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복건(食在福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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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복건(食在福建)

중국의 동남쪽에 복건성이 있다. 복건성은 중원의 난리를 피해 많은 사람들이 숨어살던 곳이다.

그들이 숨어살면서 가지고 온 언어를 그대로 전수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지금도 복건성의 방언은 옛 중국의 표준말이라고 한다. 복건성의 동남지역은 남중국해에 면하고 있고 서북지역은 높은 산이 많다.

따라서 바다에서 나오는 음식재료, 산에서 나오는 재료가 풍부하다. 문자 그대로 산해진미의 고향이다.

일반적으로 산물이 풍부하므로 흉년이 들어도 끼니 걱정을 하지 않는다. 바다에 나가면 생선이며 조개류가 흔하고 산으로 들어가면 각종 열매며 죽순등이 흔하다.

기후가 온난하고 토질도 좋아 곡식이며 야채 등 밭작물도 풍부하다.

그래서 식재복건(食在福建)할 정도였고 복건성의 음식이야말로 세상에서 으뜸이라고 한다.
 
반찬 중에도 불도장(佛跳墻)이라는 음식이 있다. 글자대로 해석하면 불(佛) 즉 불도(佛徒, 스님)가 담장을 넘어 간다는 뜻이다. 스님이 담을 넘을 정도의 기막힌 사연이 담겨있는 요리이다.



불도장(佛跳牆)

복건성의 복주(福州) 인근에 사는 유학자들이 시회(詩會)를 하였다. 보통 시회는 수 일간 걸린다.

시회의 마지막 날 서로의 시를 품평하면서 뭔가 특별한 파티(宴)를 생각하였다. 시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에게 뭔가 하나씩 음식 재료를 가지고 오게 하였다.

시회에 참석하는 선비들이 가지고 온 물건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고 한다.

* 말린 전복
* 상어 지느러미
* 해삼
* 사슴의 아킬레스 腱
* 물고기 부레
* 조개 말린 것
* 훈제 돼지고기 (햄)
* 감귤의 껍질
* 자라
* 버섯
* 죽순
* 기타 한약재 다수

주최측은 큰 오지 그릇에 이러한 재료를 몽땅 넣고 삼일 밤낮을 끓였다. 재료가 점점 익으면서 냄새가 인근을 진동하였다.

마침 인근의 절간에서 불사에 정진하던 스님들은 콧속으로 스며드는 그 냄새에 안절부절 하였다.

스님들은 작당을 하여 높은 절간의 담을 넘어 냄새를 쫓아 시회를 하는 선비들 속으로 들어간다.

물론 요리의 우수성을 선전하기 위한 중국식 과장으로 붙여진 이름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 요리가 후대에도 널리 알려져 왔고 지금도 중국요리 중에 고급 요리로 자리잡고 있다.


/ 글 유주열(수요저널 고문, 전 나고야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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