 사천요리 전문점이 고유한 사천 음식의 풍미를 유지하면서도 홍콩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홍콩 덩지 레스토랑의 모티브가 된 덩화동 셰프를 홍콩 K11 MUSEA에서 수요저널이 직접 만나봤다. 덩화동(鄧華東 Deng Hua-dong) 셰프는 중국 사천성 출신으로, 40년 이상의 요리 경력을 바탕으로 사천 요리의 대가들에게 배운 솜씨를 자랑한다. 덩 셰프는 베이징, 상하이, 선전,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활약하며 정통 사천 요리의 풍미를 선보였다. 그는 상하이에서 두 개의 유명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새로운 식당 '난싱위안(南興園)'을 개업했다. 이 식당은 개업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2022 미슐랭 가이드 상하이 레스토랑에 포함되어 그의 뛰어난 요리 실력을 입증했다. 덩지(Deng G 鄧記川菜) 사천요리의 새로운 메뉴는 덩 셰프의 요리 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그는 전통적인 매운 사천 요리에서 벗어나, 잘 알려지지 않은 사천 요리의 맛을 강조한 다섯 가지 요리를 추천한다. 대표적인 전채 요리로는 호두와 달콤한 콩 소스, 그리고 건귤피와 함께 매운 양념으로 절인 소고기가 있다. 이 요리는 사천식 건귤피를 창의적으로 사용해 소고기에 상쾌하고 독특한 향을 더한다. 바삭한 식감과 달콤하고 짭짤한 맛이 일품이다. 또한, '메뉴에 없는' 연회 요리도 요청에 따라 제공된다. 그 중 '최고급 수프에 찐 중국 배추'는 많은 공식 연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요리다. 이 수프는 맑고 투명하며 신선하고 우아한 맛을 내기 위해 여러 번의 여과 과정을 거쳐 사천 요리의 정수를 나타낸다. 또 다른 연회 요리인 '해삼 조림'은 사천 요리 특유의 기법을 사용해 해삼이 모든 재료의 맛을 완벽히 흡수하도록 하여 대담하고 세련된 맛을 선사한다. 중국 요리에서 디저트는 주된 초점이 아니지만, '찹쌀과 함께 달게 조린 돼지고기'는 꼭 시도해볼 만한 요리다. 이 요리는 사천 농촌 마을에서 유래했으며, 많은 공식 연회에서 디저트 옵션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추천 메뉴 하이라이트 덩 셰프가 K11 뮤지아 블랙 카드 회원들을 위해 특별히 큐레이션한 메뉴는 두 가지 새로운 요리를 통해 사천 요리의 경험을 한층 높인다. 첫 번째 요리는 '마쓰타케와 함께 조린 굴'이다. 덩 셰프는 사천식 조림 기법을 사용해 재료들이 양념을 완벽히 흡수하게 한다. 홍콩의 미식가들에게 사랑받는 굴과 제철 마쓰타케를 결합해 대담하고 세련된 맛을 창출했다. 두 번째 요리는 '단맛의 콩 소스를 곁들인 돼지고기와 흰개미버섯 찜'이다. 덩 셰프는 전통적인 돼지고기와 단맛의 콩 소스 요리에 흰개미버섯을 추가해 독특한 변형을 선보인다. Deng G (鄧記川菜) 소개 Deng G 사천 요리는 엘리트 컨셉츠 그룹(Elite Concepts Group)이 관리하고 있다. 완차이에 위치한 Deng G는 2020년과 2021년 연속으로 미슐랭 가이드에서 호평을 받았으며, 2020년 블랙 펄 가이드에서 다이아몬드 1개 레스토랑으로 선정되었다. 글/사진 손정호 편집장 사진 Deng G 제공 Deng G Sichuan 412- 413, Level 4, K11 MUSEA, 18 Salisbury Road, Tsim Sha Tsu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