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저녁이면 홍콩섬 해피 밸리에 위치한 경마장은 주변을 대낮처럼 환히 밝힌다.
금싸라기 같은 홍콩에서,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의 임대료를 자랑하는 코스웨이 베이 인근에 이렇게 넓은 경마장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그만큼 경마가 홍콩의 문화 중 일부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해피 밸리에 경마장이 들어선 것이 19세기인 1845년이었으니 역사가 꽤나 깊다.
경마 사업을 운영하는 자키 클럽은 1750년 영국에서 일찌감치 설립, 운영되었다.
홍콩에는 1884년 정식으로 현판을 내걸었고 지금까지도 경마 사업을 관장하고 있다.
비영리 단체인 자키클럽은 홍콩 제1의 납세 기관이자 세계 10대 자선 단체이기도 하다.
지난 10년간 매년 1천만 홍콩달러 이상의 납부를 이어오고 있다. 경마 외에 스포츠 토토와 마크 식스(한국의 로또)도 독점 운영한다.
해피 밸리의 중국어 지명은 ‘파우마데이(跑馬地)’이다. ‘파우’는 ‘뛰다’라는 뜻이며 ‘파우마(跑馬)’는 광동어로 ‘경마’를 의미한다.
즉, ‘파우마데이’라는 지명은 말 그대로 말이 뛰는 곳, 즉 경마장인 것이다.
영국인들이 오락거리로 만들어 놓은 스포츠가 식민지 시대의 유산으로 정착되었다.
영국 정부가 떠난 지금 경마는 홍콩의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하였다.
750만 홍콩 인구 중 매년 200만 명 이상이 경기장을 찾는다고 하니 경마는 홍콩의 가장 각광받는 대중 스포츠인 셈이다.
특히 홍콩 대중 문화의 전성기였던 1980년대에 춤과 경마는 서민들이 즐기는 대표적 여가 생활이었다.
지난 두 편의 칼럼에서 설 기간에 가 볼만한 곳들을 소개했는데, 경마장 또한 새해가 되면 많은 홍콩인들이 찾는 장소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홍콩의 경마장은 정식 종목인 승마 경기를 훌륭하게 치른 전적도 자랑한다.
우리 학원 영어 교사인 제이미 선생은 해피 밸리 경마장을 몇 번 찾은 적이 있다.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웃고 떠들며 응원하는 분위기가 매우 매력적이었다고 한다.
이곳에는 말과 기수에 돈을 걸고 응원하러 현장을 찾은 사람들도 많지만,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분위기 자체를 즐기러 온 이들도 적지 않다.
그것도 단돈 10홍콩달러라는 입장료를 내고 말이다. 9월 말에서 10월 초의 옥터버페스트 기간에는 독일 맥주가, 11월에는 일본 음식과 사케가 제공된다.
홍콩의 경마 대회는 매년 9월부터 다음해 7월까지 열린다. 23~24년 기간에는 총 88개 대회가 진행되는데, 이중 12개는 국제 대회이다.
해피 밸리에서 매주 수요일 열리는 야간 경기는 저녁 7시~ 7시 반에 시작되며 주말 경기는 5시 45분~6시 45분 사이에 열린다. 18세 이상이라야 입장이 가능하다.
1978년에는 샤틴에도 문을 열었다. 주로 낮 경기가 열리는 샤틴에는 두 가지 자랑할 만한 것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크기로 기네스북에도 오른 대형 스크린이다. 52cm TV 4500대 규모의 위풍을 자랑하며 폭은 보잉 747 길이와 맞먹는다.
또 하나는 전세계 경마장 중 유일한 개폐식 지붕이다. 덕분에 날씨에 관계없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경마장을 찾아 즐기는 것이다.
돈도 따고(물론 잃을 수도 있다) ‘소리 질러~!’ 스트레스도 날린다면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두 번째는 동네마다 하나씩 있는 자키 클럽에 가서 TV 모니터를 통해 경기를 지켜보는 방법이다.
일요일마다 자키 클럽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바, 이 방법은 비추(비추천)다. 마지막으로, 스포츠 토토의 방식으로서 돈을 걸고 결과를 확인하고 싶다면 자키 클럽 어플을 휴대폰에 설치하면 된다.
어플을 이용해 경기에 관해 제공되는 정보를 참고하여 돈을 걸 수 있다.
이용 방법을 모르면 가까운 자키 클럽을 방문해 보자. 직원들이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그리고 경기가 있는 날이면 홍콩의 공중파에서는 실시간 중계도 해준다.
44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마카오의 경마계에서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2024년 4월 1일부터 관련 사업이 전면 중단된다는 뉴스였다. 이유는 결국 사업성 때문이다.
세대를 거쳐 갈수록 줄어든 경마 인구가 직격탄이 되었다. 하나 홍콩은 이와 반대로 젊은층의 수요도 적지 않다.
이중에는 경마를 일종의 재테크 수단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다. 마크 식스보다 당첨 확률이 높은 대신 돌아오는 금액은 적지만 이따금씩 대박도 터진다.
2003년 8월 31일은 경마로 역대급 대박을 터뜨린 행운아가 탄생한 날이었다. 행운의 주인공은 1억 5천 5백만 홍콩달러를 거머쥐었는데, 이는 역대 최고 당첨액이다.
참고로 경마의 베팅 방식은 매우 다양하다. 최소 베팅액은 10홍콩달러로, 경기 한 판에 걸 수 있는 액수이다.
짜릿함을 느끼고 싶다면 역시 현장을 찾는 것이 최고다. 인근에는 경마 박물관도 있으니 함께 둘러보면 좋을 것이다.
입장료는 무료이다. 또한 $770을 내면 직원 안내로 경마장 관광 및 VIP 석에서 경기를 즐길 수 있는 여행 상품도 마련되어 있다.
< 참고 자료 >
https://www.discoverhongkong.com/eng/explore/culture/how-to-do-the-hong-kong-races.html
https://www.nextstophongkong.com/tc/horse-racing/
https://m.jiemian.com/article/10693578.html#:~:text=界面新闻查阅香港赛马,观赏性有着直接关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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