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법정으로간 한식당 사장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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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법정으로간 한식당 사장님들

홍콩 법정으로간 한식당 사장님들


글 손정호 편집장

 

최근 몇년간 한류 붐으로 한식당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밀려오는 홍콩 손님들 덕분에 식당 직원 구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많았습니다. 한국에서 온 주방직원과 워킹할리데이 비자를 받고 온 젊은이들도 많아졌지요. 하지만 좋은 시절도 잠시경기 불황을 예상치 못한 식당들 중에는 1~2년만에 높은 임대료를 이기지 못하고 매물로 나오거나 투자비용이 아까워 울며 겨자먹기로 영업하는 곳도 있습니다.

 

한식당과 관련해서 소송까지 갔던 두가지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첫번째는 가정부 때문에 엄청난 맘 고생을 하신 분입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특정 이름과 내용은 각색했습니다.) 개인사업을 하시다가 한식당을 처음 열게 된 최진희(가명) 씨는 첫달부터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좋은 길목에다 맛깔난 음식솜씨에 손님이 넘쳤습니다. 식당일이 너무 바빠 바로 길건너에 있는 집의 자녀도 잘 챙기지 못했습니다. 자연스레 자녀들의 식사도 식당에서 자주 해결했고, 가정부도 식당에 거의 매일 오가게 됐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핸드폰으로 가정부를 식당일에 시킨 것을 목격했다. 3만달러를 내놓지 않으면 홍콩 노동국에 신고하겠다는 협박 문자를 받았습니다. 가정부에게 식당일을 시킨적이 없다고 자신한 최 씨는 이를 무시했고, 가정부도 전혀 자신의 생활을 누구에게 말한 적 없다고 말했습니다. 얼마뒤 노동국에서 나왔다며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법정에 불려간 최 씨는 가정부에게 일을 시킨 적이 없다고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몇차례 법정 심사를 받다가 결국 가정부가 협박범들과 함께 공모한 증거가 발견돼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최 씨는 변호사 비용을 포함해 40만달러를 쓰고 1년 가까이 법정을 오가며 이루 말할 수 없는 마음 고생을 해야만 했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는 환갑넘은 주방장의 사연입니다. 이명하(가명) 씨는 20년전 홍콩의 한식당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주방장인데, 몇년전 지인 A씨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A씨의 아들 B사장이 홍콩에 식당을 열었으니 와서 일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젊은 B사장은 평소 직원들 임금에 매우 야박했지만, 이 씨에게는 이사님이라 부르며 2년간 잘 지냈습니다. 어느날 A씨의 부인이 한국돈을 주며 홍콩달러를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이 씨는 환율에 맞춰 홍콩달러를 주었는데, 아들 B사장이 어머니가 빌린 돈을 홍콩달러로 돌려 줄테니 한국돈을 다시 달라고해 결국 건네 주었습니다. 하지만 B사장은 시간이 지나도 갚기를 계속 미루었습니다.


차용증 하나 없이 빌려준 돈에 이 씨는 점점 불안해진 어느날 이 씨 앞으로 개인소득세 고지서가 날아왔습니다. 이상하게도 B사장이 직접 내겠다고 고집했고, 얼마뒤 B사장이 대신 세금을 냈다고 주장했지만 세무국 확인결과 미납 상태였습니다. 세무국 직원은 B사장을 의심해 경찰에 신고하라고 조언했고, 이 씨가 경찰서에 가겠다고 엄포를 놓자 사장은 그날에서야 세금을 지불했습니다. 사과 한마디 없이 말이죠. 이 씨가 B사장 어머니 때문에 억지로 빌려준 돈 중에서 세금을 제외한 금액(수표, 현금)도 몇달만에 어렵게 받았습니다. 경기가 계속 나빠지자 주방장의 임금도 4개월이나 밀렸습니다. 기다리다 지친 이 씨는 B사장을 믿지 못한다고 판단해 노동국에 신고했고 결국 법정에 섰습니다.


판사는 임금체불 문제보다 먼저 B사장의 사업장에서 탈세 흔적이 보인다며 전문 회계사의 공인을 받은 회계결과를 다시 가져올 것을 명령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B사장은 별도로 변칙적인 소액재판을 신청했습니다. 예전에 어머니의 돈 때문에 지불했던 수표와 은행거래 명세서를 증거로 삼아 임금을 지불했다고 주장하며, 이 씨가 돈을 더 요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씨가 문서보관이 허술했던 점을 악용한 것입니다. (이 씨는 실제로 2년간 고용계약서는 물론 출근표도 없었으며, MPF도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된 판사는 엄청나게 화를 내며 B사장을 꾸짖었습니다. 결국 소액재판은 취하됐습니다. 이 씨는 마지막 판결을 앞두고 다른 식당으로 옮겨 취업비자를 기다리고 상태입니다.

 

경기가 많이 어려워지면서 한인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이성을 잃지 않고, 외롭고 약한 사람을 돕는 한인 사회가 되길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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