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만 해도 중국 골프장에서 캐디에게 위안화를 팁으로 주면 싫어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홍콩달러를 받는 게 이득이었으니까요. 지금은 다릅니다. 홍콩달러보다 위안화를 더 좋아하죠."
위안화가 강해졌다.
홍콩 직장인 대부분이 위안화 예ㆍ적금 통장을 가지고 한 달에 일정 부분 위안화를 사들이는 게 유행일 정도다. 최근 위안화가 미국 달러화 대비 값이 떨어지는 약세장을 연출해 `위안화 재테크`가 다소 주춤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홍콩 직장인들은 여전히 위안화 강세에 베팅하고 있다.
홍콩 사람들의 재테크는 중국이라는 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발행한 채권에 대한 투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8월 유럽 재정위기 당시 크게 출렁였던 이머징마켓 통화가 다시 강세 국면에 들어가면서 국내 채권보다 금리가 높고 자본 차익이 기대되면서다.
과거에는 해당 국가에서 발행한 달러화 표시 채권을 사들였다면 지금은 좀 더 과감해졌다. 사기업에서 발행한 현지 통화 표시 채권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아시아지역 경제가 6% 성장해 미국(2.1%), 유럽(0.3%)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과 말레이시아의 인플레이션도 2년래 최저 수준이고 주요 지역통화들도 미국 달러화 대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 채권 투자펀드회사의 한 관계자는 "요즘 홍콩에서는 신흥국 채권에 투자하는 `이머징 채권 펀드`가 각광받고 있다"며 "과거에는 위험 관리를 위해 신흥국에서 발행하는 달러화 채권에 투자했다면 지금은 해당 지역의 통화로 발행하는 채권과 사기업에서 발행하는 채권 등으로 투자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는 브릭스(BRICS) 등 여러 신흥국의 채권을 한데 묶어 투자했다면 지금은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등 지역별로 특화된 채권 펀드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홍콩에서는 핌코의 이머징 아시아 채권 펀드를 중심으로 JP모건, 피델리티 등 여러 투자회사의 아시아 채권 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핌코의 이머징 아시아 채권 펀드는 4억~5억달러 규모로 설정액도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홍콩의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홍콩의 고액자산가는 공격적 투자보다 자산을 보유하고 유지하는 것이 주된 투자 목적"이라며 "이런 분위기 때문에 채권 투자에 대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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