帶
띠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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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帶狀疱疹)이라는 병이 있습니다. 수두 바이러스가 신경을 타고 퍼지면서 발생하는 병인데 띠 모양의 물집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 다. 발병 후 3일 이내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으며 그 시기를 놓칠 경우 신경통으로 고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의심 증상이 보이면 빨리 병원에 가 보아야 합니다. 대상포진의 대(帶)는 허리띠, 검은띠 할 때의 띠를 나타내는 ‘띠 대’라는 한자이고 상(狀)은 모양, 포진(疱疹)은 물집이 나타나는 피부병이라는 뜻이니 대상포진은 띠 모양의 물집이 나타나는 피부병이라는 뜻이 됩니다. 증상을 잘 나타내는 이름이긴 한데 한자어라서 확 와 닿지는 않습니다. 병 이름이 ‘띠 모양 물집’ 이었으면 이해하기 훨씬 쉬웠을 텐데요.
요즘은 벨트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허리띠라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전에는 혁대라는 말도 많이 쓰였지요. 혁대(革帶)는 가죽 혁(革)과 띠 대(帶)가 합쳐진 단어이니 엄밀히 하자면 가죽으로 만든 허리띠에만 써야 하는 말입니다. 재질에 상관없이 허리띠를 뜻하는 한자 단어로는 요대(腰帶)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허리(腰)에 차는 띠(帶)입니다.
이 대(帶)는 열대, 온대, 냉대, 안전지대, 비무장지대처럼 지역을 구분할 때에도 사용됩니다. 사진 속 표지판의 쇄차지대(鎖車地帶)라는 경고 문구에서도 띠 대(帶)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경고 문구 속 쇄(鎖)는 쇄국정책(鎖國政策)이라고 할 때 사용되는 자물쇠 쇄(鎖)이니 종합해보면 주차할 시 자동차를 잠가버리겠다는 경고가 되겠습니다. 위쪽의 영어 문구에서는 경고(警告)를 notice로, 쇄차(鎖車)는 impounding으로, 지대(地帶)는 zone으로 써 놓았네요.
띠라는 것은 항상 몸에 차고 다녀야 하는 것이다 보니 띠 대(帶)에는 무언가를 가지고 다닌다는 뜻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지고 다니는 전화기를 휴대전화(携帶電話), 줄여서 휴대폰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더 줄여서 앞의 휴대(携帶)를 떼어 버리고 폰이라고만 부르기도 하지요. 재미있게도 일본에서는 휴대전화를 줄여 부를 때에 우리와는 반대로 뒤의 전화를 떼어 버리고 앞부분만 남겨서 휴대(携帶, 신자체로는 携帯), 일본어로 케타이(ケータイ)라고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