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정보] ‘가성비’ 넘어 ‘가심비’로… Z세대가 이끄는 중국 소비변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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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라정보] ‘가성비’ 넘어 ‘가심비’로… Z세대가 이끄는 중국 소비변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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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가통계국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의 소매 판매액은 전년 대비 약 3.5% 증가했으며, 최근 몇 년 소매 판매 증가율은 3% 내외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 두 자릿수 성장을 이룩하던 시기와 비교해, 현재를 내수 침체 및 회복이 더딘 상황으로 평가하는 부정적인 관점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가통계국 부국장 청라이윈(盛来运)의 7월 기자회견을 통해 알 수 있듯 올해 중국의 상반기 사회 소비재 소매 총액이 24조6000억 위안에 달했으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증가율도 분기별로 상승했다. 또한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매킨지의 <2025 중국 소비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실시한 조사의 응답자 74%가 향후 경제 상황이 현재와 비슷하거나 앞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답했고 가계 재정 상황에 대한 신뢰도도 6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해 봤을 때 중국의 소비 침체 문제는 심각한 상황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 자릿수 성장을 이뤄내던 과거만큼의 큰 소비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중국 소비자들은 지속적인 소비를 유지하면서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것에는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기준 중국의 1인당 GDP는 1만3000달러를 넘어가면서 소비 패턴이 기능과 가격을 주로 따지는 가성비 소비에서 감정 소비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데, 특히 해당 현상은 중국의 Z세대(1995~2009년생)에서 뚜렷 하게 발견된다. 결국 중국 소비 시장에서는 속도와 규모보다는 소비가 향해 있는 방향이 중요해지고 있는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다.

 

 

중국 Z세대(1995-2009년생)의 새로운 소비 패러다임: 가심비 소비(心价比)

 

 

중국 소비시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Z세대를 주목해야 한다. 최근 중국의 Z세대가 중국 소비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유년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성장해 온 Z세대는 현재 온라인 쇼핑의 핵심 주류 계층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경영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중국 Z세대의 소비 규모는 약 5조 위안에 육박하며, 온라인 전자상거래 50% 이상의 매출이 Z세대로부터 기인한다.

 

중국 Z세대 사이에서는 가격과 기능을 기준으로 소비하는 가성비 소비를 넘어 감정도 중요한 결정 기준이 되는 가심비(心价比) 소비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가심비 소비란 소비 행위를 통해 감정적 수요를 충족하고 뜻깊은 경험을 강조하는 것을 뜻한다. 중국의 Z세대는 물질적 추구에 그치지 않고 감정적 욕구 충족까지 이어져야 매력적인 소비처라고 느낀다는 것이다. 

 

중국소비자협회가 발표한 <중국 소비자 권익 보호 상황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의 소비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감정 해소였다. 또한 <감정 경제 소비자 통찰 보고서(2024)>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감정과 연계된 상품에 대한 지출이 Z세대 소비에서 가장 큰 비중인 40.1%를 차지했다. 디지털 경제 환경에서 성장한 이세대의 개성 추구, 독특한 IP(지식재산권) 상품 선호, 자기표현 중시 등의 독특한 소비 특성을 엿볼 수 있다.

 

 

Z세대의 소비 파워를 기반으로 중국의 감정 소비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감정 소비의 부상: 2025년 시장 구도와 미래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감정 소비와 관련된 산업은 2013년 이후 연평균 복합성장률이 12%에 달했고, 2025년에는 2조 위안에 육박하는 시장 규모를 달성할 것으로 예측된된다. 

 

중국의 연중최대 전자상거래 쇼핑 축제 중 하나인 ‘6.18 쇼핑 축제’에서도 감정 소비 시장의 활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령 장난감 기업 6개사가 축제 기간 거래액 1억 위안을 돌파했고 무려 약 100개의 기업이 거래액 천만 위안을 달성했다. 장난감 산업 이외에도 감정 소비와 관련된 반려동물 카테고리, 독특한 IP 굿즈 등의 분야가 눈에띄는 성과를 도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최근 중국시장에서 어떤 콘텐츠들이 Z세대의 감정소비 트렌드에 부응하고 있을까.

