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라가 아니라 많은 것이 낯선 땅, 해외에 나와 사는 것은 위로 받아야 할 일인가?
사람에 따라 혹은 생각하기에 따라 예스와 노우라는 대답이 각각 나올 것이다. 외국에서의 삶 자체는 위로 받을 일이 없지만, 어떤 면으로 보면 해외생활이 오히려 스스로 대견해 하는 구석도 있다. 그렇지만 명절을 맞아 혈육과 친지를 떠나 있으므로 오는 쓸쓸함은 위로 받아 마땅하다.
어떤 것으로도 위로되지 않는 명절의 허전함을 위로하기 위해 이명자 무용단이 한국국제학교 대강당에서 공연을 가진 것은 지난 18일 오후 4시였다. 지난해에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기에 공연을 가진 탓이었을까? 무용단원들의 춤사위는 사뭇 자기 집 마당에서 하는 것처럼 여유가 있었고 박진감이 넘쳤다.
한국무용이 많은 부분 내면의 한 맺힘과 더러는 표현하기 곤란한 속내를 표출하는 몸동작 이어서 한없이 정적인 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느끼는 이명자 무용단의 춤사위는 기존의 관념을 깨뜨리는, 템포가 빠르고 발랄하다. 앉아있는 사람이나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팔이든 다리든 함께 흔들어야 직성이 풀릴 만큼 선동적이기까지 하다. 이에 대해 무용단장 이명자씨는 이렇게 말한다.
"상황에 맞는 무용을 하는 것이 제 원칙입니다. 우리는 홍콩에 거리축제를 하기 위해 왔기 때문에 거기에 맞게 무용을 응용했어요. 그리고 무대조건이나 상황이 맞지 않으면 전통적인 한국무용만 해서는 관객들을 감동시키기가 힘들죠... "
무용단장 이명자씨는 즉석에서 무용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는 MC를 맡을 만큼 뛰어난 순발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화관무, 부채춤, 사물놀이, 한량부, 들녁, 장고춤, 농악 등의 순서로 진행된 우리춤은 초청되어 온 외국인들의 눈을 휘둥그렇게 만들 만큼 아름답고 흥겹게 마쳤다.
한 시간 반 동안의 공연을 마친 후, 이 날 공연에 참석했던 2백여명의 동포 및 외국인들이 한인회가 마련한 떡, 과자, 과일, 음료 파티가 구내 식당에서 있었음은 물론이다. 위로와 사랑, 그리고 홍빠우가 오고가는 넉넉한 구정행사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꼭 보고 싶었던 유명인사(?) 들이 보이지 않았던 점이다. 같은 회사 직원 가족인 순돌이 어멈이나 늘 바쁘게 오가며 웃어주던 똘이 아범도 이 날 따라 보이지 않았다. 특히 주최측인 한인회 이사 및 단체장 기관장들도 보이지 않았다. 모두, 한국으로 세배를 받으러 간 것으로 보여지나, 이 날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심리적 손해인 지 아는 기자로서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함께 나누어야 즐거움은 더 배가되기 때문에 그렇다.
한국에서도 개인 무용단으로는 독보적인 존재가 되고 있는 이명자 무용단은 이에 앞서, 지난 16일 오후 2시부터 홍콩섬 타마 광장에서 있었던 구정퍼레이드에서도 우뢰와 같은 박수 속에 풍물놀이 거리축제를 벌인 바 있다.
하늘을 울리고 땅을 울리는 한 민족의 소리를 통해 액을 멀리하고 복을 빌기 위해 정초에 행해졌던 우리 민속인 풍물이 홍콩의 심장부에서 둥둥거리고 울렸으므로 홍콩내 한인들 뿐만 아니라 이 나라가 활기찬 새해를 맞이했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명자 무용단은 홍콩관광협회의 초청을 받아 어린이들을 포함한 35명의 단원들이 홍콩에 와 거리축제 공연을 벌일 수 있었다.
우리의 좋은 민속춤을 더 많은 외국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내년에는 정식공연을 알선해보겠다는 한인회의 의지가 좋은결실로 돌아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