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蘇軾)이 만든 동파육(東坡肉)
중국에서 훌륭한 지방관이 되기 위해서는 만물박사가 되어야 했는지 모른다. 목민(牧民)하고 애민(愛民)하는 마음에서 백성들이 즐겨 먹을 수 있는 요리도 만들어 내야한다.
소동파가 항주의 자사(지방관)로 있을 때 창안한 요리가 동파육이다. 그는 북송시절 항주가 좋아 두 번씩이나 지방관을 하였다.
중국 농촌에 흔한 돼지의 갈비살을 소흥주(紹興酒) 속에 넣어 오랜 시간 끓인다. 소흥주의 특별한 향내가 식욕을 돋군다.
소흥주는 항주 인근의 소흥 특산의 미주(米酒)이다. 서양의 포도주처럼 오래 숙성해야 좋다고 알려져 있다.
소흥 지방에는 딸을 낳으면 소흥주를 담궈 놓는데 그 딸이 시집을 갈 때 처음으로 개봉한다고 한다.
마치 서양에서 자식이 낳는 해의 포도주를 와인 셀러에 보관해 두었다가 자식이 장성한 후 대학을 졸업한다든지 결혼식 날 등에 기념으로 꺼내 쓴다는 얘기와 비슷하다.
서양에서는 지금도 가장 귀한 손님에게 하는 최고의 선물은 그 손님이 태어난 해에 만들어진 포도주를 꺼내 놓고 마시는 것이다. 소흥주가 고기육질 깊히 울어 들어간 동파육은 항주의 별미다.
퓨전요리 원조
중국요리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요즈음 퓨전(fusion)이 유행하지만 중국요리는 옛날부터 그 퓨전의 결과로 보여진다.
중국 자체가 보통국가 크기의 나라 15개 정도로 나눌 수 있는 인구와 땅덩어리가 한 국가로 뭉쳐있다.
그것도 미국이나 구 소련처럼 United가 아니고 하나의 단일국가로 곧 바로 China로 표기되고 있다.
그러나 기후대는 아열대부터 한대까지 사막지대부터 고온다습의 열대우림 지역까지 대부분의 기후대와 토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음식도 지방마다 다양하여 교통이 불편하였던 시절에는 말이 서로 틀리듯이, 음식도 서로 나누어 먹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명·청의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는 현재의 북경어로 관화(官話)를 만들어 중앙에서 파견된 관리들을 중심으로 언어를 통일하였고 음식도 황실 요리를 중심으로, 나중에는 북경요리를 중심으로 차츰 휴전음식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이는 황실(궁중)요리는 전국에서 가장 뛰어난 요리사를 불러들여 황실 주방을 구성함에 따라 최고급 지방요리가 휴전화되고 북경요리는 북경이 북방에 치우쳐 있어 재료의 한계가 있지만 수 백년간 수도의 기능으로 중국 각 지역에서 올라온 요리사와 그들이 운반해 가지고 온 지방재료를 이용하여 요리를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또한 재료가 가장 풍부한 대륙 남쪽의 광동성 사람들은 육해공 모든 재료를 음식 만드는데 사용하였다.
그래서 날아다니는 것은 비행기만 빼고, 네 발 달린 것은 책걸상만 빼고는 모두 요리해 먹을 수 있다고 큰소리 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의 이러한 노력은 중국을 떠나서도 계속되고 있다.
그 중 하나의 실례가 제비집(옌워 燕窩) 요리라고 생각된다.
사람이 먹을 수 있다고 감히 생각해 보지 않은 재료를 이용하여 지금은 세계 최고의 요리로 만들어낸 사람이 바로 중국 사람이다.
/ 글 유주열(수요저널 고문, 전 나고야 총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