 

사례① 소유욕을 위한 소비, 랜덤박스

 

최근 몇 년 전부터 중국 Z세대를 중심으로 피규어나 인형을 뽑는 랜덤 박스 소비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달에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에서 여름 방학을 앞둔 10대 청소년들의 랜덤 박스 소비 문제를 지적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규제 강화를 논의할 정도로 중국 Z세대 사이에서 랜덤 박스와 독특한 IP 제품을 향한 열기는 쉽게 식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 캐릭터 인형 라부부(LABUBU)가 대표적인 사례다. 랜덤 박스 형태로 판매되고 있어 포장지를 열기 전까지는 어떤 모델이 들어 있는지 확인할 수없다. 라부부는 전 세계에서 지난해에만 30억 개 이상 판매됐고 중국 내 라부부 오프라인 판매 매장인 팝마트(POP MART)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중국 SNS 샤오홍슈에는 라부부 첫 구매 성공을 인증하는 게시물들이 게시되거나 랜덤 박스에서 뽑기 힘든 희귀 모델을 자랑하기도 한다. 라부부의 한정된 수량과 랜덤 박스형식의 포장으로 어떤 모델이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워 Z세대들의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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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KFC도 99위안의 치킨 세트를 구입하는 손님을 대상으로 랜덤 박스 제공 이벤트를 열었다. 사람들은 KFC의 랜덤 박스를 받기 위해 몰려들었고 이후 음식을 대신 먹는 서비스가 등장하거나 한 번에 100세트가 넘는 음식을 주문하는 일도 벌어졌다. 또한 현재 진행하고 있는 KFC의 카피바라 랜덤 박스 이벤트를 향한 중국 Z세대의 관심도 뜨겁다. SNS를 통해 이벤트 기간과 참여 방식을 서로 공유하거나 자신이 뽑은 모델을 인증하며 상호 유대감을 형성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iiMedia Research가 발표한 ‘2024년 중국 랜덤박스 시장 소비자 행동 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약 40%가 넘는 사람들이 구매 이유에 대해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라고 답했다. 이 외에도 제품 포장 디자인에 매료돼서(37.35%), 유행을 따라가기 위해(36.5%) 등의 이유가 뒤따랐다. 답변을 통해 자신의 욕구 충족이나 타인과의 유대감 형성에 방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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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② 아인슈타인의 뇌를 빌려드립니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힐링 소비

 

 

지금의 중국 Z세대들은 부모 세대와 달리 상대적으로 둔화된 경제 성장 환경과 더 치열해진 경쟁을 뚫고 자라온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은 입시와 높은 실업률 속 경쟁에 항시 노출돼 있고, 이런 상황에서 기인하는 불안감을 소비를 통해 정서적인 안정을 찾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아인슈타인 두뇌 임대 서비스’는 일종의 가상상품으로 가격은 0.1위안(한화 약 19원)이다. 해당 제품을 구매하더라도 실물 제품을 받거나 어떠한 부가적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심리적 안정을 위한 일종의 부적 같은 개념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만 개가 넘는 제품 후기가 남겨져 있다. 심지어 타오바오에 따르면 아인슈타인 뇌 임대 서비스는 2023년에만 10만 개이상 판매됐고, 10대 인기 상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사례는 실용성보다는 정서적 만족을 위해 소비하는 감성 소비의 전형적인 예시라고 볼 수 있다. 시험을 앞두고 있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해당 제품을 구매해 시험 스트레스를 덜거나, 마치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안정감을 얻는 것이다. 실제로 “공부를 거의 안 했지만 좋은 성적을 얻었다”, “이걸 사고 시험에 합격했다” 등의 제품 후기가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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