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100년의 맛을 이어오다, 바로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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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100년의 맛을 이어오다, 바로 이곳!

한 음식이 100년 넘게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며 사랑받기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사람들의 입맛과 취향이 바뀌기도 하지만, 그것을 만들어내는 식당이 계속 영업을 유지해가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금도 현지인들에게 사랑받는 식당, 혹은 점포를 소개한다. 작가인 쉿게이는 홍콩에서 이들이 오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두가지 선결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는 가게를 임대의 형식이 아닌 매입 및 소유하는 것이다. 홍콩의 살인적인 임대료는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현지 뉴스를 보면 오랜 역사를 지닌 유명 식당들이 폐업을 하게 되었다는 보도를 종종 접한다. 두번째 조건은 가업 승계 의지이다. 힘든 일을 꺼려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더 이상 가업을 물려받으려 하지 않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이다.


고풍스러운 분위기, 서양식과 중화풍의 만남 - 타이핑쿤 찬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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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핑쿤 찬텡(太平館餐廳, Tai Ping Koon Restaurant)하면 스위스 치킨윙, 비둘기 요리, 그리고 대형 수플레 빵이 유명하다. 그러나 나이가 든 세대들에게는 고급 양식집으로 기억되고 있다. 지난 1백년 동안 홍콩의 수많은 고위직, 그리고 유명 인사들이 이 식당의 문턱을 넘나들었다. 

 

간장, 소흥주, 얼음 설탕으로 만드는 일명 스위스 소스는 타이핑군의 상징과도 같다. 색깔만큼이나 짙은 풍미를 발산한다. 이름은 스위스 소스지만 스위스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오래 전, 이곳을 방문한 한 서양인이 닭날개 요리를 먹으며 이름이 뭔지 물었다. 종업은 ‘스위트 윙(Sweet wings)’이라 말했지만, 잘못 전달되어 ‘스위스 윙(Swiss wings)’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이 요리에는 스위스 윙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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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달 우리 학원 한국어반 학생들과 코스웨이베이 점을 방문하였다. 내부 인테리어는 약 100년 전으로 돌아간 듯 고풍스럽고도 고급스러웠다. 재미있는 것은 그날 먹은 스위스 윙, 비둘기 구이, 꼰챠우응아우허(乾炒牛河, 소고기 볶음면)가 모두 스위스 소스로 조리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스가 어떤 재료와도 잘 어울려 모두 맛있었다. 사람 머리만한 크기로 나오는 프랑스빵 수플레는 타이핑군의 디저트 필수 메뉴이다. 

 

홍콩에 네 곳이 운영 중인데, 가장 오래된 곳은 1860년에 문을 연 조던점이다. 타이핑군의 특징은 컨트롤 타워라 할 수 있는 중앙식 키친 운영을 포기하고, 각각의 지점에서 그때그때 직접 조리하여 신선한 상태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대신 총책임자나 수석 셰프가 지점들을 돌며 맛을 관리하고 있다.  

주소: G/F, 12-21, Mau Lam Street, Jordan


주윤발도 단골, 미슐랭 ‘꼭 맛봐야 할 길거리 음식’ - 꽁워 따우반청

 

 

꽁워(公和,Kung Wo)는 가게 이름이고 따우반(荳品)은 콩을 원료로 한 제품이란 뜻이다. 마지막 글자인 청(廠)은 제조장을 가리킨다. 여기서 만들어내는 것은 따우졍, 따아푸화, 찐영따우푸이다. 따우졍은 콩국인 두유, 따우푸화는 두부 푸딩이다. 찐영따우푸는 두부지짐인데 길거리 음식이다. 

 

이 가게의 출발점은 18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는 캔톤 로드에 자리잡았으나 1950년대에 지금 위치한 삼수이포로 이전하였다. 원래 카우룬 시티에도 가게 한 곳이 운영되었지만 아쉽게도 2020년에 문을 닫았다. 맷돌로 갈아 생산하는 두부는 100년이 넘도록 같은 맛을 유지하고 있다. 기계화로 생산되는 일반 업체와는 달리 꽁워는 수공업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2016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꼭 맛봐야 할 길거리 음식점’으로 미슐랭 가이드에 이름을 올렸다. 주윤발도 이곳의 단골 손님으로 알려졌다. 

주소: 118 Pei Ho Street, Sham Shui Po


푸위 비빔밥의 추억 - 리우마키 푸위

 

 

삭힌 두부인 푸위(腐乳)는 홍콩인들에 추억의 음식으로 남아 있다. 식료품과 물자가 풍족하지 못했던 시절, 가족들은 밥과 함께 푸위를 나누어 먹으며 끼니를 해결했다. 일반적인 푸위의 크기는 가로와 세로가 각각 2cm, 두께는 1.5cm이다. 특히 반찬이 없을 때 밥과 함께 비벼 먹곤 했다. 품질이 좋은 푸위는 밥에 비벼 먹고, 하급은 야채에 볶아 먹었다. 우리 학원의 한국어 수강생 육링 씨는 지금도 가끔 푸위에 밥을 비벼 먹는다고 한다. 지금은 보통 ‘푸위 차우 통초이(모닝글로리 볶음)’ 같은 음식에 넣어 조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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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사람들에게 ‘푸위’하면 떠오르는 상표가 있다. 리우마키(廖孖記, Liu Ma Kee) 푸위이다. 1905년에 개업하여 오늘날까지 콩 가공품의 유명 메이커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곳은 현재 3대째 걸쳐 운영중이다. 야우마테이에 자리 잡은 라우마키는 점포를 소유하여 임대료에 대한 부담은 없다. ‘라우마키 빌딩’이라는 이름의 상가를 소유한 건물주인 것이다. 예전에는 아래층에 점포를 두고 윗층에서 거주하였다. 그러나 고객들이 영업 시간 후에는 집으로 찾아와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잦자, 주거지를 빌딩 밖으로 이전하였다. 오늘날 푸위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많지만 백 년 넘도록 수제품으로 만들어내는 곳은 리우마키가 유일하다. 

주소: G/F, Liu Ma Kee Building, No.1 Min Street, Yau Ma Tei


< 참고 자료 >

『香港百年』,雪姬著,創意市集,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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