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염정공서(ICAC)는 13일 성명을 통해 선홍카이 그룹의 공동회장인 토머스 쿽과 레이먼드 쿽 형제 등 5명을 뇌물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쿽 형제와 함께 라파엘 후이(許仕仁) 전 정무사장도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됐다.
선홍카이 그룹의 특별고문을 지낸 후이 전 정무사장은 ICAC가 기소한 사람 중 역대 최고위 인사이다.
쿽 형제는 후이가 정무사장으로 재직한 2005~2005년 뇌물을 대가로 토지 매각 정보를 넘겨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ICAC 설립 이래 최대 뇌물사건으로 꼽히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3월 후이 전 정무사장이 선홍카이 그룹으로부터 4000㎡ 크기의 호화주택을 임대하고, 1억5000만 홍콩달러의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부패 혐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쿽 형제는 무담보로 후이에게 이러한 거액을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체포된 후 보석으로 풀려났던 이들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쿽 형제와 후이 전 정무사장의 부패 스캔들은 선홍카이 그룹의 재산분쟁에서 파생된 것이다.
1963년 회사를 공동 창업한 부친 쿽탁셍이 90년 사망하자 장남인 월터 쿽이 회장직을 승계했다.
그러나 1990~2000년대 초반 홍콩에 부동산 붐이 일면서 회사 규모가 커지자 둘째인 토마스와 막내인 레이먼드가 형의 경영권에 반기를 들고 지분 다툼을 벌였다.
몇 년간의 법정분쟁 끝에 2008년 5월 두 동생이 우호지분 등을 규합해 형의 경영권을 빼앗았다.
월터는 두 동생이 자신이 추진했던 부동산 발주계약을 막고 회사 비리조사를 방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또 회사 비리 관련 자료를 염정공서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후이 전 정무사장 관련 비리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월터는 지난 5월 체포됐지만 이번에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선홍카이 그룹의 재산분쟁과 함께 렁춘잉 행정장관이 선거운동 기간 홍콩 기업인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한 것과도 관련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시 홍콩 기업인들은 중국 정부가 지지하고 반재벌정책을 내세운 렁 행정장관 대신 친기업 공약을 제시한 헨리 탕 후보를 밀었다.
쿽 형제에 대한 체포는 렁 장관 당선 후 4일 만인 지난 3월 29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쿽 형제의 재산은 183억 달러로, 아시아 최고 부자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220억 달러)에 이어 2위의 홍콩 재벌로 꼽힌다.
선홍카이는 홍콩 최고층 빌딩(118층)인 국제상업센터(ICC) 등 중화권 대형 건물 수백 채를 건설했다. 지난해 말 현재 그룹 임직원은 3만5000여 명에 달한다.
이날 선홍카이 그룹의 토마스 찬 이사, '뉴 인바이런멘틀 에너지 홀딩스(New Environmental Energy Holdings Ltd)'의 프랜시스 콴 전 비상임이사도 기소됐다.
선홍카이의 주식은 이날 홍콩 증시에서 거래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