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사랑하는 홍콩인]한국인의 정서를 닮아가는, 패트릭 수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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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사랑하는 홍콩인]한국인의 정서를 닮아가는, 패트릭 수엔

패트릭 수엔. 홍콩 메트로 팝의 에디터이자 현지 매체에 한국에 대한 다양한 정보 및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는 패트릭은 언제 처음 ‘한국’의 문화를 접하게 되었을까?

미식가이셨던 아버지를 따라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한국 레스토랑에 갔던 기억을 떠올렸다. 20여년 전 그때만 해도 홍콩에는 한국 음식점이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그 때 처음으로 한국 음식과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알게 된 패트릭은 2001년 처음으로 한국어를 배웠다. 언어와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그를 이끌게 한 것은 한국 영화였고, 한국의 영화배우들과 감독에 대해 인터뷰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영화배우 전도연을 가장 좋아한다는 패트릭은 그녀의 작품 <밀양>을 비롯한 다양한 영화 평론, 한국 연예계 소식, 문화에 대해서 홍콩 잡지 등에 기고하고 있다.

“저는 홍콩배우 양조위를 무척 좋아해요”

웃으며 건네는 기자의 말에 패트릭은 홍콩의 몇몇 유명한 배우들을 제외하고선 전문성이 부족한 홍콩 현재의 영화계와 연예 산업을 걱정하기도 한다. 한국의 영화배우들은 작품 영역 폭이 넓고, 대학의 연극영화과, 일반 사설 연예교육기관 등을 통해 잘 훈련된 배우들이 쏟아져 전문성이 깊지만, 홍콩에는 이러한 교육기관이 전무하다시피 해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덕화, 양조위, 성룡, 진혜림, 등 몇몇 유명배우를 제외하고선 이곳 영화와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멈춰서 있는 듯한 느낌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얼마 전에는 <달콤한 나의 도시>라는 드라마를 봤어요. 연상 여자와 연하 남자의 만남과 연애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어요. 한국에는 지금 점점 이런 트렌드가 생겨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죠. 홍콩에서는 아직까지 연상 여자와 연하 남자의 만남이 보편화되지는 않은 것 같아요. 홍콩은 겉으로 봤을 때는 굉장히 개방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국 전통적인 보수주의가 남아있는 것 같아요. 유교 문화가 깊은 한국도 보수적인 문화가 있지만 요즘은 조금씩 변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아, 요즘은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보고 있는데 저, 강마에 씨 팬 되었어요! 너무 재밌어요.”

몇 해 전, 패트릭은 한국 정부에서 초청한 한 행사에 갔던 경험을 이야기 한다. 패트릭처럼 한국의 문화를 좋아하는 외국인들을 초청한 자리. 학교를 졸업한 지금까지, 정장을 입어 본 적이 없던 패트릭은 그 행사 만찬식에 참석하면서 걱정 아닌 걱정을 해야 했다.

“그 행사를 주최하신 분들, 그리고 모인 분들이 대부분 넥타이와 함께 정장 차림이셨어요. 저는 니트와 바지를 입고 갔었는데, 막상 인사를 나누며 악수를 하는 제 차례가 되었을 때, 그쪽 관계자분이 저를 어떻게 보셨을까, 순간 눈치도 보였어요. 마치 제가 예의가 없는 것처럼 생각하실까봐 걱정도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특히 남자 분들의 옷이나 헤어스타일이 거의 비슷한 것 같아요. 군대 생활을 통해서인지 일정한 규율과 형식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마치 그 틀에서 벗어나면 크게 어긋나는 사람인 것처럼 보일까봐 걱정하나요?.”

8년 정도, 한국어를 공부한 패트릭은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 한국어 강습을 받고 있다. 대장금 등으로 한류가 한창이던 홍콩에서는 그 당시 한국어 교육 강좌 기초반에 중년의 아주머니를 비롯한 많은 시민들이 꽉 차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중급반, 고급반으로 진행될수록 학생 수는 현저히 줄었다고 하는데, 왜 그럴까?

“한국어는 저한테는 무척 재밌지만 또 그만큼 어렵기도 해요. 드라마로 인해 한국에 대한 인식이 처음으로 생겨나긴 했지만, 영화나 드라마, 한국 IT 제품 등을 제외하고선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그리고 홍콩 사람들이 한국어를 계속 배우고, 또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것 같아요. ”

“한국 어디 좋아하세요? 삼청동 가보셨어요?”

“서울 삼청동에 있는 카페들, 조용한 분위기 걷는 것. 정말 좋아해요. 홍콩에는 그런 분위기, 한적한 곳 없어요. 춘천 닭갈비도 무척 좋아해요. 맵지만 맛있어요. 그런데 홍콩에는 닭갈비 먹을 수 있는 곳이 없어서 아쉬워요. 전주 영화제 할 때도 가봤는데, 부산국제영화제를 아직도 가보지 못했어요. 이번에 한국에 가면 서울 부암동에 가볼 거예요. 그곳에도 한적하게 산책할 수 있는 길이 있고, 카페들이 있어서 이야기 나누고 여유로운 시간을 갖고 싶어요. ”

사람들로 붐비는 이곳 홍콩에서 태어나 교육받고 자란 홍콩 청년 패트릭. 비슷한 도시 풍경 속에서도 서울의 한적하고 고풍스런 돌담길을 걷고, 차를 마시고, 정취를 느끼는 패트릭에겐 경주 기차 여행에서 만난 아주머니의 정(情)이 가슴이 남아있는 듯 보였다.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빠르게 변하고 있는 현재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패트릭에게 느껴지는 대한민국의 현재는 어떤 모습일까?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한국인의 따뜻한 온정이, 소박하지만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숨쉬고 있음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경정아 리포터
(jak@wednesday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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