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세계 10대 상품 무역지 중의 하나로, 효율적인 항만 시스템과 선주, 화주, 무역업체, 해운 서비스 제공 업체들을 기반으로 국제 무역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곳이다. 홍콩 해사처가 UNCTAD(유엔 무역개발협의회)의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홍콩은 상하이, 싱가포르, 광저우, 부산 등에 이은 세계 10위의 물동량을 기록 중인 항구 도시이자 리베리아와 파남, 마셜 제도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선박 등록국이다. 2024년 6월 기준 홍콩 선박등록부(HKSR)에는 총 2345척, 총 1억3200만 GT(Gross Ton)의 선박이 등록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홍콩은 높은 선박 등록 수만큼 활발한 서비스 클러스터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홍콩 등록 선박의 국제 운영 소득에 대해서는 이 익세가 면제되며, 영국 및 네덜란드 등과는 이중과세 방지 협정(DTA)도 체결돼 있다. 이처럼 낮은 세율과 강력한 제도적 환경 덕분에 홍콩은 중국은 물론 외국 선주들에게 선호되는 등록지이기도 하다.
이러한 배경하에 2022년 900개였던 해운 관련 기업 수는 2023년 1242개로 증가했으며, 홍콩에서는 선박 관리, 선박 중개, 선박 금융, 해운보험 및 해상 법률 서비스 등 폭넓은 전문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① 선박 중개 (Ship Broking)
2022년 말 기준 홍콩에는 50개의 선박 중개사가 운영되고 있다. 선박 중개사는 화물주에게는 적절한 선박을, 선박주에게는 유리한 운송 요금 협상을 제공하는 선박 용선 및 매매 서비스를 제공한다.
② 선박 관리 (Ship Management)
선박 관리 회사들은 다량의 선박을 위탁받아 관리하는 만큼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유지보수, 연료, 보험, 승무원 고용 부문의 비용적 효율성을 확보하고, 기술, 선원 관리, 해운법 및 환경규제 준수 등 전문적인 분야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다. 이에 다수의 선주들도 선박 관리를 제3자 선박 관리 회사에 위탁하는 추세이며, 선박 MRO 사업 또한 이러한 선박 관리 회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③ 해상 보험 (Marine Insurance)
홍콩은 국제 보호 및 배상 보험(Protection & Indemnity, P&I) 허브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 주요 P&I 클럽 13개 중 12개가 홍콩에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약 80개의 해운 보험 회사가 설치돼 있다.
해운 보험은 선체 및 기계 보험과 화물 보험으로 나뉘며, 선체보험은 선박의 손상 및 기계 고장을, 화물 보험은 선박 내 화물의 손실 또는 손상을 보장한다.
④ 선박 금융 (Ship Finance)
2024년 6월 기준 홍콩 금융관리국(HKMA) 통계에 따르면, 해운업 관련 대출과 금융 지원 규모는 약 883억 홍콩달러(약 16조 4000억 원)에 달하며, 이는 홍콩 내 총 대출의 1.2%를 차지할 만큼 홍콩의 선박 금융 서비스 수요가 큰 편이다.
⑤ 해상 법률 서비스 (Maritime Legal Services)
홍콩은 영국 해상법을 채택한 사법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 해운 관련 국제 중재지로도 인정받고 있다. 홍콩 국제중재센터 (HKIAC)는 2022년 총 500건의 새로운 중재 사건을 처리했으며, 이 중 16%가 해운 분쟁이었다. 홍콩은 선박 금융, 선박 건조 계약, 선박 매매 및 해상 사고 등 다양한 법률 이슈에 대한 폭넓은 해상 법률 서비스 자문 수요가 존재한다.
다만, 증가하는 항만 서비스 수요와는 반대로 현지 해기사 인력 수급은 원활치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 최대 해운 관련 NGO중 하나인 발틱국제해사협의회(BIMCO)에 따르면 현재 해운 업계는 세계적인 인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으며, 2026년에는 약 9만 명의 해기사가 부족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홍콩 또한 해운 산업에 대한 인식과 인건비 경쟁력 부족 등으로 인력 부족, 고령화 등의 어려움이 오랜 기간 나타나고 있으며, 정부 부처인 홍콩해사처 또한 부처 내 해운산업 경험이 필요한 보직의 약 20%가 정원 미달을 겪는 등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의 MRO 시장 규모는 구체적인 통계치가 공개돼 있지 않다. 다만, 홍콩은 전 세계 4위의 선박 등록국으로 등록 선박의 총톤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유지보수 수요는 매우 클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최근 선박 MRO 시장이 커져가는 주요 원인 중의 하나인 선박 노후화 문제는 홍콩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노후 선박은 선령(선박의 연령) 15~20년 이상의 선박을 지칭하는데, 현재 전 세계 선종 전반에서 노후 선박의 비중이 적게는 20%, 높게는 70%까지 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과 공급망 이슈도 노후 선박이 증가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홍콩의 선령 문제도 심각하다. 2018년 홍콩 운수물류국이 홍콩입법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홍콩에 등록된 여객선의 평균 선령은 이미 24년, 화물선의 평균 선령은 20년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의 선박 사고도 잦은 편이다. 홍콩 수역 내에서 발생한 선박 사고는 매년 200~300여 건(원양사고 미포함)으로 유럽해양 안전국에서 발표한 EU 회원국 선박의 2024년 전체 사고 건수가 2676건임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숫자로 해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