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기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산업 전반에서 '제 살 깎기'식 출혈 경쟁이 심해지자 당국이 제동에 나서고 있다.
디플레이션 압력 하의 가격 경쟁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인식 속에, 중국 최고지도부까지 나서 전기차 산업 등의 비이성적 경쟁을 경고하고 있다. 당국은 최근 음식 배달 플랫폼 업체들을 불러 과잉 경쟁을 경고하기도 했다.
◇ '공짜로 배달까지' 음식배달 플랫폼에 경고장
중국 음식배달 플랫폼 시장은 수년 동안 메이퇀과 어러머의 양강 구도였는데 올해 2월 징둥이 가세하면서 3사는 상품 가격 인하는 물론 배달원 유치까지 전방위적 경쟁을 벌여왔다.
심지어 배송료뿐만 아니라 음식까지 공짜로 주는 '0원 배달' 사례까지 나왔다.
이에 중국 시장감독 기관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18일(현지시간) 어러머•메이퇀•징둥 측과 면담(웨탄•約談)을 갖고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경고했다.
중국 식음료 관련 단체와 현지 매체들도 이러한 출혈 경쟁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매체 펑파이신문의 20일 자체 집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이후 베이징•후베이성 등 중국 내 성(省)과 주요 도시 10곳 이상의 요식업 협회가 음식 배달 플랫폼에 출혈 경쟁을 멈출 것을 촉구하는 제안서를 발표했다.
일례로 쓰촨성 충칭시 요식업 협회는 과도한 보조금과 초저가 정책에 따른 출혈 경쟁이 시장 질서를 심각히 위배한다면서, 이러한 무질서한 경쟁으로 플랫폼과 상점, 소비자 등의 이익이 침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지매체 동방망은 플랫폼 업체들이 당국과 면담한 뒤 첫 주말인 19일에도 여전히 보조금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면서 플랫폼들이 여전히 '25위안 결제 시 25위안 할인'이나 '밀크티 무료 이용권' 등의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메이퇀의 핵심본토상업 최고경영자(CEO) 왕푸중은 "하루 주문 2억5천만건 중 절대다수는 거품"이라면서 승자 없는 전쟁이 될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 "전기차 산업 비이성적 경쟁"…시진핑, 신사업 중복투자 지적
중국이 주력 중인 전기차 산업은 출혈 경쟁이 이뤄지는 대표적 분야로 꼽힌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16일 리창 총리가 주재한 국무원 상무회의에서는 전기차 산업의 각종 비이성적 경쟁을 지적하면서, 경쟁 질서를 규범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당국이 가격•비용에 대한 모니터링 및 제품 품질 검사를 강화할 방침이며, 자동차 제조사들이 협력 업체에 대금을 제때 지급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잘 나가던 중국 전기차 업계가 수요 부족과 과도한 할인 경쟁으로 위기를 맞으면서, 중국 당국은 이미 지난달 비야디(BYD) 등 주요 기업 관계자들을 소집해 할인 경쟁을 자제하라고 압박한 바 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당시 기업들은 가격을 자율규제하고 원가 이하로 차량을 판매하거나 부당하게 가격 인하를 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른바 '주행거리 0km' 차량도 문제로 지적된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판매량을 인위적으로 부풀리고 재고를 털기 위해 사실상 신차를 중고차 시장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규제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요안나 천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직접적인 가격 할인을 자제하더라도 무료 경품 제공이나 자동차 담보 대출 금리 할인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경쟁할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봤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황톈레이는 "궁극적으로 중앙 정부가 전기차•태양광 등 과잉 공급 분야에서 지방간 경쟁을 장려하는 대신, 조정을 강조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도 14일 중앙도시공작회의에서 인공지능(AI)•컴퓨팅파워•신에너지차 등을 거론하면서 "전국 각 성이 모두 이러한 방향으로 산업을 발전시켜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고 관영매체 인민일보가 전한 바 있다.
중국 관영매체는 통상적으로 시 주석의 발언을 정체된 정책 지침 형식으로 보도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구어체 질문을 그대로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연합뉴스 협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