息
쉴 식, 숨쉴 식
홍콩과기대학 기념품점에 갔는데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안내판의 중국어와 영어 문구가 다른 것이 사뭇 재미있었습니다. 영어로는 CLOSED, 즉 “닫혀 있음”이라고 적혀 있고 중국어로는 休息(휴식)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만약 반대였다면 영어로는 RESTING, 중국어로는 關門(닫을 관, 문 문)이라고 되어 있었을 텐데 아무래도 좀 어색합니다. 이래서 언어는 문화를 담는 그릇이라는 말이 있나 봅니다.
휴식은 쉴 휴(休), 쉴 식(息) 두 글자로 이루어진 단어입니다. 쉴 휴(休)는 사람(亻)이 나무(木) 아래에서 쉰다는 뜻의 글자이고, 쉴 식(息)은 ‘쉬다’와 ‘숨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息을 쪼개보면 自心이 되는데, 이 때 自는 스스로 자(自)가 아니라 코 비(鼻)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코 비(鼻)를 쪼개보면 自田廾이 되는데, 여기에 自가 숨어 있지요. 사실 먼 옛날에는 自가 코라는 뜻으로 쓰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自를 스스로라는 뜻으로 쓰게 되었고, 그래서 코를 뜻하는 鼻라는 글자가 새로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息의 自가 코의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면 왜 息이 숨을 쉰다는 뜻을 갖게 되었는지 명확해집니다. 코(自)와 가슴(心)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니 숨쉰다는 뜻이 됩니다. 그리고 아마도 편히 숨쉬는 모습에서 뜻이 확장되어 ‘일을 잠시 쉬다’라는 의미까지도 갖게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休息(휴식)을 사람(亻)이 나무(木) 밑에 앉아서 편히 숨쉬고(息) 있는 것처럼 편한 상태라고 해석해봐도 재미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