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IoT플랫폼 성공, 홍콩에서도 꼭 이루고 유럽 진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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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IoT플랫폼 성공, 홍콩에서도 꼭 이루고 유럽 진출할 것”

조준호 엘토브 홍콩법인장



도시 외벽과 대형 쇼핑몰 내의 대형 미디어아트는 이제 단순한 전시물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과 마케팅에 꼭 필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순수 한국IoT 기술로 싱가포르와 일본에서 인정받아 홍콩으로 진출한 엘토브 조준호 법인장의 홍콩 진출기를 잠시 들어봤다.


국내 기업 엘토브가 해외로 진출하게 된 계기는 LG전자와 함께 싱가포르 프로젝트를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조준호 법인장은 말문을 열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2013년 터미널 1에 창이공항만의 특별한 미디어 랜드마크를 설치하고 싶어했는데 LG전자와 엘토브가 함께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50억원 정도의 대규모 프로젝트였고 대성공을 이루면서 싱가포르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됐다. 당시 조준호 법인장은 특별한 기획력을 현실화 하기 위해 수도 없이 싱가포르로 출장을 오가며 진두지휘했다고 회상했다.

소셜트리(The Social Tree of Changi Airport)는 LG전자의 대형 LED 64개 둘러쌓여 있고 주변에는 8개의 인터렉티브 키오스크가 둘러싸고 있다. 사람들은 이 키오스크를 통해 사진을 찍고 재미있게 디자인을 한 뒤 소셜트리를 향해 던지면 실제 대형 화면에 사진이 디스플레이된다. 소셜트리의 배경 영상은 숲속, 스카이, 바다속 등 다양한 분위기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 잡으며 창이 공항에서의 대기 시간이 지루하지 않고 특별한 추억을 갖게 했다. 사진은 또한 페이스북 등 각 개인의 소셜미디어로 공유할 수 있어 바이럴 마케팅 효과도 기대하게 했다. 당시 창이공항의 소셜트리는 센세이션한 충격을 주며 첨단 IT기술로 인터렉티브한 경험과 새로운 마케팅 시장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국제적인 관심사를 받게 된 엘토브는 이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판단해 싱가포르에 지사를 설립했다. 판단은 적중했다. 싱가포르 지사를 설립한지 2~3년만에 싱가포르 내의 대부분의 대형 쇼핑몰을 모두 접수했다. 조준호 법인장은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자신감이 넘쳤다. 어느 국가, 어느 지역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대형 구조물 외에도 소형으로 제작했다. 소셜 월(Social Wall) 형식으로 건물 입구나 특별한 곳에서 키오스크와 대형 LED를 활용한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 전자광고판)을 발전시켰다.

엘토브 본사는 싱가포르 법인장으로 조준호 법인장을 낙점시키고 더욱 성장시키기로 계획했다. 그러나 글로벌 교육기관에 근무하던 조준호 법인장의 아내가 홍콩으로 발령나면서 엘토브 홍콩지사 설립이라는 새로운 수를 두게 됐다. 싱가포르와 경제 수준, 문화와 환경이 비슷한 홍콩에서도 새롭게 도전해 보자는 마음으로 2018년부터 정착하게 됐다. 초기에 많은 쇼핑몰들이 엘토브의 성공 사례에 관심을 보이며 수주를 받고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송환법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가 터지더니 심각성이 날로 높아졌다.

