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한밤 중의 팔씨름

[독자투고] 한밤 중의 팔씨름

 

 

 

 

홍콩에서 몇 가지 에피소드가 있는데, 작년 8월에 있었던 사건이 단연코 놀랄만하여 소개합니다. 제게는 동종업계에서 알게 된 특별히 친한 두 동생이 있어, 서로 자주 만나 생사를 확인합니다.

 

제가 첫째이고, 둘째, 막내가 있습니다. 그날도 저는 거래처와 저녁을 하고 늦은 10시쯤에 막내와 연락이 닿아, 더위를 식히고자 노천 까페에서 맥주를 한 잔 하고 있었는데, 문득 둘째 생각이 나서, 전화를 하였더니, 동문회를 마치고 곧 오겠다고 하더군요..
 
11시쯤 둘째가 도착하여, 건배를 하던 중, 갑자기 얼마 전에 둘째 사무실에서 보았던 "팔굽혀펴기 체력단련"이란 책이 생각나서 둘째에게 팔굽혀펴기를 열심히 하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팔에 힘을 주어 보이며, 근육을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별 볼만한 근육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팔굽혀펴기는 몇 번이나 하는데?" 라고 물었더니, 한 20번은 거뜬히 한다고 하더군요..

 

20번 ? 쉽지 않은 숫자인데... 좀 믿기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잠깐 세 명의 인상착의를 간단히 요약하면, 막내는 거구이고요, 둘째는 작은 키에 똥똥하고, 저는 작기도 하고 몸도 삐쩍 말랐습니다. 저희 와이프 표현에 의하면, '너무 말라서 젓가락 두개가 걸어가는 모습'... 사실 50kg대 입니다.

 

둘째의 의기양양한 모습에 믿음도 안가고, 술김에 맥주내기 팔씨름을 하자고 제가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그랬더니 둘째는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목을 돌리고 손가락을 꺽으며 두두둑 소리를 내더군요..

 

그래서 둘은 마침 비어있는 옆테이블로 갔고, 막내가 심판을 보았습니다. 둘째 손을 잡았는데, "쏴"하는 전율이 전해오면서 '괜히 했나' 싶은 생각도 들고..., 생각보다 단단했습니다.


 우선 '둘째의 힘을 빼자'라는 작전으로 일단 버티기로 하였습니다. 둘째의 얼굴이 벌개지면서 용을 쓰는데, 평소에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저는 의외로 버틸 수 있었습니다.

 

한 10초가 흘렀나... 둘째가 힘이 빠지는 듯 보여, 제가 반격을 하기 위해 온 몸의 힘을 오른팔에 집중하고, 넘기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뻑" 하는 크고 짧은 소리가 들렸습니다.

 

우리는 서로 놀라 손을 풀고, 벌떡 일어났습니다.

 

바로 옆테이블에서 심판을 보고 있던 막내도 놀라 뛰어와서 두사람을 번갈아 보며, 괜찮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둘째가 팔꿈치에 좀 이상한 느낌이 있다고 하여, 우리 셋은 급히 택시를 잡아 타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정부병원이 10분내 거리에 있어, 도착하자마자, 응급환자로 접수하고, 기다렸습니다.

 

10분정도 기다렸더니, 간호사가 호출하였습니다. 간호사가 보호자인 저보고 상황설명을 해 보라고 하여, "팔씨름하다가 갑자기 '뚝' 하는 났는데, 내 생각에는 엘보가 틀어진 것 같다" 고 말했습니다. 간호사가 팔을 진찰하더니, "이두와 삼두근육이 있는 팔뼈가 똑 부러졌다"고 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믿질 않았습니다.

 

팔씨름을 하다가 팔뼈가 부러진 경우는 지금까지 듣도보도 못했었으니까요..

 

그런데, 간호사는 이런 일이 가끔씩 있어, 전혀 이상할 게 없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속으로 '홍콩사람들은 종종 부러지나보다' 생각했습니다. 간호사가 X-ray부터 찍자고 하여, 둘째만 영상실에 보내고, 셋째와 함께 졸면서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병원에 12시쯤 들어왔는데, 새벽 한시가 되니까, 결과가 나왔다고 3층으로 올라오라고 간호사가 말했습니다. 셋째와 부랴부랴 3층으로 가니 병실이었고, 둘째는 벌써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있었습니다.

 

간호사가 "내일 아침에 의사선생님이 오시면 환자를 보여줘야 하니 오늘은 입원을 시켜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믿기지도 않고, 황당했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둘째를 입원시키고, 셋째와 병원을 나왔습니다.


다음 날 아내에게 부탁하여 김밥을 싸서 아침 일찍 병원에 갔더니, 둘째는 팔을 움직이면 안된다고, 깁스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황당한 상황은 지나고, 둘째에게 미안한 생각과, 빨리 낫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장난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 특히 제수씨에게 미안했습니다.

 

그렇게 3일을 입원한 후, 퇴원하였는데, 2주 후에, 병원에서 수술을 해야 한다고 수술 날짜를 잡으러 나오라고 둘째에게 말했답니다.
 
 저는 수술까지 해야하는 것인지 궁금하여, 여기저기 알아봤더니, 뼈가 부러지면 다시 붙는데, 똑바로 붙지 않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수술을 하는 것이 맞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수술은 앞으로 2주후에 하기로 하였고, 다행히 그 퀸엘리자베스 병원이 이런 수술을 잘 한다고 하여 안심하였습니다. 한편으로는 보험도 없고, 홍콩 의료비가 많이 비싼데, 수술비도 걱정이었습니다. 내심, '그래도 도의적인 책임이 있으니 반은 대줘야지' 마음 먹었습니다.

 

둘째는 수술을 잘 받았고, 지금은 거의 정상인데, 그래도 팔뼈에 박은 철심은 아직 있습니다. 의사 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평생 뺄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이 일이 있고나서, 소문은 급속도로 퍼져, 홍콩은 물론 바로 옆 도시인 심천까지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팔이 부러진 게 맞냐",

 

 "그 사람이 정말 그렇게 힘이 세냐"

 

"내 평생 그런 소리는 처음 듣는다",

 

 "둘째가 아니라 석호가 부러졌겠지" 등등 여러가지 반응을 보이며, 제게 직접 확인전화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기야 그도 그럴것이 제 신상착의를 소개해 드렸지만, 삐적 말라 약골인 저이니, 항간의 오해가 충분히 짐작이 갔습니다.

 

제 힘이 장사일리는 없고, 아무래도 둘째의 뼈가 약하여 그렇게 된 것 같았습니다, 수술 후, 마침 제가 미국 출장이 있어, 돌아올 때, 칼슘 영양제를 사와 선물로 줬습니다.

 

 "둘째야, 이거 잘 챙겨먹고, 빨리 나아라..., 정말 미안하게 됐다.." 둘째는 "형님, 이제 술담배 끊을까봐..." 하더군요, 그러고는 둘째는 담배를 끊었고, 술은 꼭 마셔야 할 때만 어쩔 수 없이 마신다고 하였습니다.

 

그 후로는 절대 팔씨름을 안하는데, 그 이유는 제가 연약하여, 나이도 불혹을 훌쩍 넘겼는데, 제 팔이 부러질까하는 노파심에서입니다.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분들 중에 아마도 '팔씨름을 하다가 팔이 부러졌다는 소리는 처음이다' 라고 하시는 분들이 꽤 많으실 줄 믿습니다. 그러나 사실입니다. 힘을 맹신하지 마시고,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본인이 장본인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김석호 (홍함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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