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 중앙도서관, 이렇게 멋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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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 중앙도서관, 이렇게 멋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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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도서관의 모습을 하고 있다

 

  방문하면 마음이 평온해지는 두 곳이 있다. 절과 도서관이다. 절에 들르면 마음을 가라앉히는 향 냄새와 주변의 적막감이 좋다. 도서관에서는 병풍처럼 서 있는 서적들에 포위되어 마음이 풍성해진다. 중국 난징도서관에 가면 이런 글귀가 쓰여 있다고 한다. “천국은 도서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어느 평일 오후, 나는 홍콩섬 코스웨이 베이에 있는 중앙도서관을 찾았다. 칼럼에 쓸 참고 자료를 찾으러 방문한 후 오랜만이었다. 코스웨이 베이에 거주하는 우리 학원 수강생이 동네에 이렇게 멋진 도서관이 있는지 몰랐다고 귀뜸해 준 것이 내가 이곳을 다시 찾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홍콩 중앙도서관은 2001년 5월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높이 12층, 3만 3천 평방미터의 제법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며 시민들의 발길이 쉽게 닿는 도심에 위치해 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출입이 자유롭다. 입장시 특별히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이곳을 처음 찾은 것은 유치원을 다니는 아들의 영어 동화책을 빌리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일반적인 부모가 그러하듯 아이가 글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 손에 책을 들려주고 싶어한다. 2층에는 홍콩 최초의 완구도서관이 있다. 8세 이하의 아이들이 놀면서 책을 읽도록 도서관과 놀이실이 경계를 허물었다. 그 옆에는 실내 놀이터도 마련되어 있다. 내 아들의 손때도 어딘가에 묻어 있을 텐데 옛 추억이 기억 한편에서 희미하다. 오늘은 평일이라 한산하지만 당시 휴일에 찾았을 때는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로 북적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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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는 한국의 최근 신문도

 

   “도서관에 한국 신문도 있어요!” 도서관을 방문한 우리 수강생이 알려줘 나는 5층의 정기간행물실에 들러 보았다. 전세계 주요 국가의 신문들이 걸려 있었는데, 우리나라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한편을 차지하고 있었다. 날짜를 확인해보니 엊그제 신문이다. 

 

   영어가 공식 언어 중 하나인 홍콩의 특성상 영문 서적과 자료들도 전람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외국인들도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시청각 자료실과 컴퓨터실도 깔끔한 모습이었다.

   이 도서관을 돋보이게 만드는 매력 포인트가 있다. 바로 주변 경관이다. 바다와 공원, 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니 내다보이는 바깥 세상이 너무나 아름답다. 맞은편이 홍콩섬 최대 공원인 빅토리아 파크이며 살짝 시선을 들면 그 앞으로 시원하게 바다가 펼쳐져 있다. 도서관에서 독서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외부적 풍경이 오히려 단점이 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을 보다가 가끔씩 창문 너머에 시선을 고정시키며 멍때리기를 해 보는 것도 이곳에서 누리는 특권일 수 있다. 가족 단위로 찾는다면 도서관에서 문화 생활을 즐긴 후, 밖으로 나와 맞은편 빅토리아 파크에서 산책을 하는 일정도 좋을 것 같다.  

 

   나는 이날 오후 아예 보따리를 싸들고 열람실로 향했다. 다행히 명당 자리라 할 수 있는 열람실 창가쪽은 의외로 많이 비어있다. 평일에는 한산하여 생각만큼 자리 싸움이 치열하지 않은 것이다. 나는 푸른 잔디의 축구장이 내려다보이는 창가쪽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열람실 자리마다 컴퓨터 이용이 가능하도록 콘센트가 마련되어 있었다. 열람실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으니 다시 학생이 된 기분이다. 그날 수업 준비와 학원 행정일, 그리고 짧은 시간이나마 독서도 했다 (20여년만에 처음으로 열람실에 엎드려 잠도 자 봤다). 그리고 쉬는 시간에는 1층에 있는 델리프랑스에 가서 커피도 한 잔 즐겼다. 

 

 

홍콩에서 도서관 이용하기 

 

   홍콩 중앙도서관은 연중 무휴로 이용 가능하다. 개방 시간은 평일과 주말(토,일) 모두 오전 10시부터 9시까지인데 공휴일은 7시에 문을 닫는다. 지하철 코스웨이 베이역 F1출구, 혹은 틴하우역 B출구에서 도보로 5~10분 거리다. 트램을 타면 도서관 바로 앞에서 내린다.

 

   1층 로비에 대출 및 반납을 하는 곳이 마련되어 있다. 책은 1인당 8권까지 빌릴 수 있으며 14일내 반납한다. 도서 대출을 위해 1층에 있는 카운터에서 도서증을 신청해야 한다. 도서증은 홍콩 아이디 신분증을 가져 가서 신청하는데, 즉시 발급이 이루어진다. 

 

   반납은 거주지에서 가까운 도서관에서도 가능하니 편리하다. 나의 경우 중앙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후 반납을 위해 쿼리베이 도서관을 찾은 적이 있다. 신경쓰지 않아 모를 뿐, 우리 주변 곳곳에는 도서관이 들어서 있다. 홍콩 전역에 설립된 도서관 수가71개이며 12곳은 이동 도서관이 운영중이다. 

 

   홍콩의 금싸라기 땅에서 이렇게 많은 도서관이 운영중인 것은 정부의 문화 정책과 관련이 있다. ‘홍콩 규제기획 표준과 준칙’ 조례에는 20만 인구당 2천 9백평방미터 면적의 도서관 설립을 규정화하고 있다. 이는 시민들에게 생활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동시에 홍콩이라는 국제적 도시의 위상에 걸맞는 문화 수준 향상 및 경쟁력 확보를 위한 조치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우리 교민들도 이 무료 문화 시설을 이용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도서관의 문을 두드려보자. 이번 방문시 필자의 눈에는 함께 책을 고르는 가족의 모습이 그렇게 정겨워 보일 수가 없었다. 


참고문헌: 閔捷,《香港故事》, 三聯書店有限公司,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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