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속초에서의 겨울』의 저자, 엘리사 수아 뒤샤팽 작가가 20일 홍콩한국국제학교를방문했다. 프랑스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스위스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삶은, 한국에 뿌리를 두고 홍콩이라는 낯선 환경에서 살아가는우리 KIS 학생들과 닮아 있었다.
강연에 앞서 감상한 영화 <속초에서의 겨울>은 내가 막연히 그리워하던 한국의 화려한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쓸쓸하고시린 바다와 생선 비린내 진동하는 시장통이 화면을 채웠다. 그 안에서 이방인 케랑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는 주인공 '수하'의 모습은, 타국 땅에서"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던 나의 지난날과 겹쳐 보였다. 특히 수하가 화장실의 뿌연 거울을 닦아내며 제 얼굴을 마주하는 장면은,안개 속에 가려졌던 정체성을 선명하게 찾아가는 과정처럼 느껴져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영화 상영 후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작가는 시종일관 진솔한 태도로 학생들과 소통했다. 본 기자는 작가에게 "정체성 탐색을 넘어, 속초라는 좁은 세상과순응을 강요하는 사회적 압박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해방'의 열망을 느꼈는데 이를 의도한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작가는 "놀랍게도 집필 당시에는 '해방'이라는 주제를 구체적으로 의도하지 않았다"고 답했다.그러나 책을 마친 후에야 자신의 글 속에 그러한 주제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음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강연장의 열기는 마지막까지 뜨거웠다. 옆 자리에서 고개를 끄덕이던 친구는 "국제학교를 다니며 느낀 정체성의 혼란이나만의 외로운 숙제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큰 위안을 얻었다"며 상기된 얼굴로 소감을 전했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던 다른 친구는 작가의절제된 문체에 영감을 받아 홍콩에서의 일상을 기록하는 에세이를 시작하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우리는 각자 다른 배경을 지녔지만, 작가가 던진'경계의 미학'이라는 화두 안에서 서로의 고민이 닮아 있음을 확인하며 하나로 연결되는 경험을 했다.
요즘 진로에 대해 방황하던 친구는 "늘 주류 사회에 속하지 못했다는 기분 때문에 고립감을 느꼈는데, 작가님 또한같은 고민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큰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글/사진 강우준 학생기자(KIS 학생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