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한자로 발행되는 빈과일보(Apple Daily) 2월 6일자에는, 지난해 5월 기내사고 후유증과 싸우다가 사고 발생 6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운의 케세이퍼시픽 승무원 ㅅ씨(영문이름 쏘냐)에 대한 내용이 실렸다.
홍콩에 살면서, 한국과 홍콩의 NGO를 연결하고 통역하는 일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다보니 이번 사건의 전말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는데, 홍콩에서 12년이나 살았던 우리 동포 쏘냐의 슬픔을 우리 교민들에게도 알리고자 쏘냐의 오빠를 통해 듣고, 기자회견 현장에서 알게 된 내용을 근거로 글을 쓴다.
지난 2월 5일, 케세이퍼시픽 노조는 승무원의 병가 사용을 불합리하게 제한하고 통제하고자 하는 회사의
에 노조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 및 세미나를 가졌다. 이 세미나에는 9명의 패널이 참석했는데 그 중의 한 명은 쏘냐의 오빠였다. 케세이퍼시픽 노조는 쏘냐의 사고에 대한 회사의 미흡한 대처방법과 그로 인한 쏘냐의 죽음에 대해서 증언하도록 그녀의 오빠에게 자리를 마련해준 것이다.
쏘냐의 오빠 ㅅ씨는 기자회견에서, 동생이 사고로 인한 후유증으로 자살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동생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4미터 높이의 벙크를 오르내려야 하는 케세이퍼시픽 승무원들의 기내 안전사고 위험성에 대한 회사의 조치에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ㅅ씨의 홍콩 체류 동안 김용재 외방선교회 신부님이 통역으로 수고하셨다.
[[1[[ 케세이퍼시픽(홍콩 민항기) 승무원이었던 쏘냐(1969년생)는 지난 2005년 11월 5일 미국에서 홍콩으로 회항 중이던 비행기 안에서 근무교대를 하고 휴식을 위해 4미터 높이의 취침 벙크로 올라가던 중 추락하여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에 빠졌다. 이송된 홍콩 병원에서 의식은 회복했지만, 뇌진탕과 허리 부상을 입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쏘냐는 후에 병가를 내고 부상에 대한 외과 치료를 받았지만 뇌진탕의 후유증으로 계속되는 심한 두통과 귀에서 윙윙거리는 귀울림 현상을 견디다 못해 우울증과 비행기 공포증을 앓게 되었다. 케세이퍼시픽 홍콩 지부에서 12년간 근무했지만, 1-2개월 이상 장기화되는 병가에 대한 회사의 압력과 우울증으로 인해 쏘냐는 2006년 3월 21일경 일차로 자살을 시도하였다.
그 이후 병가를 다시 내고 한국으로 돌아간 쏘냐는 빠른 회복을 위해 회사가 부담하는 치료 외에도 본인의 부담으로 한방치료 및 기 치료, 그리고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였고, 교회에도 열심히 나갔다고 한다. 하지만 2006년 5월 회사에서는 아직 완쾌되지 않은 쏘냐에게 병가가 오래 되고 있으니 홍콩으로 돌아와 회사가 제공하는 의사에게 건강상태에 대한 검진을 받으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을 받은 뒤 삼일동안 불면증에 시달리던 심씨는 비행기 공포증에도 불구하고 홍콩으로 돌아가기 위해 인천공항에 갔다가 결국 비행기를 타지 못한 채 좌절감과 우울증에 공항 부근의 한 호텔에서 5월 18일 자살했다.
사건 직후 쏘냐의 오빠(경남, 진주시)가 홍콩의 케세이퍼시픽 사무실을 찾았을 때 회사에서는 쏘냐 사고의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였으나, 사건 발생 8개월이 지나도록 보상에 대한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한편 홍콩 노동부의 고용인배상평가부서(ECAB)는 쏘냐 오빠인 ㅅ씨에게 보낸 1월 28일자 이메일에서, 쏘냐의 자살과 비행기 사고의 연관성을 증명하는 의료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며, 이에 대한 추가 보완이 없을 시에는 쏘냐의 외상에 관한 부분에만 근거해 배상문제를 판결하겠다는 내용을 보내왔다.
홍콩에서는 산업재해에 대한 보상처리는 노동부에 회사와 피해 노동자가 동시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노동부 보상과에서 이를 심사한 후 적정한 보상금액을 지불하도록 회사에 통보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회사는 이 결정에 불복할 수 있으며 피해 노동자 또한 보상금액이 부당하다고 판단할 때 노동부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한다.
쏘냐의 오빠 ㅅ씨는 지난 2월 7일 밤 아시아나 항공으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다. 언제라도 사건과 관련하여 비행기 좌석을 제공하겠다던 케세이퍼시픽은 ㅅ씨의 좌석 하나에도 인색했던 것이다.
쏘냐가 목숨을 끊기 전에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남긴 유서에는 6개월간의 사고후유증과 싸우는 일이 그녀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나날이었는지가 적혀있고,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절망감이 그녀를 얼마나 괴롭혔는지가 생생하게 적혀있다.
“앞으로도 영원히 비행기 자체를 못 타고 살게 될 것 같고 머리통증도 귀울림도 이런 식으로 살다간 영원히 헤어나지 못할 것 같아 차라리 여기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 밖에 없습니다.” 쏘냐의 유서 중 한 부분이다.
쏘냐의 슬픈 이야기를 여러 경로를 통해 알게 되면서, 그녀의 죽음이 비행기 사고와 연관성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쏘냐의 명복을 빈다.
김은주 eunjukem@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