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손정호 (홍함거주)
화려한 국제도시 홍콩은 여전히 한국인들에게 호기심과 선망의 땅입니다. 꼭 살고 싶진 않더라도 한번 쯤은 가보고 싶은 곳이죠. ‘홍콩에 산다’라는 말은 단순히 ‘외국에 거주한다’라는 뜻보다 훨씬 더 설레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진작 홍콩에 살고 있는 한인들의 속마음은 어떠할까요. 외국인으로서 홍콩에 거주하기 위한 댓가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평범한 한국 주택의 1/2, 또는 1/3 크기에도 불구하고 살인적인 집세는 많은 아낙네들의 가계부 쓰는 재미를 뚝 떨어뜨립니다.
이사갈 때 벽에 박은 못때문에 수리비를 청구받을까봐 내 집처럼 마음껏 꾸미지도 못합니다.
또한 만만치 않은 홍콩의 공교육에 도전하지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국제학교에 보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까운 싱가폴만 하더라도 일반 로컬학교에서 영어로 충분히 가르칠 수 있지만 이곳 홍콩 로컬학교는 광동어와 영어, 그리고 만다린까지 줄줄이 기다리고 있어 한국어 교육이 뒤로 밀릴 정도 입니다. 국제학교로 보내는 결단 뒤에는 아버지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집니다.
감기같은 간단한 질병에 걸려도 비싼 개인 병원을 갈 수 밖에 없죠. 무료인 공공병원에 가도 진료 대기시간만 최소 2~3시간을 기다려야 하니까요.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외 먹고 사는 모습은 한국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고 도리어 더욱 실용적인 소비로 재미있게 생활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홍콩에 사는 한인들의 모습을 두 가지로 압축하자면 ‘누리는 자’와 ‘버티는 자’라고 심심찮게 표현됩니다. 혹자는 주재원과 비주재원으로 표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집세와 학비를 회사로부터 보조받는지 여부일 겁니다. 모든 주재원이 가장 부담스런 집세와 학비를 동일하게 보조받는 건 아니니까요.
또한 주재원의 거주 기간은 2~4년 내외로 다시 홍콩을 떠나야 합니다. 홍콩이 좋아서 눌러앉는다면? 누리던 자에서 버티는 자로 바뀔 가능성이 높겠지요. 집세와 학비만 해결된다면? 제 아내는 로또에 맞은 것 처럼 방방뛰며 기뻐할 겁니다.
저 역시 집세와 학비에 헉헉대는 삶을 여러해 넘기면서, 홍콩에 새롭게 정착하는 분들께 질문을 받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활하시냐고요.
“누리거나 버티거나.” 저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한가지 덧붙입니다. “이런 스릴, 재밌습니다.”
홍콩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어느 정도 초탈한 심정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아마 10~20년 홍콩 생활하신 선배분들은 이미 초월하셨지요.
자녀가 장성하고 저도 나이가 들면 한국에 들어가거나 홍콩을 떠날지 모릅니다. 그때 쯤이면 홍콩에서의 스릴 넘치는 생활이 얼마나 저를 단련시켜주었을지 감사하게 될테지요.
홍콩의 대부분 한인들은 안정된 직장에 출퇴근만 하면 되는 삶이 아닐 겁니다.
비자를 연장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직장과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한국용병’으로서 계속해서 자신의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니까요.
무한경쟁 도시인 홍콩에서 ‘버티기’를 넘어 지갑과 시간을 쪼개어 ‘즐기기’까지 했다면 진심으로 격려의 박수를 치고 싶습니다.
저도 제가 운전하는 인생길이 아내와 자녀로부터 볼멘소리를 들을지언정 운전대를 잡고 있는 동안에는 이 스릴을 ‘즐기고’ 싶습니다.
* 교민 여러분의 삶을 함께 나누고 싶어 편집장인 제가 먼저 글을 게재해 봅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삶을 듣고, 나누는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자유형식으로 여러분의 마음을 담아 주세요. 수필이나 편지, 사진과 글 어떤 형식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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