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저널 가족들,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글 손정호 편집장
지난 한 달간 수요저널 제작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6년 동안 수요저널의 신문 편집 디자인을 책임지던 디자이너가 뇌출혈로 쓰러져 입원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시기에 남편을 따라 한국으로 귀국했지만, 디자인 솜씨가 좋아 온라인으로 계속 일을 함께 해왔습니다. 작년 첫아기를 출산하면서도 수요저널 발행에는 지장을 주지 않으려고 산후조리원에서 노트북으로 디자인을 했던 친구였습니다. 성실하면서도 야무진, 요즘에 찾기 힘든 고마운 일꾼입니다. 그랬던 디자이너였기에 남편과 저 모두 충격이었습니다.
중환자실 입원 후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작년 저의 가장 친했던 대학 친구가 뇌경색으로 두 번이나 쓰러져 너무나 놀랐던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회복하더라도 최소 몇 개월은 걸릴 것이고, 이후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다음 주 신문 발행에 앞이 캄캄했습니다. 그날은 구정 연휴가 마치는 토요일 오후였습니다. 신문편집 디자이너를 찾기 위해 급하게 인맥을 동원했습니다. 하지만 밤늦게, 유일하게 답변이 온 곳은 수요저널의 전 디자이너였습니다. 이 친구는 2017년 싱글일 때 홍콩에 와서 1년 반 정도 일을 하고 귀국 후 결혼하여 살고 있었습니다. 급하게 자초지종 설명을 하자 너무나 안타깝다며 돕고 싶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기르며 남편 일을 돕고 본인 일도 많아 바쁘게 살고 있었습니다. 마감 시간 앞두고 몰아치듯 일해야 하는 신문편집 업무를 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예전에 홍콩에서 근무할 때 고마웠고, 한국으로 돌아갈 때 예고도 없이 서둘러 귀국한 것에 대해 미안했다며 빚을 갚고 싶다고 했습니다.
사실 저는 그 친구를 많이 야단쳤던 기억이 많습니다. 제가 나무라면 자주 울기도 했습니다. 제 연락을 받지 않을꺼라 생각했습니다. 급한 마음에 연락했었는데, 도리어 연락을 준 게 고맙다며 돕겠다고 했습니다. 귀국 후에는 신문 편집 일을 전혀 안 했는데 당장 노트북을 구매하고 신문 편집용 프로그램을 설치하겠다고 했습니다. 너무나 고마워서 마음속으로 감사 기도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8년 만에 다시 신문 편집 디자인을 해야 하니 이 친구도 비상이었습니다. 일상에 영향을 주지 않고 편집하기 위해 밤에 디자인 편집을 했습니다. 저 역시 카톡을 켜 놓고 일요일 밤, 월요일 밤을 함께 작업했습니다. 매일 밤과 아침에 번역하는 땅콩뉴스도 동시에 계속했습니다. 인쇄소에 파일을 성공적으로 보내면 저는 사무실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는 동안 뇌출혈 수술을 잘 마쳤다는 소식을 디자이너 남편에게 받았습니다. 남편은 부인이 의식을 회복하자마자 한 말이 "수요저널 편집 어떻게 돼?"였다고 말했습니다. 고마운 마음에 할 말이 없었습니다.
아마 신문사, 방송사에서 마감 시간을 앞두고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러할 것 같습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이 일을 합니다. 언론인 마인드, 보도 책무, 사명감 그런 거 거창하게 말하지 않습니다. 이 일이 좋아서 하는 겁니다. 이 신문이 전달되면 누군가에게 필요한 정보가 되고, 삶의 이야기가 되고, 칭찬이 되고, 경각심을 갖게 하고, 새 직원을 뽑고, 새로운 물건을 사고팔며, 우리 한인 사회에 삶의 터전을 넓혀가는 밑바탕이 될 거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뇌출혈 수술을 잘 마치고 돌아온 홍지혜 디자이너가 아프지 않았으면 합니다. 한 달간 마감을 앞두고 밤을 지새우며 도와준 류여영 디자이너에게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조용히 기도해 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1995년 본인 사업하기에도 바빴던 시절, 한인들을 위해 신문이 필요할 거로 생각해 수요저널을 처음 만드신 발행인 박봉철 회장님. 수요저널에 애정이 넘치셨던 故 이은미 초대 편집장님, 그리고 많은 선배, 동료, 칼럼니스트뿐만 아니라, 인쇄소 사장님, 배송업체와 일선 배달부 할아버지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