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화폐로 만나는 홍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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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화폐로 만나는 홍콩 이야기

홍콩의 화폐는 중앙은행에서 발행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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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여전히 화폐 사용 빈도가 높다. 우리 학원에서 영어를 배우는 한 수강생은 중국 선전에 6년간 거주 후 홍콩으로 이주했다. 

 

홍콩 생활의 불편함 중 하나로 결제 시 현금 사용이 많다는 것을 꼽았다. 

 

홍콩에서는 한국과 중국에 비해 여전히 많은 현금을 들고 다녀야 한다.


홍콩 생활에 깊숙히 간여되어 있는 화폐는 우리나라의 한국은행과 같은 중앙은행에서 발행하지 않는다. 

 

3곳의 상업 은행이 조폐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데, HSBC, 중국은행, 그리고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이다. 

 

화폐를 발행하는 3개 은행은 중앙은행의 고유 기능과는 다른 상업은행으로서의 이윤 추구와 결제의 편의를 위해 화폐를 발행하고 있다. 

 

이들 은행이 돈을 찍어내기 위해서는 홍콩달러 발행액에 상당하는 미국 달러를 홍콩의 중앙은행격인 금융관리국에 미리 예치해야하는 제약을 받고 있다. 

 

그럼 준중앙은행에 해당하는 금융관리국의 역할은 무엇일까? 

 

고정 환율제도와 연계된 화폐 안정,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과 건전성 촉진, 국제 금융 중심으로서의 홍콩이 담당하는 위치 공고화, 그리고 외환 기금 관리 등이 금융관리국의 주업무라 할 수 있다.


 

홍콩 지폐가 담고 있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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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홍콩 지폐는 2018년 개정판이다. 

 

세 은행에서 발행되는 화폐의 규격은 통일되어 있으나 도안은 다르다. 

 

이중 10홍콩달러 지폐는 2007년부터 플라스틱 재질로 탄생하여 대중의 지갑 속에 들어가 있다. 하나 2010년 이후 더 이상 발행되지 않고 있다.


각국의 화폐에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모두가 알고 있듯이 세종대왕과 이황, 이이, 신사임당 등 역사적 인물들이 등장한다. 

 

대만에서 유학 시, 브라질 방친구를 만나 같이 생활한 적이 있다. 그는 브라질 화폐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를 말해 주었다. 

 

그동안 너무나 많은 인플레이션으로 달러에 들어갈 인물이 소진되어 새와 같은 동물로 대체되었다는 것이다.


그럼 홍콩의 지폐에는 어떤 도안이 담겨 있을까? 

 

앞면은 자신들의 은행을 대표하는 건물이나 상징물을, 뒷면에는 홍콩의 전통 문화와 자연 생태를 담고 있다. 

 

이는 모두 동일한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앞면은 각 은행의 상징, 뒷면은 통일된 주제


HSBC는 자사의 상징인 사자상을(발을 만지면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여겨진다), 중국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센트럴에 있는 본사 사옥을 그려 넣었다.


뒷면의 경우를 보자. 20홍콩달러의 경우 홍콩의 유명한 ‘얌차’, 즉 차를 마시며 딤섬을 먹는 문화가 등장한다.

 

 HSBC 발행 화폐에는 다섯 식구가 즐겁고 화목한 분위기에서 얌차를 즐기고 있다. 

 

중국은행의 20홍콩달러 뒷면을 보면 찻주전자와 찻잔 두개가 놓여 있다. 

 

스탠다드 차터드 지폐에는 한 가족이 얌차를 즐기는 가운데 종업원이 웃으며 차를 따르는 모습이 보인다. 

 

이렇게 20 홍콩달러 화폐의 뒷면에는 모두 얌챠 문화가 도안으로 그려져 있다.


녹색 바탕의 50홍콩달러 역시 앞면은 사자상(HSBC)과 사옥(중국은행,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이 눈에 띈다. 

 

뒷면에는 공통적으로 나비가 등장한다. 단, 나비들의 종류는 각기 다르다. 

 

나비를 넣은 것은 생태 환경 보호를 고려한 측면으로 여겨진다. 

 

세계의 화폐에는 자국의 대표적 동식물이 등장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말레이시아는 국조인 코뿔새를, 아르헨티나는 표범을, 그리고 브루나이와 뉴질랜드는 각각 꽃과 펭귄을 새겨 넣었다.


100홍콩달러 화폐의 뒷면에는 캔토니스 오페라, 즉 월극의 배우들이 얼굴을 내민다. 

 

‘월극(粤劇)’의 ‘월’은 광동을 뜻한다. 베이징에 경극이 있다면 광동과 홍콩에는 월극이 있다. 

 

홍콩 정부는 월극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중이다. 

 

학생들의 교과서에 소개되는가 하면, 최근 홍콩의 문화 중심지로 자리매김한 서구룡문화센터에는 월극 극장도 개설되었다.


다음은 갈색을 띄고 있는 500홍콩달러다. 

 

딤섬과 나비, 그리고 월극에 이어 500홍콩달러에는 홍콩의 자연 환경을 담고 있다. 

 

사이쿵의 대표적 생태 자연, 바로 홍콩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다. 

 

1억 4천만년 전 화산 폭발로 형성된 화산암 기둥들의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는 곳이다.


마지막으로 액면가가 가장 높은 1000홍콩달러의 뒷면으로 눈길을 돌려 보자.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홍콩의 유명한 센트럴의 고층 빌딩숲을 지폐에 담았다. 

 

HSBC는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을, 스탠다드 차터드는 구룡쪽에서 마주 본 홍콩섬의 풍경을 그려 넣었다. 

 

중국은행만 두뇌에 0과1이 반복적으로 쓰여진 디지털 인간의 모습을 묘사했다.


지폐를 살펴봤으니 이제 동전도 궁금해진다. 앞에는 동전의 금액을 나타내는 숫자를, 뒷면은 모두 홍콩의 국화인 바우히니아가 새겨져 있다.


이렇게 동일한 주제로 도안을 그려 넣은 것은 2018년판 지폐부터 처음으로 시도되었다. 

 

이 글을 읽으며 당장 궁금해 지갑을 열어보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다른 도안, 예를 들면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의 20홍콩달러짜리 뒤에 얌차가 아니라 주판이 그려져 있다면 2010년 (혹은 2003년) 발행된 구판 지폐라고 보면 된다. 

 

구판도 법적 화폐로 통용되고 있으니 안심하고 쓰면 된다.


이제까지 돈이라면 숫자와 0의 개수만이 나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앞으로 해외 여행을 가면 그 뒤에 펼쳐진 공간들도 들여다보려 한다. 

 

화폐는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마주하는 첫걸음을 내딛게 할 것이다.



< 참고 자료 >

香港金融管理局,2018系列香港钞票,https://www.hkma.gov.hk/chi/key-functions/money/hong-kong-currency/notes/design-and-security-features-of-currency-notes/

한국은행, 화폐 이야기, https://www.bok.or.kr/portal/bbs/P0000547/view.do?nttId=27064&menuNo=200387&pageIndex=3

香港01【50元新鈔票】 香港250種蝴蝶 被選中的呢3種有乜咁特別? , https://www.hk01.com/article/215046?utm_source=01articlecopy&utm_medium=refer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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