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 현지의 식생활 문화도 마찬가지다. 중화권의 음식 예절은 한국과 다른 부분들이 적지 않다. 알아두면 쓸모있는 홍콩의 식사 예절과 문화를 알아 보자.
일단 식당에 들어서면 종업원이 ‘게이 와이야?(몇 분이세요?)’라고 묻는다.
인원에 맞게 테이블을 안내해 주기 위함이다. 협소한 홍콩의 식당들은 최대한의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테이블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들어가서 빈자리 아무 곳이나 착석을 하는 것은 이곳 식당 문화와 맞지 않는다.
홍콩의 식당들은 공간 및 시간과 씨름을 한다.
저녁 식사나 주말의 경우 90분 제한을 적용하는 음식점들이 많다.
90분 안에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행이 다 와야 들여 보낸다.
일찍 도착한 한 명이 밖이 아니라 식당 안에서 기다릴 수도 있다. 하나
이때부터 90분 타이머가 가동되기 시작하니 선택은 손님의 몫이다.
먼저 도착한 일행에게 직원이 ‘이유 메 차아?(무슨 차를 드시겠습니까?)’라고 물어 본다.
‘일행이 다 안 왔어요. 기다려 주세요’라고 말한다면 이곳 식당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먼저 온 사람은 차를 주문하고 기다린다.
참고로 홍콩 중식당의 가장 보편적인 3대 차는 보레이(보이차), 티꾼얌(철관음), 형핀(자스민차)이니 이중 하나를 주문해 보자.
일행이 도착하고 식사가 시작되었다.
옆 사람의 찻잔이 비어가면 중간중간 차를 따라 잔을 채워준다.
한국의 경우 술자리에서 상대방에게 첨잔을 하는 문화가 있듯이 중화권에서는 찻잔을 채워 줘야 한다.
찻잔이 작아 금새 바닥을 드러내므로 식사 중 일행이나 손님의 찻잔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너무 먹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으면 안된다.
그리고 찻주전자의 물이 없으면 뚜껑을 살짝 옆으로 올려 놓아 종업원에게 물을 따라 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옆에 앉은 사람이 손님이나 손윗사람이라면 음식을 집어 그릇에 올려 준다.
이때 ‘공파이’를 사용한다. 공파이는 공용 젓가락이다.
반대로 홍콩 지인이 나의 그릇에 음식을 올려 줄 수도 있다.
이때는 ‘음꺼이(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고, 이어서 ‘지게이 라이(제가 할게요)’라고 말해주면 좋다.
홍콩의 종업원들은 발은 빠르지 않으나 손이 빠르다. 요리를 다 먹으면 잽싸게 치운다.
눈 깜짝할 사이에 들고 가는데, 때로는 다 먹지도 않았는데 사라지기도 한다.
여기에는 긍정적인 해석과 부정적인 해석이 공존한다.
전자는 손님의 테이블을 깨끗이 치워주기 위한 배려의 문화라는 것이고, 후자는 ‘빨리 드시고 나가 주시지요’라는 사인으로 여겨진다.
어쨌든 다 먹지도 않은 요리가 눈 앞에서 없어지는 테러를 여러 차례 겪었다.
순발력이 필요하다. ‘쭝 메이 쌕윈(아직 다 안 먹었어요)’이라고 말하자.
7. 식사 중 코를 풀어도 된다.
홍콩 학생들에게 한국에서는 식사 중 코를 풀면 안 된다고 말하면 가끔 이런 질문을 듣는다. “그럼 콧물이 흐르면 어떡해요?”. 이때 장난기가 발동한다.
“같이 먹어도 돼요. 맛이 나쁘지 않아요”라고. 홍콩의 식당에서는 종종 코를 푸는 소리가 들린다. 물론 너무 요란하면 좋지는 않다.
가끔 이빨이 살짝 나간 컵이 등장한다. 현지인들은 굳이 바꿔달라고 하지 않는다.
이곳 사람들의 습관이자 문화이다. 마음에 안 들면 바꿔 달라고 해도 상관은 없다.
내가 처음 홍콩에 발을 디딘 20년전. 나의 선임자는 이곳 식당의 팁 문화를 전수해 주었다.
신용카드 결재의 경우 금액을 살짝 올려 적어 뒷자리를 ‘0’에 맞춘 후 사인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456이 나왔으면 $460으로 적은 후 사인한다. 현금으로 계산시에는 작은 쟁반에 올려져 있는 거스름돈 동전 중 일부를 남겨서 팁으로 주었다.
하나 20년이 지난 지금, 홍콩에서 이런 풍습은 많이 사라졌다.
한국과 중화권의 상반된 식사 예절이다.
한국에서 밥그릇을 들고 먹는 사람은 거의 없다.
거지들이나 들고 먹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다. 중국인의 경우 반대로 밥공기를 들고 먹는다.
밥그릇을 내려 놓고 먹는 것은 멍멍이를 연상시킨다나... 두 나라가 상반된 이유로 상반된 식사 문화를 지닌 것이 재미있다.
11. 합석 문화
임무 수행을 위해 팀장으로서 부하들을 데리고 홍콩에 온 라이온 레이놀즈. 식당에서 팀원들과 식사를 하며 작전을 논의한다.
이때 한 홍콩인도 자연스럽게 끼어 들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데, 서로 몇 마디 주고 받다 팀장이 문득 물어본다.
“그런데 당신은 누구죠?”
“합석한 사람인데요.”
“보안이 끝내주는군!”
홍콩 식당의 합석 문화를 보여주는 영화 ‘식스 언더그라운드’의 한 장면이다.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자. 마음에 드는 이성과 한 테이블에서 만난다면 소개팅을 주선해 준 식당 측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