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인들만 아는 현지 식당 잡학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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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인들만 아는 현지 식당 잡학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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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현지 식당 관련 잡학 상식을 준비하였다. 식사하면서 이야깃거리로, 실재 유용한 상식으로서 알아 놓는다면 나쁠 것은 없다.    



찻주전자 뚜껑을 열어 놓게 된 유래는?


중식당에서 찻주전자에 물이 없으면 뚜껑을 비스듬히 올려 놓는다. 

 

즉, 찻주전자 안에 뜨거운 물을 부어달라고 종업원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우리 교민들에게도 익숙한 상식이다. 그럼 그 유래도 알고 있는가?


문헌에 기재된 바는 없으나 많은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유래가 있다. 

 

청나라 시절 광저우의 차 문화에서 전래된 이야기이다. 만주족들은 청나라를 건국한 후 기세가 등등하여 활개를 치고 다녔다. 

 

이들은 당시 인도인을 모방하여 자고새를 가지고 다니며 길렀다. 자고새는 꿩과의 메추라기와 닮은 새이다. 어느 날이었다. 

 

한 만주족이 식당을 방문하여 자고새를 빈 찻주전자에 넣어 두었다. 안이 비어 있는 줄 알았던 종업원이 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부어 새가 죽어버렸다. 

 

그 만주인은 이를 빌미로 배상을 요구하였다. 이후 재발 방지를 막고자 식당 측은 손님들에게 차주전자를 열어 놓도록 한 후 비로소 물을 부었다.


이 풍습은 줄곧 후세에 전해져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유래는 식당 측이 진상 고객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시작되었던 것이다.


 

식당에서 무료로 주는 물의 용도는?


예전에 차찬팅에서는 여러 번 우린 값싼 찻물을 무료로 제공하곤 했다. 요즘은 냉수나 온수로 대체된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 이 물을 마시는 경우도 있지만 젓가락을 닦는데 쓰기도 한다. 

 

먹는 물로 식기를 닦는다는 것이 식당 측에 실례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홍콩의 음식 문화를 다룬 ‘香港尋味(홍콩의 맛을 찾아)’라는 책에서는 그 용도를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었다.


첫째, 음용수로서의 기능이다. 식사 전 갈증 해소를 위해 마신다.


둘째, 식기를 닦기 위한 용도로 쓰인다. 위생을 위한 고려인데, 나는 식당 측에 미안해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셋째, 찻잔에 리필을 하기 위함이다. 차 한 잔을 주문하게 되면 리필이 어려우니, 물을 부어 차를 좀 더 마실 수 있다.


기타 용도로는 얼음을 덜 때 이용할 수 있다. 주문한 아이스 음료에 얼음이 너무 많으면 물이 든 잔에 덜어낼 수 있다. 

 

홍콩에서 많이 마시는 레몬차의 경우 레몬을 덜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손을 씻을 때 사용하기도 한다. 

 

손을 대고 먹는 요리의 경우 화장실에 가기 귀찮아 그 자리에서 물로 살짝 닦아내는 것이다.  


 

식기를 씻는 것도 순서가 있다?


중식당을 가면 식사 전 으레 식기를 살짝 씻어 이용한다. 그런데 이것도 순서와 요령이 있다.


첫째, 차나 물을 각자의 작은 공기에 붓는다. 그리고 수저와 찻잔을 그 안에 담가 씻는다.


둘째, 테이블에 있는 모든 식기를 모아 큰 그릇에 넣어 종류별로 씻는다. 

 

식탁 위에 헹굼용으로 놓여져 있는 큰 그릇을 이용하는 것이다. 순서는 다음과 같다. 

 

우선 모든 젓가락을 한데 모아 차나 물을 위에서부터 부어 헹군다. 그리고는 숟가락, 찻잔, 개인 공기를 한 명씩 돌아가면서 큰 그릇에 넣어 세척한다.



음식 이름이 멋진 남자, 예쁜 여자, 뚱녀, 패륜아?


노천 식당에 해당하는 다이파이동은 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 

 

다양한 손님들을 대접해야 하는 종업원들은 실례를 끼치지 않기 위해 민감한 용어 사용시 다른 단어로 대체했다. 

 

요식업계에서만 쓰는 독특한 용어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이후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으로, 또한 이런저런 사연으로 요리 이름을 대체하는 업계 은어가 자리잡았다. 

 

요즘도 차찬팅 등 대중 식당에서 많이 사용하는 몇 가지를 소개한다.


백반은 ‘멋진 남자’, 죽은 왜 ‘예쁜 여자’로 부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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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눈처럼 하얗고 윤기가 흐르는 백반과 매끈하고 부드러운 죽을 ‘멋진 남자’와 ‘예쁜 여자’로 비유한 것 같다. 

 

핫초코에 뚱녀라는 호칭을 붙인 이유는 고칼로 음료의 특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오벌틴은 곡물에 우유를 타 마시는 음료이다. ‘패륜아’가 된 이유는 오벌틴의 중국어 브랜드명이 ‘阿華田’임에 기인한다. 

 

여기서 말하는 패륜아는 논밭을 팔아 가세를 기울게 한 아들을 말한다. 

 

오벌틴의 중국어 이름에 ‘밭(田)’이 들어가 있다. 식당에서 ‘밭’을 파니까 패륜아가 된 셈이다.

 

‘웡아제’는 ‘핫커피’라는 노래를 유행시킨 홍콩 여가수이다.


숫자도 음식을 표현하는데 쓰인다. 6은 콜라를 의미한다. 콜라의 광동어 발음 ‘허럭’과 숫자 ‘6’의 발음 ‘록’이 비슷하다.

 

세븐 업의 광동어 이름은 ‘찻헤이’인데, ‘찻’은 7을 의미한다. 8은 환타를 지칭한다.

 

광동어로 ‘판닷’이며 8은 ‘빳’이다. 밀크티는 광동어로 ‘나이차’이다. 9T는 ‘Nine Tea’의 줄임말로 ‘나이차’를 의미한다. 

 

이런 음료들을 주문받으면 종업원은 숫자로 적곤 한다.


다음에 차찬팅에 갈 기회가 있다면 재미삼아 주문해 보자. “얏 고 페이무이, 얏 고 빠이가자이 음꺼이! (뚱녀 하나랑 패륜아 하나 주세요~!)”   



<참고 자료>

香港尋味, Alison Hui著, 創意市集,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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