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홍콩. 영국 영사관 앞에서 한 여성이 분신한다. 제복 차림의 '청년 근위대'가 "금지 품목을 팔았다"며 서점을 공격한다.
중국 정부가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이런 내용을 담은 영화 '10년'(Ten Years)이 깜짝 흥행하고 있다고 미국 CNN 방송이 21일 보도했다.
저예산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작년 말 홍콩에서 단관 개봉했다가 '스타워즈:깨어난 포스'보다도 좋은 성적을 냈다. 이에 도시 전역으로 개봉관이 늘어났고 제작진은 배급사들과 해외 판권을 놓고 협상 중이다.
공동 제작자 응카룽(34)은 CNN에 "이런 반응은 예상치 못했다"며 "많은 홍콩 사람들에게 반향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2025년을 가정한 단편 영화 여러 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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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본토와 가까워지면서 상실된 홍콩의 정체성에 관한 단편, 광둥어를 배제하고 표준 중국어인 푸퉁화(普通話)를 쓰도록 하는 당국 규제 때문에 일할 수 없게 된 택시기사에 관한 단편이 포함됐다.
정부 암살단이 지역 정치인을 살해하자 폭동이 일어나고 이는 정부의 권력이 강화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모습을 그린 단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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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는 서적을 판매한 홍콩 출판·서점 관계자들이 잇따라 실종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이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상황과 이 영화의 예상 밖 흥행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캐스팅 단계에서 대본을 본 여러 배우가 나중에 중국 내 활동에 영향이 있을 것을 우려해 출연을 고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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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쿤웨이(36) 감독은 관객에게 충격을 안겨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 행동에 나서도록 하려 영화를 만들었다면서 "홍콩은 오랫동안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왔고 오랫동안 속아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4년 우산혁명이 있었으나 구체적인 성취는 전혀 없었다"며 "홍콩 사람들은 더 많이 공헌해야 하고 더 많이 희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