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테이토, 네버, 캐쉬.. 재미있는 홍콩인의 영어 이름- [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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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테이토, 네버, 캐쉬.. 재미있는 홍콩인의 영어 이름- [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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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원의 중국어 시간. 한 수강생이 질문을 던진다. “홍콩 사람들의 영어 이름을 보면 재미있고 독특한 게 많던데 왜 그런가요?” 이 칼럼을 읽는 독자들도 현지인들의 특이한 영어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콜라, 포테이토, 네버, 식스틴.. 이런 골때리는 이름들은 누가, 어떤 연유로 짓게된 것일까?

 

 

독특한 영어 이름은 자기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

 

 

광동어 속담 중 ‘나쁜 운명은 무섭지 않으나 나쁜 이름이 무섭다’라는 말이 있다. 이와 같이 풍수에 민감한 홍콩인들은 중국어 이름을 지을 때는 매우 신중하다. 이에 비해 영어 작명은 비교적 가볍게 탄생되는 거 같다. 자신을 드러내고 상징할 수 있는 별명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다시 말해 영어 이름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차별화시키는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는 마치 사람들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옷을 고르는 것과 같아요. 즉, 일종의 자기 표현 방식이죠”.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에 실린 중문대 문화인류학 부교수 조셉 보스코의 말이다. 

 

한 인터넷 언론에는 제니라는 평범한 이름을 가진 홍콩인이 평범하지 않은 영어 이름의 동급생을 소개한 글이 실렸다. 그들의 이름은 ‘식스틴(Sixteen)’과 ‘포테이토(Potato)’였다. 제니가 다닌 학교의 학급 번호는 광동어 이름을 영어로 표기했을 때의 ABC 순으로 정해졌다. 식스틴이란 학생은 이름의 순서, 즉 학급 번호가 16번째였기 때문에 그런 영어 이름을 짓게 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친구가 감자라는 이름을 갖게 된 사연은 포테이토칩, 포테이토 튀김 등 감자를 너무 좋아해 스스로 감자가 되고 싶어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반 학생들은 그 둘은 ‘16개 감자’라 불렀다고 한다. 

 

홍콩의 입시 학원에는 네버 웡(Never Wong)이라는 강사가 있었다. 이는 ‘절대 틀릴 수 없다’의 의미를 갖는 ‘네버 뤙(Never Wrong)’을 연상시킨다. 기발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한국어 수업을 하며 그동한 많은 홍콩인들과 접했던 나 역시 의아했던 이름 하나가 생각난다. ‘캐쉬(Cash:현금)’이라는 영어명이다.  당시에는 잠시 의문을 갖고 넘어갔지만 지금 칼럼을 쓰며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는 결국 배금주의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본주의 시대에서는 결국 돈이 최고 아니겠는가!


돈 츄 리멤버 미? 쉽게 기억하는 이름

 

 

좋은 이름은 부르기도 쉽고 기억하기도 쉬운 이름이라 생각된다. 이와 관련,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 독특한 영어 이름을 가진 팀장이 떠오른다. 당시 나는 해외영업팀 소속이었고 팀장의 영어명이 ‘럭키 팍(Lucky Park)’이었다. 홍콩에 주재원으로 와서는 영어 이름이 브루스(Bruce)인 동업계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성이 ‘이’씨였으니 브루스 리, 즉 이소룡이 된 것이다 (그는 노래방에서의 강렬한 퍼포먼스로 ‘난리 부르스’라는 별명도 갖고 있었다). ‘럭키’나 ‘부르스 리’는 듣는 순간 확실하고 강렬한 브랜딩으로 상대방의 뇌리에 각인된다. 

 

이 칼럼을 준비하기 위해 홍콩 사람들에게 영어 이름이 어떻게 탄생되는지 물었다. 이름을 지어준 이들은 부모이기도 하고 스스로 마음에 드는 것을 만들어 부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몇가지 패턴을 발견했다.

 

우선 광동어 발음과 영어 발음의 유사성이다. 우리 학원에 다니는 카먼(Kaman) 씨는 한자 이름이 ‘鄭嘉敏’이다. 광동어 발음은 ‘까만’으로 영어 이름인 카먼과 발음이 매우 유사하다. 같은 반의 메이(May)씨도 비슷한 사연을 지녔다. 광동어 이름은 ‘지메이’이다. 끝자인 ‘메이’에서 동음의 영어 이름이 탄생되었다. 홍콩의 유명한 가수인 조이 용(Joye Yung)도 이 범주에 속한다. 그녀의 한자 이름은 ‘容祖兒’인데 광동어 발음은 ‘조우이’이다. 

 

영어 이름에 형제들과 돌림자를 갖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수업하는 HKU SPACE의 한국어반 수강생 중 한 명인 ‘수잔나’씨. 그녀의 영어명은 언니가 지어주었단다. 언니의 이름은 다름아닌 ‘조앤나’. ‘수잔나’와 ‘조앤나’는 라임을 형성하여 우리나라나 중국어의 돌림자를 연상시킨다.  


형제 이름이 ‘위너’와 ‘루저’, 실제 그들의 삶은?

 

 

재미있는 영어 이름과 관련하여 예전에 ‘괴짜 경제학(스티브 레빗 저)’에서 읽었던 내용을 인용해 본다. 1958년, 뉴욕에 살던 로버트 레인은 아들의 이름을 위너(winner:승리자)라고 지었다. 저소득층 공공주택에 살던 로버트에게는 이미 몇 명의 아이들이 있었는데 이 아이에게는 특별한 감정이 있었던 것 같다. 3년 후, 그의 7번째 아이가 태어났는데 그에게는 상반된 이름인 ‘루저(Loser: 패배자)’가 부여되었다. 부모가 이 아이의 탄생을 기뻐하지 않았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훗날 루저는 장학금을 받으며 기숙 사립학교를 거쳐 펜실베니아에 있는 라파에트 대학을 나온 후 뉴욕 경찰의 경사로까지 승진되었다. 그런데 위너는 절도, 가정폭력, 불법침입, 체포불응 및 기타 상해 범죄로 기나긴 범죄 꼬리표가 붙었다. 루저는 실제 생활에서 위너가 되었고 위너는 루저가 된 것이다!


내 영어 이름은 ‘브라이언’이다. 생각해 보니 너무 심심한 감이 있다. 우리 학원 이름이 ‘진솔’이니 ‘어네스트’라 바꿔 볼까 생각 중이다.

(관련 자료를 제공해 준 진솔학원 수강생 이혜원 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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