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수요저널이 운영하고 있는 웹사이트(www.wednesdayjournal.net)가 '나눔방' 게시판을 이용하여 한국 사람이 경험하고 있는 홍콩의 좋은 점과 나쁜 점에 대해 토로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이벤트에는 홍콩에 20년 동안 살고 있는 홍콩 토배기부터 이제 막 홍콩생활을 시작하는 새내기까지 참가하였으며, 홍콩인과 결혼해서 사는 사람, 홍콩인과 결혼할 사람, 홍콩이 너무 좋아 자주 방문하는 사람도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3회에 걸쳐서 게재될 이 특집기사에는 자신의 홍콩생활경험기를 솔직하게 올려준 18명의 한국사람이 털어놓는 홍콩의 좋은 점과 불편한 점들에 대해 실리게 된다.
홍콩이 좋다, 왜?
홍콩에 살면서 혹은 방문하면서 홍콩의 저력을 가장 크게 느끼는 이유는 역시 교통시설의 편리함과 운행자들의 친절함에서 연유한다고 한다. 18명의 리포트 제출자 중에서 14명이 홍콩의 좋은 점에 교통시설의 편리함에 대해서 적고 있다.
아침 출근 시간에 MTR(전철 혹은 지하철)이 1분에 1대씩 운행된다는 사실에 대해 이들은 거의 감동하고 있는 듯 하다. 이층 버스가 새벽 1시 30분까지 운행되어 친구와 늦게까지 저녁을 먹고 술 한잔하고서도 비싼 택시 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이들에겐 매력으로 혹은 든든한 신뢰감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한국에서 버스를 타고 내릴 때, 운전기사에게 야단 안 맞으려고 빨리 빨리 서두르는 게 몸에 밴 한 여성이 홍콩 버스를 탔을 때, 아이를 데리고 서둘러 내리기 위해 버스가 정지되지 않았는데도 일어났다가 오히려 홍콩인 운전기사에게 야단 맞은 경험은 사뭇 감동적이었다고 적고 있다.
택시를 탔을 때, 목적지를 말하기 전까지는 미터기를 절대로 꺽지 않는다는 것, 기본 요금밖에 안 나왔지만 500불짜리 지폐를 내밀어도 눈썹 하나 안 올라가고 잔돈을 거슬러주는 택시 기사의 친절함, 무거운 짐 가방을 들고 있으면 매고 있던 안전벨트를 풀고 내려서 직접 짐을 트렁크에 실어주는 배려는 비록 짐 실어준 값 $5을 더 지불한다고 할지라도 기분 좋은 경험이라고 한 여성은 적고 있다. 노란선이 그어져 있는 곳에서는 아무리 손을 흔들어도 택시를 세워주지 않는 택시 기사들의 교통질서 준수도 한국과는 비교되는 것이라고 한다.
두 번째 홍콩의 좋은 점으로 지적된 것은 음식천국이라는 것이다. 9명의 리포트 제출자가 홍콩의 음식문화를 좋은 점으로 꼽아주었다.
아침을 외식해도 아무도 흉보지 않는 다는 것이 여성들에겐 매력으로 작용하고있는 듯 하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까운 곳에서 세계 각국의 음식을 큰 비용 들이지 않고 맛볼 수 있다는 것에 홍콩의 가치를 두는 사람들이 많았다.
세 번째로 홍콩이 좋은 점은 화장빨을 세울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남자들에겐 나쁜 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 화장을 진하게 하고 나가면 오히려 뭇 사람들의 시선을 받게 되므로 화장하는 일이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화장품 값이 절약된다는 것이다. 이와 일맥상통한 얘기로는 츄리닝 바람으로 시내 한 복판을 누벼도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는 편리함이다. 허술한 옷을 입고 백화점에 가면 좋은 물건을 팔지 않는 한국의 풍토에 기가 죽었던 사람들에겐 그 기가 펄펄 살아날 만한 문화 아니겠는가? 겉치레보다는 알맹이에 더 관심이 많은 실속파 홍콩인들의 문화를 한국사람들도 좋아하고 있었다.
그 다음 홍콩의 좋은 점으로는 친절과 안전함이 꼽혔다.
늦은 밤이나 새벽에 귀가할 때, 순찰을 돌고 있는 경찰들을 만나게 되어 반갑다고 한다. 비록 졸고 있었을지라도 아파트 입구에 들어가면 경비 아저씨가 든든하게 쳐다봐 주고 있고 엘리베이터 안까지 모니터로 감시해주는 것에 마음을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길을 묻거나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질문했을 때 짧은 영어로라도 친절하게 답변해주는 시민들과 업무 처리를 위해 관공서에 갔을 때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공무원들(이민국 공무원들은 제외시키고 싶다고 한다) 때문에 홍콩이 좋아진다고 적어준 사람도 있다.
'비즈니스=술접대' 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지 않아서 억지로 술자리에 끼지 않아도 되는 홍콩, 텔레비젼을 통해 정치인들의 쌈박질을 볼 수 없는 홍콩, 앰블런스를 부르면 5-10분 사이에 달려와 주는 홍콩, 24시간 문을 여는 맥도날드가 있는 홍콩, 24시간 가동되는 현금인출기가 손만 뻗으면 어디에나 있는 홍콩, 쇼핑· 등산·바다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홍콩, 가진 자가 벤쯔 몰고 다녀도 '땡땡이' 전차 타고 다니는 가난한 자가 시기하거나 모함하지 않는 홍콩, 보도블럭에 구두 굽이 안 빠지는 홍콩, 버스나 전철에서 추행이 없는 홍콩, 음주 및 흡연 인구가 적은 홍콩, 교육의 질과 교사의 질이 높은 홍콩, 이혼녀와 노처녀가 능력 있는 여자도 평가되는 홍콩, 사기꾼이 적은 홍콩, 길 찾기 쉬운 홍콩, 영어를 배우고 쓸 수 있는 기회가 많은 홍콩, 엔터테인먼트가 발달한 홍콩..... 이런 홍콩에 대해 이곳에 살고 있는 혹은 이곳을 자주 방문하는 한국 사람들은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중문대학에 교환학생으로 나와 있는 한 학생은 자신이 연세대학교 다닐 때와 비교하면서 홍콩의 좋은 점을 적어주었다.
어디에다 물건을 놓고 왔는지 기억만 하면 반드시 그 물건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는 것, 컴퓨터실이 24시간 개방이 된다는 것(한국에서는 시행 열흘만에 컴퓨터가 없어지는 사고가 생겨서 취소되었다고 한다.), 학교 식당의 메뉴가 다양하다는 것(한 끼에 100가지 정도), 잔디구장 하나 없는 연세대학교에 비해 중문대학교에는 우레탄 트랙만 2개에 체육관도 4개, 극장 및 강당이 5개라는 것, 기숙사에서 문 열어놓고 하루종일 나갔다와도 아무 것도 안 없어진다는 것(그는 신촌에 있는 후배 하숙집에서 돈과 워크맨을 도둑맞은 경험이 있고, 친구가 화장실 간 사이 노트북이 없어지기도 했고, 방에 누워있는데 리바이스 청바지가 머리 위로 날라가기도 했단디. 누군가 낚시 줄로 낚아갔다고) 등이 그가 느끼는 홍콩의 좋은 점이다.
이상은, 다만 그들이 느낀 좋은 점 매력적인 점이었다는 것이지 이것들이 곧 홍콩의 모든 것은 아니다. 수요저널 다음 호에서는 홍콩의 불편한 점, 정 떨어지는 점, 사람 미치게 만드는 점 등이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