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부 광둥성과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마카오를 디지털 기술을 중심으로 1시간 생활권으로 묶는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홍콩·마카오의 중국 통합에 더욱 속도가 붙는 동시에 한국, 호주, 브라질, 러시아를 능가하는 거대 경제권이 탄생하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21일 광둥성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그레이터 베이 에어리어'(Greater Bay Area)를 '디지털 베이 에어리어'(Digital Bay Area)로 구축하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그레이터 베이 에어리어'는 '웨강아오(粤港澳: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大灣區)'를 뜻한다.
광저우, 선전, 둥관, 후이저우, 주하이, 포산, 중산, 장먼, 자오칭 등 광둥성 9개 주요 도시와 홍콩·마카오를 연결하는 거대 경제권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역점사업이다.
'웨'는 광둥성, '강'은 홍콩, '아오'는 마카오를 각각 뜻한다.
2019년 중국 정부는 '개혁·개방'의 시발점이자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주장(珠江) 삼각주 지역을 웨강아오 대만구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주변 지역과 일본의 도쿄도를 능가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메갈로폴리스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광둥성 정부는 이에 더해 웨강아오 대만구를 디지털 기술 중심지로 만들고 홍콩, 마카오와의 디지털 통합을 통해 주민과 자본, 기술이 행정구역 차이를 넘어 제약 없이 막힘없이 흐르게 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것이다.
광둥성 정부는 광저우와 선전에 '국가 데이터 거래 허브'를 구축하고, 특별구역을 설정해 '역외 데이터 센터'를 지어 크로스보더(cross border) 데이터 교류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홍콩과 마카오는 중국의 특별행정구이지만 중국 본토와 구분되는 역외 지역으로, 데이터 교류에 엄격한 제한이 있다.
또 홍콩과 마카오 주민들은 외국인에 비해 쉽게 중국 본토를 오갈 수 있지만 중국 본토인과는 다른 행정 시스템 적용을 받고 있다.
광둥성 정부는 "디지털화를 통해 대만구의 가치 사슬을 증진하고 기업 간 기술 협력을 촉진하며 공유 데이터를 통해 외국인 투자를 유인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제조 중심지인 광둥성과 홍콩, 마카오의 통합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13조위안(약 2천360조원)으로 한국, 호주, 브라질, 러시아를 능가하는 세계 10위 수준이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선전에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전기차업체 비야디 등이 둥지를 틀고 있다.
광둥성 정부는 미국의 기술 규제 속 인공지능(AI), 첨단 컴퓨팅 같은 핵심 분야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대만구 내 선두 기업 간 공동의 연구실 구축도 장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홍콩·마카오 주민과 기업가들이 광둥성 공공 서비스에 전자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해 1시간 생활권을 가속하고 경제 활동 흐름을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유효 신분증의 차이로 열차 예매, 병원 예약, 사업 등록 등에서 광둥성 주민과 다른 대우를 받았던 홍콩, 마카오 주민들의 대만구 내 활동이 훨씬 편리해질 전망이다.
홍콩 입법회(의회) 킹슬리 웡 의원은 SCMP에 "의심할 여지 없이 이 조치는 홍콩과 중국 본토 간 사람, 상품, 서비스의 흐름을 크게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중문대 시몬 리 경제학자는 다만 홍콩이 중국에 더욱 통합됨으로써 경제적 고유성을 일부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편리함, 통합성과 동시에 부동산, 임금 등에서 홍콩의 가치가 중국 수준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며 "홍콩과 중국 간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홍콩의 경쟁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짚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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