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인터뷰] '지하철 1호선'의 성공 이유가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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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 인터뷰] '지하철 1호선'의 성공 이유가 뭡니까?

<지하철 1호선>의 성공 이유가 뭡니까? - 연출자 김민기에게 물었다 오는 2월 14일부터 3월 9일까지 진행될 홍콩아트페스티벌의 피날레 작품으로 초청받은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 -원제: ‘Line1’, 원작자: Volker Ludwig, 음악: Birger Heymann-의 번안 및 연출자 김민기씨를 만났다. 그는 홍콩공연 관련으로 홍콩을 방문했다. 수요저널: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홍콩일정 좀 알려주세요. 홍콩방문은 몇 번 째 인가요? 김민기 : <지하철 1호선>공연 관련해서는 두 번째 방문입니다. 작년 봄에 아트페스티벌 측에서 ‘지하철 1호선’ 초청여부를 놓고 한번 보자고 해서 왔었습니다. 오늘은 아트센터에서 작품 관람이 있고 내일은 페스티벌 스탭진들과의 미팅 및 신문사들과 인터뷰가 있습니다. 그리고 모레 돌아갑니다. 수요저널: 아시아에서는 가장 권위있는 예술축제인 홍콩아트페스티벌에 초청되신 것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미 독일, 일본, 중국에서 성공적인 공연으로 좋은 명성을 얻으셨는데 이번 홍콩공연도 기대가 됩니다. 준비하시는 데 어려움은 없습니까? [[1[[ 김민기: 30여명의 공연팀을 끌고 해외공연을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학전’ 소극장과는 무대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무대장치에 어려움이 있지요. 그래서 현재 홍콩 무대와 비슷한 크기의 의정부 문예회관에서 실연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홍콩공연진은 현재 공연팀과 같을 것이고 무대장치가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갈 경우, 공연자들이 도착해서 체류하고 공연하는 것에 드는 비용만 주최측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그 외 추가경비에 대한 어려움이 있습니다만, 이번에는 한국정부 측에서 지원을 해줘서 크게 어려움은 없습니다. 수요저널: <지하철 1호선> 공연이 시작된 지 거의 십년이 되어가는 것으로 압니다. 1700 회가 넘어섰다고 하셨는데, 장수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피드백은 잘 되고 있는지요? 부정적인 반응은 없습니까? 김민기: 피드백은 홈페이지를 통해 잘 되고 있는 걸로 압니다. 올 10월이면 2천회를 맞게 되고 공연시작한 지 10년이 됩니다. 원작 'Line 1' 역시 독일에서 아직 공연하고 있는데 86년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 1,100회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에 비하면 <지하철 1호선>이 훨씬 활발하게 공연되고 있는 셈이지요. 뮤지컬 장기공연이라는 게 미국, 영국, 일본 외에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한국에서 ‘지하철 1호선’이 장기공연을 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고, 저로서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금까지 뮤지컬이나 연극계에서 이런 예가 없었기 때문에 <지하철 1호선>이 장기공연시스템을 만들어나간다고 봐야합니다. 이 작품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많습니다. <지하철 1호선>은 뮤지컬 중에서도 마당극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를 싫어합니다. 형식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지요. 내용면에서도, 대부분의 뮤지컬이 환타지 내지는 고급취향적인 것을 다루고 있는 반면 <지하철 1호선>은 서민층과 밑바닥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안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수요저널: 왜 하필이면 독일의 'Line 1'을 택하셨습니까? 작품을 직접 쓰실 수도 있었을텐데요. ]]2]] 김민기: 제가 뮤지컬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사회적 여건 때문에 작업을 못하다가 90년대에 ‘학전’극장을 열면서 옛날에 했던 것을 할려고 보니 안 되겠드라구요. 그래서 외국 것을 검토해보다가 독일의 'Line 1'을 만났습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포장 잘 된 상품과 같아서 수입해다가 팔기만 하면 되는 데, 유럽 것은 공부할 꺼리들이 많았습니다. 