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 트레일 (tea trail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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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인이 좋아하는 홍차 16세기 처음으로 중국에서 유럽으로 茶를 가지고 간 사람은 화란인이었다. 그 후 영국인이 차 무역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처음에는 중국의 녹차를 가지고 갔는데 차츰 운반의 시간이 걸려 녹차의 신선도가 잃게 되어 가공된 차가 필요했는지 모른다. 홍차는 중국의 차잎을 가공(완전발효)한 것이다. 당시 유럽에서는 프랑스가 아프리카 식민지를 통해 커피를 독점하자 영국은 홍차로 승부를 걸었다고도 한다. 홍차는 유럽에서 처음 귀족이나 부유한 상인들만이 마시기 시작하다가 차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자 공급물량을 늘리고 수입선을 다변화하기 위해 영국은 식민지 세일론(스리랑카)에도 차를 심고 인도(아삼 및 다질링)에도 차를 심었다. 영국에서 차는 17세기 후반과 18세기에 일반인에게 기호품으로 정착되었다가 19세기에는 유럽인의 생활에서 뗄 수 없게 되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 홍차가 영국을 거쳐 역수입되어 소개된 것은 20세기초였다. 홍차를 생각할 때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마도로스 모자를 쓰고 찻잔을 들고 있는 콧수염 할아버지의 얼굴 상표다. 이 상표를 쓰고 있는 주로 노란색 포장의 립톤 티의 창업자 Sir Thomas Lipton은 처음 런던에서 식료품상을 경영하였다고 한다. 런던에 Lipton chain store가 있을 정도였다는데 나중에 tea를 취급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그는 tea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세이론의 coffee농장을 없애고 그곳에 차원(茶園)을 만들어 빅토리아 女王이 마시는 황실 어용 차를 제조하였다. 그때가 19세기 후반이었다. 또한 홍차제조회사로 영국의 포트넘 메이슨과 함께 유명한 잭슨社가 있다. Jackson社의 홍차 브랜드로 Earl Grey라는 것이 있다. Jackson家는 1830年 세계 최초로 Earl Grey를 생산, 시판하였는데 오늘날은 홍차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Earl Grey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1800年대 중국에 주재하던 영국의 한 외교관이 귀국하여 Grey백작에게 중국 안휘성 키문(祁門)등지에서 제조되던 홍차를 선물하였다고 한다. 그것이 Grey백작 마음에 들어 Grey백작은 Jackson社로 하여금 동일한 홍차를 제조토록 하였다. 그 후 홍차가 차 애호가들의 인기를 끌게되자 잭슨社는 Earl Grey 상표를 붙여 지금까지 유명해졌다고 한다. 얼 그레이를 마셔보면 옛 중국 홍차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홍차 중에 "오렌지 페코"라는 말이 자주 보인다. 이러한 차는 전통적인 세일론 차고 순한 맛이 있는 홍차라는 뜻이 있지만 본래는 차잎의 어린순(새순)을 의미한다. 차나무에서 가장 한 가운데(가장 어린) 순이 flowery orange pekoe라고 하고 그 다음잎이 orange pekoe 세 번째가 그냥 pekoe라고 부른다. 보통 고급 홍차는 이 세가지로 이루어진다. 페코로 된 홍차는 차잎 속의 탄닌이 완전 발효하여 떫은 맛이 없어 달콤하다. pekoe(페코)는 중국말로는 白毫라고 하여 차잎의 어린순에 아직 흰솜털이 보숭보숭 나있는 모습을 가르킨다. 백호는 복건성 말로 백코라고 한 것을 영어로 그대로 pekoe라고 옮겨 쓴 것으로 보인다. pekoe souchon, 즉 白毫小種은 잎이 굵고 둥그나 pekoe보다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白毫아류라는 뜻이라고 보면 된다. 잎이 굵어 발효되어도 차잎 속의 탄닌이 완전히 제거되지 아니하여 떫은맛이 많이 남아있다. 그래서 값은 싸다. 영국의 서민이 milk tea라 하여 홍차에 우유를 타 마시게 된 것은 사실 이 떫은맛을 중화시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카페인이 없는 뽀우레이 발효과정상 홍차는 완전발효차이지만 푸얼차는 후발효라고하여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을 발효시킨 것이다. 본래 나무그늘아래 작은 집을 지어놓고 그곳에서 발효를 시킨다고 한다. 중국 운남성 普耳山의 이름을 따서 普耳茶라고 이름이 붙었다고 하지만 그 색깔로 인해 黑茶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을 그대로 영어로 black tea라고 했다가는 홍차와 혼돈되므로 주의해야한다. 푸얼차는 카페인이 없어 저녁에 마셔도 안심하고 잠자리에 들 수 있고 지방질을 분해하므로 기름기가 많은 홍콩 음식을 많이 먹어도 살찔 염려가 없다. 홍콩에서는 뽀우레이로 불리는 푸얼차는 차잎에 수분을 충분히 가하고 온도를 적절히 하여 오랜 시간을 갖고 발효시킨다. 오래 발효되다보니 차잎의 카페인이 남아있지 않아 각성제 역할은 없다. 흑차에는 사람 몸에 좋다는 곰팡이가 많아 나무냄새가 나면서 한약 맛과 비슷하다. 흑차는 와인처럼 오랫동안 발효될수록 부드럽고 값이 나간다. 그러나 wine처럼 년도(vintage)가 정확히 표시되지 않고 중국식으로 오래되었다는 의미로 쓰는 한자가 사용된다. 프랑스 와인의 경우, 법률에 의해 제조년도 표시가 엄격히 통제되는 것과는 다르다. 가장 오래된 뽀우레이 차의 순서로 쓰이는 말은 特級珍藏→珍藏→家藏→頂舊→舊→陳年 순서이다. 일반적으로 不知年, 遠年 등 표현으로 오래되었다는 표시를 쓰기도 한다. 푸얼차는 茶餠이라고 하는 큰 빈대떡처럼 생긴 것을 조금씩 뜯어내어 뜨거운 물에 녹여 마시는데 茶餠을 싸는 포장지의 인쇄 색깔로 등급이 정해진다. 오래된 순서로 紅印→靑印→黃印→綠印으로 되어있다. 홍콩의 茶莊으로 유명한 英記에 근무하는 사람의 말에 의하면 紅(赤)은 1949년 이전으로 50년이 된 것이고 靑은 40年物, 黃은 30年物, 綠은 20年物로 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英記같은 茶莊에도 紅印은 보기 드물다고 한다. 오래된 푸얼차는 綠茶처럼 試飮할 수 없고 그냥 믿고 사야 되는데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은 오래된 푸얼차를 사서 잘못 보관했다가 나중에 벌레가 나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마치 오래된 wine을 경매장(auction)에서 샀다가 막상 마시려고 하면 초(酢)가 되어버려 마시지도 못하고 버리는 경우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유 주 열 (수요저널 칼럼니스트) 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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