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권 분쟁 해역인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해경선을 추격하던 중국 해경선이 무리한 운항 끝에 중국 군함과 충돌했다고 필리핀 정부가 주장했다.
AFP•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11일(현지시간)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 인근에서 중국 해경선과 해군함이 충돌했다고 밝혔다.
제이 타리엘라 필리핀 해안경비대 대변인은 성명에서 "필리핀 해경선을 고속으로 추격하던 중국 해경선이 위험하게 운항하다가 중국 해군 함정과 충돌했다"며 "중국 해경선 앞쪽이 심각하게 파손돼 운항할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필리핀 정부가 공개한 사고 영상에는 중국 해경선과 훨씬 규모가 더 큰 군함이 큰 소리를 내며 충돌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날 필리핀 해경선은 중국 측의 물대포 공격도 받았지만 피했다고 타리엘라 대변인은 덧붙였다.
중국 해경은 필리핀 해경선을 추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했다며 전문적이고 합법적이며 법에 따른 작전을 했다고 밝혔다.
이날 사고는 중국이 최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에 항의한 후 양국 간 긴장이 커진 상황에서 일어났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최근 인도를 방문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대만 문제로 충돌이 일어날 경우 필리핀이 지리적으로 가까워 불가피하게 갈등에 휘말릴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고, 중국은 "(그가)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아마도 선전 목적으로 (중국의) 오해를 받았다"며 "왜 그런 식으로, 불장난을 하는 것으로 묘사되는지 조금 당황스럽다"고 해명했다.
최근 영유권 분쟁 해역인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는 중국과 주변국의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 2∼3일 대만의 실효 지배 지역인 남중국해 프라타스 군도(둥사군도•東沙群島) 해역에 진입했고, 양측 선박이 22시간가량 대치했다.
중국은 또 필리핀이 최근 남중국해에서 인도와 처음으로 공동 순시를 진행하자 반발했으며 동중국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해역에 진입한 일본 어선을 쫓아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약 90%에 관한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필리핀을 비롯해 베트남, 대만,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미국의 동맹국인 필리핀은 2022년 마르코스 대통령이 집권한 뒤 전임 정권의 친중 노선을 뒤집었고, 남중국해 영유권을 지키기 위해 관련 법까지 제정하며 중국에 강하게 맞서고 있다. (연합뉴스 협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