내용을 우리 것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진지하게 공부해보겠다고 생각하고 <지하철 1호선>을 만들었고, 그저 쟁이적 마인드로 접근했을 뿐인데 의외의 성공을 거두어서 저도 놀랐습니다. 내 것도 중요하지만 내 것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남의 것을 배우는 것도 아주 중요하지요. 수요저널: <지하철 1호선>으로 밥은 먹고 삽니까? 김민기: 허헛 ... 수요저널: <지하철 1호선>의 장기공연 비결이 뭘까요? 연출자 입장에서 생각하시는 이유를 듣고싶습니다. 김민기: 다른 뮤지컬들이 빛을 다루었다면 <지하철 1호선>은 그림자를 보여주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그 차별성이 관객들에게 친근감을 주지 않았나 합니다. 공연되는 뮤지컬에서 관객들은 자신 주변의 모습을 보는 것이지요. 코앞의 리얼리티라고나 할까요. 독일에서는 <지하철 1호선>에 대한 평을 ‘리얼리즘적인 뮤지컬의 성공’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또 하나 이유를 든다면, 뮤지컬이 한국사람의 체질에 맞는 것 같습니다. <지하철 1호선>에서는 라이브 뮤직을 합니다. 한국에서는 전에 녹음테이프를 틀었었는데, <지하철 1호선> 이후로는 녹음테이프가 안 통하게 되었지요. <지하철 1호선>은 정말 특이한 성공케이스입니다. 찾아주는 관객들이 고마울 따름이지요. 수요저널: 김선생님의 그 정도 답변에 만족 못합니다. 겸손하게 답변하시느라고 진짜 이유를 빼먹은 것 같은데요. 원작자까지도 <지하철 1호선>은 'Line 1'과 전혀 다른 작품이라고 발표를 했고 그래서 원작자가 로얄티도 안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지하철 1호선>은 거의 김선생님 작품이라고 해도 될만큼 독창적인 내용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빼먹은 거, 그것을 마저 말씀해주십시오.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뭔가가 분명 있을 것입니다. 저도 <지하철 1호선> 보면서 느낀 게 있습니다. 그게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김민기: 제가 만약 젊었다면 밑바닥 사람들의 증오를 그렸을 겁니다. 그들 편에서 싸우려고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같이 살아봤더니 그들로부터 배우는 게 많았어요. 그 사람들을 존중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아프지만 웃을 수 있는 내용을 다루게 되었습니다. 정말 아픈 얘기를 하고 있지만 관객들이 웃습니다. 냉소가 아닌, 비웃음도 아닌 그런 웃음을 웃지요. 수요저널: 맞아요, 바로 그겁니다. 그걸 사람들은 ‘사랑’이라고 말하지요. 저도 <지하철 1호선>을 보고 나오면서 ‘뭔가가 있다, 그게 뭘까?’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김선생님께서 극중에 나오는 사람들과 함께 진짜로 생활해보셨단 말씀이십니까? 뭐뭐 해보셨어요? 김민기: 광부, 농사꾼, 어부, 공장노동자, 공사판 막노동꾼, 노숙자 다 해봤습니다. <지하철 1호선>에 나오는 인물 중에서 오팔팔 창녀 빼고는 다 해봤지요, 허헛! 그들과 생활한 것이 제게는 복이었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을 많이 배웠어요. 그들만큼 프로는 아니었습니다만... 지면이 부족하여 인터뷰 내용은 여기까지만 싣는다. 김민기씨의 ‘학전’에서는 지난 1500회 공연을 기해 이벤트를 하나 마련했다고 한다. 작품 속에 나오는 인물들인 창녀, 외국인근로자, 노숙자 들을 초청하여 관객석에 앉히고 <지하철 1호선>을 공연한 후 그들과 함께 떡을 나누고, 그들 손에 장미 한 송이를 전해주면서 “여러분들이 바로 우리의 주인공들입니다!”라고 고백했다고 한다. 그들을 팔아먹는 것이 걸려 그렇게라도 해야 덜 죄송스러울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김민기씨는 수줍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의 웃음은 따뜻했고 그 웃음을 보면서 <지하철 1호선>의 성공이유가 ‘사랑’ 이었음을 거듭 확인했다. 사랑은 광고하지 않아도 사람들을 통해 전달되는 것이므로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끊이지 않고 관객들이 줄을 선 것이리라. 밑바닥 인생들을 살아가게 하는 힘, 그 ‘사랑’을 김민기씨는 자신의 체험을 통해 정확하게 볼 줄 알았고 그것은 <지하철 1호선>뮤지컬에 그대로 드러난다. 이를 놓치고 싶지 않은 교민들은 3월 6-8일 사이의 공연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공연일정 ▶ 어디서 - 홍콩연예학원극장(Hong Kong Academy for Performing Arts, Lyric Theatre , 1 Gloucester Road, Wanchai, HK) ▶ 언제 - 3월 6일(목), 7일(금), 8일(토), 저녁 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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