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 신동 장한나 홍콩필하모닉과 협연 - 강요되지 않은 깊이에서 그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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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 신동 장한나 홍콩필하모닉과 협연 - 강요되지 않은 깊이에서 그녀를 만나다

[[1]] 지난 22일과 23일 이틀간 밤 8시 홍콩문화센터 콘서트홀에서 전세계가 떠들썩하게 신동이라고 부르고 있는 장한나 양이 첼로를 연주했다. 홍콩 아트 훼스티벌 프로그램 중의 하나로 홍콩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회를 가졌는데, 거기에서 장한나 양이 쌩쌍스의 'Cello Concerto No.1 A minor, Op.33'을 협연했다. 빨간 드레스를 입고 커다란 첼로를 들고서 지휘자 데이빗 아더톤과 함께 연주회장에 들어온 장한나는 천진스럽게 허리를 굽혀 꾸벅 인사를 하고 정해진 자리에 앉았다. 첼로를 품듯이 끼고 안자 그녀가 심호흡을 가다듬자 연주회장의 모든 세포들이 긴장했다. 관객들은 그녀가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어디론가 깊이 들어가 있는 듯한 그녀의 진지한 모습에 반한다. 몸은 연주회장에 있으되 그녀의 정신이 이미 쌩쌍스의 음악 세계에 가 있다는 것을 그녀의 얼굴표정이 말해준다. 그 다음에 관객들은 그녀가 만들어내는 첼로 소리에 반한다. 악보도 보지 않고 숨을 몰아쉬면서 계속되는 그녀의 연주는 수 천 갈래 혹은 수 만 갈래로 흩어지려는 금속성 소리를 잡아내서 조율하고 아름답게 결집해내는 순간적 작업의 연속이었다. 때로는 저음으로 그러나 어느 순간에 최고의 고음으로 올라가 있는 그녀의 첼로음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쩌면 장한나의 손이 아니라 그녀의 영혼이 아니었을까? 장한나는 영혼의 중요성을 아는 음악가다. 그녀는 하나님을 믿는 신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주회 하루 전에 그녀가 묵고 있는 쉐라톤호텔 로비에서 만난 장한나는 15세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애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밝고 명랑한 웃음과 귀여운 얼굴로 인해 어린애 냄새를 풍기고 있었음에도 그녀가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는 삶의 깊이를 아는 성숙함이 물씬 배어나왔다. 첼로를 연주하면서 어떤 영감같은 것에 사로잡히느냐는 기자의 우매한 질문에 그녀는 현답을 했다. "저는 첼로를 연주하면서 아주 행복해요." 라고... 시종 뒤에서 딸을 대견하게 바라보는 어머니에게 씨익 웃어주며 장한나양은 자신이 아주 행운아라는 말을 했다. 3살에 피아노를 시작해서 6살에 첼로를 연주하기 시작한 자신의 천재적 음악성을 부모님들이 일찍 발견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이다. 자신 때문에 부모들이 짐을 싸서 미국으로 이주했다는 것에도 그녀는 감사한다고 말한다. 장한나양은 스페인 첼리스트 카잘즈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이유를 묻자 그의 음악이 '따뜻해서' 좋단다. 스페인의 자유를 위해서 그의 삶과 음악을 바쳤다는 카잘즈의 인간성이 너무 좋아서 그의 음악까지 좋아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그녀를 누가 15살 어린아이로 볼 수 있겠는가? 슈만과 말로의 첼로협주곡, 그리고 베토벤의 소나타를 특히 좋아한다는 한나양은 홍콩필하모닉과 호흡이 잘 맞느냐고 기자가 다시 묻자 씨익 웃으며 좋아한다. 리허설이 한번 더 남아있는데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홍콩에 대한 그녀의 첫인상은 '활발함' 이라고 한다. 유럽에 비해 활력이 넘치는 홍콩을 맘에 들어하는 눈치다. 첼로 이 외에도 물리, 산수, 역사 과목을 좋아한다는 그녀는 현재 쥴리아드 음대에서 Aldo Parisot에게 배우고 있고, 뉴욕에 있는 Rockland Country Day School 10학년에 재학중이다. 또한 이탈리아 시에나에 있는 Mischa Maisky의 매스터 클래스에서 전액 장학금으로 수학중이기도 하다. 장한나는 신동이라는 이름에 전혀 손색이 없는 재주와 인격과 열심을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연주회가 있던 날, 그녀가 콘서트홀을 사로잡는 연주를 마치고 숨을 몰아쉬자... 관객들이 소낙비 소리 같은 박수를 계속 쳐댔고, 홍콩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모두 일어나서 발을 굴러댔다. 그녀가 한국인임이 못내 자랑스러워서 첼로소리의 여음이 더 오래도록 마음속에 행복한 빛깔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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