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점심과 저녁 시간은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일과이다. 오늘은 뭘 먹을까? 중국식, 한국식, 일본식, 서양식.. 너무나 다양한 메뉴들은 결정 장애가 있는 나를 늘 고민하게 만든다.
며칠 전 평일 오후, 오늘은 좀 특별한 걸 먹어볼까하고 선택한 곳이 시우메이(燒味, 표준 중국어 ‘쌰오웨이’) 식당이었다. 사실 씨우메이는 특별하다기 보다 별미라고 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홍콩 곳곳에서 맛볼 수 있고, 씨우메이 식당은 우리 학원이 있는 노스포인트만 하더라고 차찬텡 버금갈 정도로 흔하다. 짙은 갈색의 광택을 발산하는 돼지고기와 거위 등이 구워져 꼬챙이에 걸려 있는 레스토랑이 씨우메이 전문점이다. 시우메이는 가격도 40~70홍콩달러로 저렴하여 부담 없는 한끼 식사로 좋다.
씨우메이는 광동식 바비큐 요리이다. 돼지, 닭, 거위, 오리 고기가 주재료이다. 그 자체로 즐기기도 하고, 밥 위에 올려져 한 끼 식사로 제공되기도 한다. 국수와 곁들여지는 메뉴도 있다. 이번에도 우리 학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홍콩인들에게 슬쩍 질문을 던졌다. 얼마나 좋아하고 자주 먹는지, 무슨 메뉴를 좋아하는지 등을 물어보았다. 자주 즐기는 이들은 일주일에 한 두 번, 평균적으로는 한달에 두세 번은 이 요리를 찾고 있었다.
유래는 광동성의 슌더(順德)로 알려져 있다. 원래는 가정식 요리였다. 슌더인들이 광저우로 이주하면서 전파되었다. 청나라 말 무렵, 슌더인과 광저우인들이 홍콩에 넘어온 후 시우메이는 유행을 타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며 다른 광동요리가 그렇듯 시우메이도 홍콩에서 자체 발전을 이룬다.
홍콩의 선조들은 씨우메이를 매우 사랑했던 것 같다. 성묘나 차례를 지낼 때 제사 음식으로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주요 씨우메이의 종류를 알아보자.
아마 가장 많은 선택을 받는 메뉴가 아닌가 싶다. 돼지고기를 꼬챙이로 꽂아 불 위에서 달구며 익힌다. ‘차시우’의 ‘차(叉)’는 꼬챙이, 포크의 의미가 있다. 재료는 돼지의 어깨살을 사용한다. 겉에 붉은 빛깔을 띤 차시우장을 발라 구운다. 달달하고 짭짤한 소스가 불냄새와 함께 쫄깃한 육질과 어우러지는 맛이 일품이다.
가정식에서 유래가 되었기 때문에 지금도 홍콩의 일반 가정에서 요리해 먹기도 한다. 우리 학원의 보니 씨는 아버지가, 도리스 씨는 남편이 가끔씩 주방에서 솜씨를 선보인단다. 요리 자체가 어렵지는 않다. 슈퍼마켓에서 시우메이용 고기와 차시우 소스를 판매하기 때문이다. 고기를 익혀 그 위에 차시우 소스를 뿌리면 된다. 밥 위에 올려 먹는 차시우판이 인기가 있으며 주요 딤섬 중 하나인 차시빠오도 유명하다.
시우메이 종류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메뉴는 ‘차시우시우압판(叉燒燒鴨飯)’이다. 위에서 소개한 ‘차시우’와 오리구이인 ‘시우압’이 밥 위에 한 줄씩 올려져 있다. 예전에 우리 학원 중국어 시간에 우연히 이 메뉴를 좋아한다는 수강생을 만나 왠지 모를 반가움(?)을 표현한 적도 있다.
지난 금요일 저녁은 이 칼럼을 위해 시우메이로 유명한 식당 체인점인 타이힝(Tai Hing)을 찾았다. ‘차시우시우압판’을 주문했으나 오리는 없고 거위가 있다고 했다. 사실 거위가 오리보다 고급 요리이다. 그래서 가격도 더 비싸다. 그러다 보니 거위 대용으로 오리를 내놓은 식당이 많다. 나는 거위가 들어간 ‘차시우시우응어판’을 달라고 했다. 그런데 먹어 보니 거위와 오리의 맛을 구분할 수는 없었다. 요리 방법은 같다. 표면에 각종 양념이 들어간 소스와 기름이 발라져 구워내는 방식이다. 검붉은 빛깔이 반들하고 껍질은 바삭하다. 우리 학원의 홍콩 수강생들에게 맛을 구분할 수 있냐고 물으니 가능하다는 이와 불가능하다는 이들이 반반으로 나뉜다. 오리든 거위든 작은 뼛조각이 있으니 먹을 때 약간의 주의를 요한다.
시우위쥐는 새끼 돼지 구이이다. 보통 생후 2~6개월된 돼지를 사용한다. 아직 젖은 떼지 못했다 하여 이름에 젖 유(乳)가 붙었다. 얇고 바삭한 껍질이 특징이다. 홍콩의 각종 연회에도 빠지지 않는 요리이다. 시우욕은 이에 비해 비계와 살이 두툼하게 붙어 나온다. 삼중 구조인데, 껍질은 매우 바삭하고 그 아래로 비계와 살코기가 연결되어 있다. 시우욕 재료로 늑골 부분을 최고의 육질로 친다. 보통 겨자를 찍어 먹는데, 우리 한국인들의 입맛에도 잘 맞는 요리이다.
둘 다 닭이 주재료이며 비비큐 스타일의 요리는 아니다. 하지만 시우메이 식당에 가면 함께 메뉴를 구성하고 있다. 시야우까이는 간장이 촉촉히 베어 있는 닭요리이다. 시야우는 간장을 뜻한다. 빡칫까이는 이것저것 양념을 많이 하지 않고 담백하게 삶아져 나오는 닭 요리다. 옅은 노란색을 띠고 있다.
시우메이는 어디서 즐길 수 있나?
시우메이 전문 식당의 간판에 보통 ‘燒味’라 쓰여 있다. 체인점으로는 타이힝(Tai Hing)이 유명하다. 원래 시우메이 전문점이었으나 차찬텡 형태로 전환하여 다른 요리들도 함께 구비해 놓았다. 홍콩의 대표적 중식 패스트푸드점인 카페데코럴(Café De Coral)과 페어우드(Fairwood) 등에서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