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에버딘 탐방
얼마 전 백종원 씨의 홍콩 방문 유튜브 컨텐츠가 교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올해 3월 홍콩에서의 미식 탐방 영상을 5백 7만 구독자를 보유한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것이다.
이중 두 번째 편에서 방송된 내용은 홍콩섬 에버딘(Aberdeen香港仔)에서 촬영한 것이었다.
작은 어민 보트에서 파는 국수를 먹는 장면이 화면에 담겼다.
독자 여러분들은 에버딘을 방문한 적이 있는가? 에버딘은 홍콩섬 남부에 위치한 항구다.
홍콩섬에서 살짝 떨어진 또다른 섬 압레이차우를 마주 보고 있다.
에버딘과 압레이차우 사이의 항구는 태풍으로 인한 풍랑을 피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지니고 있다.
이곳을 ‘에버딘 베이퐁통(避風塘)’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베이퐁통’은 바람을 피하는 둑이라는 뜻이다.
참고로 홍콩에는 이름에 ‘베이퐁통’이 붙은 요리들이 있다.
대표적인 음식이 ‘베이퐁통 차우하이’인데 한국어로 하면 베이퐁통 게볶음이다.
다진 마늘을 듬뿍 넣어 대파와 함께 볶은 것으로 홍콩을 대표하는 요리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날씨가 궂으면 어선이 출항하기 어려워 공치는 날이 된다.
어부들은 생계를 위해 뭐라도 해야 하니 비바람을 피해 어망 대신 웍(중국식 후라이팬)을 들었던 것이다.
홍콩이라는 지명은 에버딘에서 유래
향기로운 ‘향(香)’과 항구 ‘항(港)’으로 표기되는 ‘홍콩’. 이 지명이 붙은 유래에는 몇 가지 설이 있다.
이중 유력한 것은 에버딘과 관련 있다.
홍콩과 인근 광동 지역은 향나무 및 이를 원료로 한 가공 제품의 생산이 왕성했던 곳이다.
에버딘은 이들을 중국에 실어 나르는 항구의 역할을 하였다.
이곳은 영어로 ‘프래그런트 하버(Fragrant Horbour)로 불렸다. 해석하면 ‘향기로운 항구’란 뜻이다.
인근 웡축항의 중국어 지명 이름은 ‘향항촌(香港村)’이었다.
홍콩에 처음 상륙한 영국군이 마을을 지나고 있었다.
현지인이 이곳의 지명을 현지어로 알려 주자 영국군이 발음을 듣고 ‘Hong Kong’이라 옮겨 적었다.
당시 이 군인은 소리나는 대로 받아 적은 8개 알파벳이 훗날 어떤 영향력을 갖게 될 지 전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마을 이름이었던 홍콩은 이후 홍콩섬 전체를 대표하게 되었고, 훗날 구룡 반도와 신계까지 아우르는 지명이 된 것이다.
지금도 에버딘의 중국어 지명은 ‘홍콩자이(香港仔)’, 즉 ‘작은 홍콩’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에버딘이란 영문 지명은 당시 영국의 외교 대신이었던 조지 해밀턴 에버딘 백작의 이름을 붙였다.
8대 어항으로서의 위용을 간직했던 에버딘
에버딘은 향나무 가공 제품 외에도 건축용 석돌을 운반해 나르는 항구로서 유명하였다.
홍콩 및 광동 지역의 석돌은 침사추이에서 작은 배로 옮겨져 에버딘으로, 그리고 다시 광저우로 운송되었다.
즉, 에버딘은 중계 항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곳은 또한 과거 홍콩의 8대 어항(漁港) 중 하나이기도 하다.
홍콩의 8대 어항은 에버딘, 타이오, 샤우케이완, 청챠우, 챙산완, 타이포, 샤우타우콕, 그리고 사이쿵이었다.
에버딘은 이중에서도 주요 항구로서의 존재감을 지니고 있었다.
한편 에버딘 앞바다에는 개항 전부터 생업을 유지해 온 어부들이 집단 거주하였다.
‘단민(蜑民)’이라 불리는 홍콩 토박이들인데 의식주가 주로 선상에서 이루어졌다.
백종원 씨에게 국수를 팔았던 사람은 에버딘 바다를 드나들며 어부들에게 음식을 제공했던 단민의 후손일 수도 있다.
단민들의 선상 생활은 1950년대 초반까지 이어져왔다.
전성기 때의 에버딘을 상상해 본다.
어선과 운송용 선박들로 홍콩섬에서 가장 바쁜 동네였을 것이다.
지나가던 영국군이 마을의 이름이 뭐냐고 물어본 이유도 아마 분주한 항구의 모습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던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하나 오늘날의 에버딘은 식솔들을 먹여 살리느라 분주했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소일거리로 하루를 보내는 반 은퇴자의 모습과 닮아 있다.
다른 한 쪽을 뒤덮고 있는 요트들의 무리도 이런 느낌에 일조한다.
여전히 항구로서 많은 배들이 드나들고 있지만 주변의 아파트와 상가들에 둘러싸여 한가한 풍경을 자아낸다.
얼마 전 지역의 랜드마크였던 점보 레스토랑의 침몰은 화려한 에버딘의 역사적 종말과 궤를 함께하는 사건이었다.
에버딘 명소 탐방은?
에버딘에는 홍콩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역사가 긴 어시장이 있다.
홍콩 전체 해산물의 70%를 공급한다고 하니 바다에서 나는 식재료 대부분이 에버딘 어시장을 통한다고 할 수 있다.
시장 안에는 식당도 있어 신선한 식재료로 즉석에서 요리를 해준다.
한 시간 동안 배를 타고 에버딘을 둘러보는 현지 투어 코스도 있다.
선상에서 어민들의 생활을 책임졌던 선박이 여행객을 태우고 다닌다.
주변 경관도 감상하며 선상 거주 어민들의 생활도 느껴볼 수 있는 문화 체험의 성격도 지닌 셈이다.
백종원 씨가 먹었던 국수를 포함하여 간식과 음료도 제공된다.
총 13곳을 둘러보는 동안 안내 방송도 함께 한다.
1인 가격이 $200이며 사전 인터넷 (www.seayou.hk/hk/packages/aberdeen-tour)로 예약이 가능하다.
< 참고 자료 >
https://www.discoverhongkong.com/tc/explore/great-outdoor/wellness/aberdeen-harbour.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