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을 조금 더 다듬어보는 건 어떨까요?"
지난달 홍콩 입법회 의원 88명이 베이징을 방문해 샤바오룽(Xia Baolong, 夏寶龍)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주임과 5시간에 걸친 역사적인 간담회를 가졌다. 인민대회당 홍콩청에서 열린 이날 회의에는 홍콩 의원의 절반가량이 발언권을 얻어 활발한 의견을 나눴다.
사단은 한 의원의 발언 순서에서 터졌다. 해당 의원의 유창하지 못한 표준어(보통화)와 짙은 현지 억양을 경청하던 샤 주임은, 이 자리를 빌려 홍콩 입법회 의원들이 표준어 구사 능력을 더욱 가다듬고 정진할 필요가 있다고 격려의 조언을 건넸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에 따르면, 샤 주임은 스포츠·공연예술·문화·출판계를 대표하는 켄네스 팍(Kenneth Fok, 霍啟剛) 의원의 뛰어난 표준어 실력을 콕 집어 칭찬했다. 이에 평소 표준어 실력이 평범했던 다른 의원들은 앞으로 언어 연습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다짐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어눌한 표준어로 어떻게 소통하나"… 언어 능력 향상 촉구
홍콩·마카오 연구자문기구의 라우시우카이(Lau Siu-kai, 劉兆佳) 고문은 샤 주임의 발언이 현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한 가벼운 농담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면서도, 공공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표준어 듣기와 말하기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하는 실질적인 필요성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그는 의원들이 중앙정부의 정책 문서와 권위 있는 언론 보도를 정확하게 해석하기 위해 중국어 글쓰기(작문) 능력 역시 함께 향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행정회의 위원인 로니 통카와(Ronny Tong Ka-wah, 湯家驊) 의원 역시 자신의 표준어 실력이 매우 기초적인 수준임을 솔직히 인정했다. 과거 본토 관리들로부터 자주 가벼운 놀림을 받기도 했다는 그는 샤 주임의 조언이 순수한 선의에서 나온 것임을 인정했다. 통 의원은 의정 활동 초기 표준어 학원에 등록하기도 했으나, 나이가 든 후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아울러 일부 의원들의 영어 실력 역시 평범한 수준임을 지적한 통 의원은, 입법회 의원들이 소통의 핵심적인 역할을 자각하고 언어 능력을 능동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콩만의 억양도 매력"… 소통에는 문제없다 반론도
반면 본토에서 성장한 민주건항협진연맹(DAB) 소속 브레이브 찬융(Brave Chan Yung, 陳勇) 의원은 현재 입법회에 뛰어난 언어적 재능을 갖춘 젊은 의원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현재 의원들의 전반적인 표준어 수준이 일상적인 의사소통을 소화하기에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찬 의원은 일부 의원들이 짙은 홍콩식 억양을 쓰더라도, 이는 오히려 중앙 지도부에 출신지를 자연스럽게 알리는 신호가 될 뿐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배움에는 끝이 없는 만큼, 의원들이 단순한 언어 연습을 넘어 '일국양제(One Country, Two Systems)' 틀 내에서 쓰이는 관용적 용어에도 익숙해져 서로 간의 이해와 업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콩경제민생연맹(BPA) 소속 미셸 탕밍섬(Michelle Tang Ming-sum, 鄧銘心) 의원 역시 표준어 실력을 늘리기 위해 평소 중국 본토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다며 개선 의지를 밝혔다. 그녀는 또한 중앙 지도부가 다양한 온라인 채널과 언론 보도를 통해 홍콩 사정을 깊이 있게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상호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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