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중국 최대의 유화 마을, 선전 다펀 유화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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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중국 최대의 유화 마을, 선전 다펀 유화촌

세계 최대의 유화 시장, 선전 다펀 유화촌

 

 

일요일 오전 11시가 좀 넘어 주말 여행을 위해 집을 나섰다. 오늘 나의 행선지는 국경을 넘어 선전(深圳 Shenzhen)으로 향한다. 목적지는 다펀(大芬 Dafen)에 위치한 유화촌이다. 이곳은 세계 최대 유화 시장이다. 다펀의 유화촌은 전세계 유화의 약 50%를 공급하고 있다. 복제품과 창작품을 포함, 1년에 이곳에서 판매되는 세계적 명화는 약 백만 점에 달한다. 선전의 주요 여행지 중 하나로 자리잡은 유화촌의 모습이 궁금했다. 

 


야외 미술관을 연상시키는 그림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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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으로 가는 여러 경로 중 로후 방향을 택했다. 로후에서 선전 시내를 관통하는 지하철로 약 20분 거리에 다펀 마을이 위치해 있다. 로후에 도착하여 출국 수속을 마치면 선전 시내로 연결되는 지하철 역이 바로 연결된다. 선전에서 마지막으로 지하철을 탄 것이 언제인지는 기억조차 희미할 정도인데, 십수 년은 족히 넘은 것 같았다. 

 

오랜만에 탑승한 선전 지하철 역에서 가장 독특하고 인상적인 것은 두 가지였다. 첫째, 지하철 탑승 시 공항과 같은 짐 검사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다만 공항처럼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지는 않는다. 둘째, 열차 안에서 곤봉과 레이저건(?)을 차고 있는 공안이 칸칸을 넘나들며 치안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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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마을 초입의 분위기는 한국의 인사동 같은 느낌을 준다. 큰 길을 사이로 왼쪽 상가 건물 1층으로는 유화를 파는 상점들이 줄지어 입점해 있다. 그 맞은편인 오른쪽에는 사이사이에 좁은 골목길들로 연결된다. 골목길마다 공방과 유화 판매점들로 채워져 있다. 골목 곳곳에는 아기자기한 카페도 들어서 있다. 이 골목 저 골목을 다니다 보면 하나의 야외 미술관을 걷는 기분이 느껴진다. 몇 점 떼어다가 우리 학원에 걸어 놓고 싶은 예술품들도 적지 않았다. 고흐의 명작들도 진품처럼 걸려있다. 

 


전세계 약 50% 이상의 유화가 이곳에서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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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펀 유화촌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한 명의 홍콩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1989년 미술 작품을 거래하는 홍콩인 황지앙이 이곳의 한 공간을 임대하여 미술 작품을 수집 및 판매하였다. 그리고는 현지 학생들을 고용하여 해외에서 오는 주문을 받고 거래 및 판매하는 일을 맡겼다. 

 

시작은 세계 유명 작품의 모사였다. 진품인지 가짜인지 육안으로를 쉽게 구분이 되지 않는 짝퉁 걸작품이 쏟아져 나왔다. 이후 예술인들 사이 입소문을 타게 되자 여기저기서 화가 및 상인들이 모여들게 된다. 유화촌은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를 키워 나갔다. 전성기 때는 약 2천 명의 화가 및 2백여 곳의 화랑이 들어섰다. 다펀 유화촌에서 전시 및 판매되고 있는 작품들을 보면 세계 유화 시장의 흐름을 알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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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전, 유럽 및 미주 시장에 판매되는 유화의 약 70%가 중국에서 건너왔다. 그리고 이중 80%는 다펀 유화촌에서 공급되었다. 처음에는 타 브랜드를 복제하여 판매한 후, 기술력이 올라오면 자신들의 고유 제품을 내놓는 중국 제조업의 전형적 패턴을 유화 시장도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유화는 매우 저렴하다. 한 상점에서는 그림 한 점에 35위안(元) 세 점에 100위안에 판매한다는 문구를 내걸고 있었다. 

만약 그림을 보는 안목이 있다면 투자 가치적인 측면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저렴하게 판매된 작품이 훗날 유명세를 타게 된 작가의 영향력으로 그림의 가치 또한 상승하였다는 일화를 들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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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촌 화랑에서는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아울러 아이들을 포함한 고객들이 직접 참여하여 뚝딱 한 작품을 완성해 보는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인민폐 30위안만 내면 나도 화가가 되는 것이다. 

 

DIY 공방도 있다. 그릇이나 도자기를 만들어 보는 체험장이다. 우리 학원의 중국어반 수강생 남광우 씨 가족도 이곳에 들러 아이들이 미술 작품 제작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유화촌에는 ‘8도공간(八道空間)’이라는 핫플도 있다. 대만의 유명 가수 저우제룬(주걸륜 周杰倫)의 수많은 노래 제목이 형형색색의 빛깔로 적혀 있는 벽돌 건물이다. 방문객들이 인증샷을 찍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선전 최대의 미술관 - 다펀 미술관

 

 

약 200미터 거리의 다펀 유화촌 끝부분에 다다르면 거대한 미술관 하나가 들어서 있다. 건축 면적으로는 선전 최대인 다펀 미술관이다. 1층과 2층으로 총 10개의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다. 입장료는 무료라 시민들이 쇼핑몰 드나들듯이 자유롭게 오간다. 단, 물과 음료는 반입이 안 되어 외부에 잠시 맡겨놓아야 한다. 이 미술관에서는 매년 약 40회의 전시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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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펀 미술관은 2007년 문을 열었다. 다펀 유화촌이 상품 가치를 높이자 정부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선전시 롱강구(다펀은 롱강구 내에 위치한다) 정부는 인민폐 1억 위안을 투자하여 미술관을 건축했다. 정부측은 향후 유화 박물관, 공연장, 유화 교육 센터를 건립하여 이 마을을 국제적 유화 생산 기지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다펀 유화마을에 가려면 로후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다다음 역인 라오지에(老街 Laojie)역에서 3호선으로 갈아탄다. 다펀역에서 하차한 후 A1출구로 나가 나간 방향으로 5분 정도 걸으면 유화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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