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에서 일하려면 OOO을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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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에서 일하려면 OOO을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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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고 중국 전문가와의 만남

지난 일요일, 나는 존경하는 옛 은사와 홍콩에서 소중한 만남을 가졌다. 대학원 시절 스승이었던 정영록 교수다. 

우리 나라의 대표적 중국 전문가이자 경제학자이며 지금은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필자가 중국에서 박사 과정을 준비하였을 때 바쁜 와중에도 추천서를 써 준 고마운 은사이기도 하다.

 

1993년부터 1995년까지 베이징 한국대사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원 및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경제공사로 중국에서 근무한 경력도 지닌, 이론과 실무를 겸한 전문가라 할 수 있다. 

중국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수업은 늘 알차고 재미있었다.      

 

코로나 이후 부부 내외가 홍콩으로 간만에 여행을 온 것이다. 

우리는 홍콩섬 사이잉푼의 해산물 전문 식당 호초이(好彩)에서 점심으로 딤섬과 해산물을 함께 즐겼다 (이런 조합은 처음이었는데 상당히 괜찮았다. 손님 접대로 추천한다!).

 

정년을 앞둔 서울대 교수가 전남 구례에 집을 산 까닭은?

 

워낙 오랜만이라 약속 장소에 가기 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옛 스승의 근황을 확인하였다. 

최근 관련 보도는 ‘정년을 앞둔 서울대 교수가 전남 구례에 집을 산 까닭은”이라는 제목의 동아일보 인터뷰 기사였다. 일부를 인용해본다.

 

정 교수는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용 30년 프로젝트를 실현 중이다. 

100가구 규모의 귀촌 타운을 구상하고 있는데, 이를 앞장서 시행하기 위해 강남 집을 자녀에 조기 증여하고 전남 구례로 주거지를 이전하였다. 

퇴직 후 부모 세대가 서울을 비워줘야 청년들이 도시에 정착해 미래를 그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는 지방 소멸 문제에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정 교수는 현재 주 2일을 몰아서 수업하고 나머지 5일은 구례에 머물러 있다.”

나에게 구례는 생소한 지역이었다. 알고 보니 지리산 여행권에 속해 KTX가 다니고 귀향 프로젝트에 부합되는 여건들을 지니고 있었다.

 

아들한테 광동어를 배우라고 해”

 

반갑게 마주 앉은 우리 일행은 광동 음식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주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 편안하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나는 많은 홍콩 사람들이 이민을 떠나 여러 분야에서 노동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는 최근 이곳 상황을 언급했다. 

 

참고로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중반부터 2022년 중반까지 11만 3천명이 이민을 떠나 14만명에 달하는 노동력이 손실되었다. 

홍콩에는 그간 몇 차례의 이민 열풍이 있었다. 

 

홍콩의 중국 반환이 확정된 직후인 1984년, 천안문 사태가 발생한 1989년, 그리고 1997년 홍콩 반환 이후다. 

최근의 이민 물결은 숫자로 봤을 때 1997년 이래 최대다.

 

이런 흐름으로 인해 나는 향후 홍콩의 미래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은 중국이 되는 거지. 하지만 이곳에 커다란 경제권이 만들어지게 될 거야”. 정 교수는 야심차게 추진 중인 대만구 경제권을 언급하였다.

이는 중국의 선전, 광저우, 주하이 등을 비롯한 9개의 도시와 홍콩 및 마카오를 하나로 묶어 거대한 경제 광역권으로 조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인구 7천만명,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600조원으로 한국과 비슷한 세계 11위 규모다. 

마침 엊그제 현지 뉴스에서 행정장관 존 리를 포함한 입법의원 및 고위 관료 80여명이 두 그룹으로 나눠 대만구 시찰 방문을 떠났다는 보도가 있었다. 

 

입법 및 행정 관료가 이렇게 대규모로 시찰을 다녀오는 것은 드문 일정이다. 

중국 및 홍콩 정부가 대만구 경제권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려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예전 수업 때도 얘기했겠지만 중국에서 베이징은 머리, 상하이는 심장, 홍콩과 선전은 팔다리야.” 중국이 홍콩으로부터 얻는 혜택을 무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리고는 이런 조언을 덧붙인다. “아들한테 캔토니스를 배우라고 해”.  “그런데 금융 중심인 센트럴 같은 곳에 가면 만다린 물결이에요. 

그래서 취업이나 업무상 만다린 배우러 우리 학원에 오는 교민도 많구요.” 의아해하는 나에게 정 교수는 손사래를 친다. 

 

“결국 돈줄을 죄고 있는 이들은 캔토니스를 쓰는 사람들이야. 상하이를 가도 그래. 돈뭉치는 뒤에서 상하이어를 쓰는 현지인이 들고 있어.”

 

중국을 극복하고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는 필승 전략 ‘핏팅코리아’

 

나는 언론 보도(문화일보와의 2021년 7월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그의 최근 저서도 언급했다. 

‘핏팅코리아’라는 이름을 달고 출간된 책은 두 달만에 증보판을 내며 주목을 받고 있다는 기사를 접한 것이다. 

 

중국을 극복하고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는 필승 전략에 대한 조언 및 베이비부머의 고민과 해결책이 제시되어 있다고 한다. 

출판 배경에는 한국이 많은 전략 자산을 갖고 있음에도 이를 잘 활용하지 않은 채 부정적 사회 분위기가 드리워져 있는 안타까움이 담겨 있었다.

 

식사가 끝날 무렵 은사가 슬그머니 자리를 뜬다. 나는 눈치를 채고 재빨리 따라 나섰다. 

내가 주재원 시절 함께 했던 식사에서는 계산서를 뺏겼지만 이번엔 양보할 수 없었다.

 

반가움과 아쉬움을 뒤로 하고 어느덧 일어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이번의 소중한 만남은 오래 기억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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