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3대 헤리티지 트레일을 찾아서 – 3. 롱욕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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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3대 헤리티지 트레일을 찾아서 – 3. 롱욕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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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씨 가문의 역사적 흔적, 롱욕타우의 판링


롱육타우(龍躍頭, Lung Yeuk Tau) 헤리티지 트레일은 신계 판링(Fanling)에 위치한다.


첫 번째 칼럼에서 소개했던 윈롱 핑샨과 마찬가지로 등(鄧)씨 일가와 관련이 있다. 

 

본적이 지앙시성(江西省)인 등씨 가문은 송나라 황실과 깊은 관계를 맺었다. 

 

남송(1127~1279년) 초 조정은 몽고가 세운 원나라의 침략으로 남하하게 된다. 

 

이때 황실의 공주가 윈롱 깜틴의 등유급과 혼인을 맺는다.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장남의 후손들이 원나라 말(1279~1368년)에 롱육타우로 이주를 한다. 

 

오늘 방문한 곳이 그 후손들이 번성하여 터전을 이룬 흔적들이었다. 

 

이들은 롱육타우에서 대를 이으며 5위6촌(5圍6村)을 이루며 살았다.

 

 ‘위’는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성곽으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을 가리킨다.


롱육타우 헤리티지 트레일은 약 2.6km에 달한다. 약 10곳의 유적을 둘러보는 데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헤리티지 트레일의 유적들은 주변에 각각 흩어져 있다.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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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위 6촌, 이곳은 성인가 마을인가


 

어드미럴티에서 이스트 레일 라인을 타고 약 30분 후, 판링(Fan Ling)역에서 내렸다. 

 

C 출구로 나가면 바로 미니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56C를 타고 두 번째 정거장인 시우항췬(Xiu Hang Tsuen) 역에서 내려 트레일을 시작한다. 

 

미니버스가 15~3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데, 승차 후 10분 정도 소요된다.


시우항췬에 내리면 건너편에 성곽촌인 산와이(San Wai)가 위치한다. 

 

롱육타우 지역의 특징은 성곽촌이 많다는 점이다. 궁금증과 함께 산와이에 들어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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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미터 높이의 성처럼 쌓은 담벼락 안에 집 몇십 채가 거주하고 있었다. 

 

성벽 안은 가로세로 약 100미터 정도의 길이로서, 이 안에 살고 있는 이웃끼리는 비밀이란 게 없을 듯했다.


다음 코스로 발걸음을 옮긴다. 시골길을 따라 10여분 걷다 보니 커다란 도로가 나온다.

 

그리고 길 건너편에 마을 입구를 암시하는 커다란 문이 ‘龍躍頭(롱육타우)’라는 현판을 달고 우뚝 서 있었다. 

 

본격적인 트레일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이 마을 안으로 들어와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성곽촌 마왓와이(Ma Wat Wai)였다. 청나라 건륭 황제 기간(1736~1795년)에 지어졌다. 

 

성곽 안에는 주택들이 가지런하게 정렬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성곽의 많은 부분들이 파손되어 남아있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숭겸당(嵩謙堂)이다. 1903년에 세워진 교회로 3급 역사 건축물로 지정되어 있다. 

 

내가 방문했을 때가 마침 일요일 오전이어서인지 2층에서는 예배를 드리고 있는 듯했다. 

 

백 년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교회의 기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몇 미터 떨어진 곳에는 1927년에 지어진 숭겸당의 신축 건물이 자리잡고 있었다.


셱로(Shek Lo, 石㿖)는 원래 세번째 목적지였는데, 찾아 헤매다 결국 발걸음을 돌렸다.

 

산을 등지고 지어진 서양식 주택으로 1925년에 건축된 곳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지금은 개인 사유지로 대외적으로 개방을 하지 않는단다.


 

보물찾기 하는 기분으로 찾아 다니는 유적지

 

 

유적지 보물찾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스티커를 받는 여행 프로그램을 마련해 보는 것도 좋을 텐데’하는 생각도 해 본다. 

 

중간에 서양 여행객들의 호기심 어린 표정도 마주할 수 있었다.


어느덧 내 발걸음은 로와이(Lao Wai, 老圍)앞에 다다랐다. 

 

로와이는 등씨 가문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성곽 마을이다. 안에는 우물터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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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 중간중간에는 안에서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작은 구멍이 나 있다. 

 

롱육타우에는 이렇게 곳곳에 와이췬(圍村), 즉 성곽 마을이 산재해 있다. 

 

예전에 얼마나 많은 도적떼들에 시달렸으면 마을 주민들이 담벼락을 성처럼 쌓았을까 생각해 본다. 

 

너무 외곽이라 이렇게라도 치외법권에 노출된 자신의 가솔들을 보호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어서 방문한 곳은 탕충링홀(Tang Chung Ling Ancestral Hall, 松嶺鄧公祠)과 틴하우 템플(天后宮)이었다. 

 

탕충링을 기리기 위해 만든 사당.jpg

 

두 유적지는 나란히 위치해 있다. 탕충링홀은 탕씨 가문의 선조인 탕충링을 기리기 위해 16세기 초에 건립되었다. 

 

내부에는 3개의 사당이 위치해 있어 웅장하고도 고풍스러운 인상을 준다. 1997년 법정 고적으로 지정되었다. 

 

그 옆에 자리 잡은 틴하우 템플에는 가장 오래된 종이 보존되어 있다. 두 개의 종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1695년에 제작되었다.


마지막 방문지는 통콕와이(Tung kok Wai, 東閣圍)로 역시 성곽 마을이다. 5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만큼 성곽의 보존 상태에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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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세 차례에 걸쳐 홍콩의 헤리티지 트레일을 마쳤다. 

 

세 트레일 코스 중 핑샨과 롱육타우는 등씨 가문에 관한 역사를 간직한 곳이었다. 

 

앞으로 홍콩에서 등씨 성의 누군가를 만난다면 유적지에 대한 얘기부터 꺼낼 것 같다.


< 참고 자료 >

https://hk.news.yahoo.com/行山路線-粉嶺-郊遊-龍躍頭-文物徑-交通-014926152.html?guccounter=2

 

이승권 원장2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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