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의 코로나(corona)는 라틴어로 왕관이라는 뜻입니다. 이 코로나에서 왕관을 뜻하는 영어 단어 크라운(crown)이 나왔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를 현미경으로 보면 동그란 바이러스의 테두리를 따라 돌기가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왕관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우리말로 치면 왕관 바이러스라고 정도의 이름으로 볼 수 있겠네요.
한국어에서는 coronavirus를 소리나는 대로 코로나바이러스라고 읽지만 중국어에서는 실제로 왕관 모양의 바이러스라는 뜻을 살려서 冠狀病毒(관상병독)이라는 말을 씁니다. 한국어에서도 이제는 과학, 공학 계통의 전문 용어를 음차하기보다는 뜻을 잘 살려서 번역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중국어 명칭인 冠狀病毒(관상병독)은 한 글자씩 풀어보면 왕관(冠, 갓 관) 모양(狀, 모양 상)의 바이러스(病毒, 병독)라는 뜻이 됩니다. 단세포 생물인 박테리아는 중국어로 세균(細菌)이라고 부르고 스스로는 세포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어 다른 세포에 기생해야 하는 바이러스는 병독(病毒)이라고 부릅니다.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는 생물학적으로 아예 다른 존재로, 박테리아를 죽이는 약인 항생제(抗生劑)는 바이러스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습니다. 바이러스로 인한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항바이러스제(antiviral)를 사용해야 합니다.
冠은 ‘갓 관’입니다. 글자를 쪼개 보면 머리(元, 으뜸 원)에 손(寸, 마디 촌)으로 쓰는(冖, 덮을 멱) 것이 갓(冠, 갓 관)이라는 뜻임을 알 수 있습니다. 으뜸 원(元)과 마디 촌(寸)은 여기에서는 각각 머리와 손이라는 뜻으로 쓰였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남자의 성인식은 갓을 씌워준다는 의미에서 관례(冠禮), 여자의 성인식은 비녀를 꽂아준다는 의미에서 계례(筓禮)라고 불렀습니다. 옷과 갓을 단정하게 하는 것을 의관(衣冠)을 정제한다고 하고, 새로운 임금이 왕관(王冠)을 받는 행사는 대관식(戴冠式)이라고 하지요.
서울에 있는 관악산(冠岳山)에서도 冠을 볼 수 있습니다. 하루빨리 코로나바이러스가 종식되어서 홍콩 신문에서 冠이라는 글자를 보기가 힘들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