계약이 취소되는 것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시위대의 폭력성이었다. MTR 키오스크를 망치로 박살내고 중국계 쇼핑몰, 상점들을 무자비하게 파손하면서 쇼핑몰 소유주들은 최대한 피해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 했다. 기존의 설치된 키오스크나 대형 LED, 쇼윈도 등도 파손 방지하기 위해 나무판으로 가려지기도 했다. 조준호 법인장은 홍콩 시위대의 폭력성에 너무 놀라 당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결국 방향을 틀어 구상한 것은 도시락 벤딩머신 업체의 합작 프로젝트였다. 대형 건물 입구에 설치되어있는 도시락 자동판매기에 다양한 레스토랑의 인기 도시락으로 구성해 미니 푸드코트처럼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이와 연동되는 모바일 앱으로 주문을 하고, 벤딩머신에서 받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사용자 경험을 데이터로 축적해 판매 실적을 올리는 마케팅 자료로 확보하는 아이디어였다. 모바일 앱은 사용자들에게 다음주 식단(meal plan)을 미리 짤 수 있도록 메뉴를 제공하고, 메뉴 당 칼로리를 계산해 적극적인 관심을 끌어모았다. 1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장치였다. 도시락 솔루션은 빠르게 성장해 매출로 이어졌다. 하지만 파트너 업체의 일방적인 계약 변경으로 성공적인 마무리를 하지 못한채 결별하게 됐다. 법적 분쟁으로 갈 수 있었지만, 젊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만족하고 곱씹어아먄 했다.

조준호 법인장은 한국에서 해외로 진출한 IT기업으로서 홍콩 기업들과 직접 경쟁하기에는 많은 장벽이 있음을 실감했다. 그래서 한국 본사와 협의해 사내 벤처 스타트업을 만들고 홍콩에서 개최하는 현지 스타트업 대회에 직접 참여했다. 엘토브 홍콩 법인을 설립할 때부터 무한한 지원을 해준 패트릭 청(Patrick Cheung) 오아시스 브랜드 커뮤니케인션 대표와 함께 ARTECH SPACE XR를 설립해 스타트업 비즈니스를 진행했다. VR와 AR을 활용한 엘토브 본연의 사업이다. 하얀 3면의 공간을 디지털 VR공간으로 만들어 몰입형 공간이라는 개념을 모바일폰에서 실현시키는 것이었다. 가상 현실 기술과 고가의 카메라 장비를 활용해서 구현할 수 있던 VR영상 촬영을 미디어월과 모바일폰을 통해 보일 수 있도록 개발해 대중화하겠다는 프로젝트다. 특히 해외 여행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소형 미디어월을 이용해 다른 공간을 방문하는 경험을 기존의 기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 정교하고 실감나게 제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미 그는 홍콩에서 개최한 스타트업 대회에서 2번의 수상 경력을 갖고 홍콩 사이버파크와 사이버포트 입주 자격을 얻게 됐다.

그러나 세계적인 팬더믹 상황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홍콩 마케팅 시장이 크게 가라 앉고 처음 홍콩에 법인을 세울 때의 계획마저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아 아쉬운 내색이었다. 워낙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장기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홍콩의 디지털 사업분야에서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배경을 패트릭 청은 크게 세 네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번째는 홍콩의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홍콩에서 성공한 고고밴과 같은 유니콘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확장해야하는데 지역 규모 면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두번째는 정부 지원이다. 사이언스 파크나 사이버포트에 입점하기 위해서 너무나 높은 장벽이 있다. 대회 입상이나 기술을 증명할 뭔가가 있어야만 한다. 세번째는 충분한 인재가 부족한 점이다. 홍콩에서는 우수한 인재들이 높은 연봉을 보장하는 금융, 부동산 개발 쪽으로 몰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홍콩 역시 중국의 일부이지만 홍콩 문화에 맞는 기술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중국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조준호 법인장은 세계 정복을 꿈꾸고 있다. 혈혈단신 홀로 싱가포르에서 성공을 거두었고, 홍콩에서도 스타트업을 통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한다. 지금까지 성공한 사례가 없고, 앞서 진출한 팀도 철수한 것을 지켜보면서 더욱 도전 정신이 불타오르고 있다. 한국식 글로벌 마인드가 아니라 홍콩 현지인과 어울리고 협력해서 전략화된 방법을 성공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실패가 될지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끝까지 가보고 이야기를 계속 써보고 싶어했다. 홍콩에서 좋은 결과를 내게 된다면 유럽과 미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글/사진 손정호 편집장    사진 엘토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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