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그냥 아파트가 아니야~ 홍콩의 유명 공영 주택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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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그냥 아파트가 아니야~ 홍콩의 유명 공영 주택은 어디?

홍콩 공영 아파트 역사는 195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해 12월 25일, 구룡의 셰킵메이 판자촌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다. 당시 화재로 집단 거주하던 지역민 약 5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는다.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탄생한 공영 주택 제1호가 메이호 하우스이다.

 

이를 기점으로 홍콩에는 아파트 형태의 공영 주택이 속속 들어선다. 통계에 의하면 2022년 기준, 홍콩 인구의 약 1/3에 해당하는 224만 명이 공영 주택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정부에 의해 지어졌지만, 이 중에는 소위 ‘홍콩 유명 공영 주택’으로 손꼽히는 아파트 단지들이 있다. 

 

역사적 사건으로 인해, 혹은 디자인이나 건축 스타일의 외형적 측면으로 인해 유명해진 곳들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방문으로 유명세를 탄 오이만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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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 호만틴에 위치한 오이만췬(Oi Man Estate, 愛民邨)은 1974년에 건설되어 6천3백 세대가 살고 있다. 구룡에서 가장 규범화된 공영 주택으로 꼽힌다. 호만틴 인근의 작은 산턱에 지어졌는데, 산에서 거주하던 주민들의 생활은 지하철이 개통되기 전까지만 해도 외부인들에 의해 ‘원시적’으로 비추어졌다.


오이만췬은 흑역사도 지니고 있다. 1920년대에 여기저기 무질서하게 형성된 무덤가에 자리 잡아 귀신 이야기의 성지로 불리었다. 오이만췬은 우리나라의 국토교통부에 해당하는 방옥서(Housing Department) 설립 이후 지어진 제1세대 공영 주택이기도 하다. 

 

면적은 축구장 약 12개 규모에 해당하여 당시 구룡 전체에서 가장 넓었다. 일부 고층 아파트에서는 멀리 빅토리아 하버까지 내려다볼 수 있었다. 또한 두 개 동은 공영 주택으로서는 처음으로 방 2개에 화장실이 딸려 있었다. 초창기 공영 주택은 화장실 및 욕실이 공동 사용으로 설계되어 불편함이 많았다.

 

이 아파트를 유명하게 만든 사건은 1975년에 발생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홍콩 방문 시 오이만췬을 다녀간 것이다. 오이만췬은 모범 주택으로서 여왕의 방문지로 선정되었다. 당시 엘리자베스 여왕은 한 가정을 방문하여 거주민 가족과 대화를 나누며 친서민적인 행보를 보였다. 여왕의 방문 시 수많은 시민들과 기자들이 에워싸며 인산인해의 장관을 이루었다.

 

영국 여왕의 방문은 이 지역민들에게 큰 자부심이 되었다. 이후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자, 이들을 맞기 위한 상점 및 상업 시설이 들어섰다. 세월이 많이 지난 지금은 대부분 문을 닫거나 용도 변경을 하였다.

 

오이만췬은 독특한 건축 설계로도 유명하다. 소위 ‘우물 정(井)자의 아파트’라고도 불리는데, 건물로 둘러싸인 중앙이 우물 정자의 형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 및 예술 사진가들의 촬영지로, 여행객들이 인증샷을 올리는 명소로 주목받아 왔다.

 

 

홍콩 유일의 원형 공영 주택 라이탁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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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탁췬(Lai Tak Tsuen, 勵德邨)은 홍콩섬 타이항에 위치하며 오이민췬과 같은 1975년에 완공되었다. 부촌에 지어진, 홍콩 전역의 유일한 원형 설계 공영 주택으로 유명하다. 건설 초기에는 공영 아파트 중 임대료가 가장 비싼 곳이기도 했다.

 

모두 3개 동으로 구성되었는데, 이 중 2개 동이 원형 건물이다. 공영 주택 건설에 큰 공로가 있는 건축가 ‘우라이탁(  勵德, 영어 이름은 마이클 라이트)를 기념하기 위해 그의 이름으로 명명되었다. 우라이탁은 홍콩 공영 주택의 아버지라 추앙받았던 인물이다.

 

우라이탁의 설계에서 가장 독특한 점은 원통 모양의 건물과 우물 ‘정’ 자의 내부 구조이다. 건물 내부로 공기가 잘 통하고 복도에는 충분한 일조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건너편 이웃끼리 마주 보는 구조는 주민들간의 교류와 소통을 활발하게 하기 위한 배치였다. 내부는 우물 정자로 꾸며 독특한 설계를 자랑했는데, 비슷한 시기에 들어선 타지역의 아파트들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라이탁췬의 입지 조건은 입주자들로 하여금 쉽게 떠나지 못하게 했다. 따이항의 산 중턱에 위치하여 쇼핑가인 코스웨이베이와 학생들이 즐겨 찾은 중앙 도서관과 가깝다. 교통도 편리할뿐더러 주변에 명문 학교도 많이 자리 잡고 있다. 라이탁췬에서 즐기는 빅토리아 하버의 경치는 이 지역민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도 했다.

 

 

그 외의 유명 공영 주택 – 초이홍과 와푸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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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인증샷 장소로 꼽히는 초이홍(Choi Hung Estate)은 소위 ‘무지개 아파트’로 유명하다. 무지개 색채를 띤 건물 앞에서 많은 이들이 각자만의 개성 있는 포즈로 찍은 사진들이 SNS에 올라오고 있다. 재건축을 앞둔 초이홍 단지에 대해서는 필자가 예전 칼럼에서 다룬 적이 있다. 

 

홍콩섬 남부에 자리 잡은 와푸촌(Wah Fu Estate, 華富邨)도 홍콩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 주거 단지이다. 와푸촌은 배산임수의 지형적 특징으로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입지적 조건이 훌륭하다. 작은 폭포와 워터폴베이 공원이 인근에 있다. 초이홍 아파트와 함께 재건축 지역으로 지정되어 몇 년 후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 참고 자료 >

『香港百年』,雪姬著,创意市集,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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