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 끝에서 만나는 이국적 매력 튄문 (屯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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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 끝에서 만나는 이국적 매력 튄문 (屯門)

홍콩 지명 중 최초로 문헌에 기재 – 교통/무역의 요충지


튄문 (屯門 Tuen Mun)은 신계 북서쪽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홍콩의 지명 중 중국 역사 문헌에 최초로 등장하는 곳이 튄문이다. 

 

당나라 시기이니 지금으로부터 천 년도 더 됐다. ‘신당서·지리지(新唐書·地理志)’라는 문헌이다. 

 

참고로 역사서에 기재된 ‘홍콩’이라는 이름은 그로부터 훨씬 뒤인 명나라 때에나 처음 등장한다.


튄문은 주강 삼각지의 입구에 위치하여 외교 요충지의 역할을 하였다. 

 

당나라 초 튄문이 외교 통로로서의 중요도가 날로 커지자, 736년에 이르러 조정에서는 병력 2천 명을 주둔시킨다. 

 

튄문은 한자로 쓰면 ‘屯門’으로 우리 한자 발음은 ‘둔문’이다. 여기서 ‘둔’은 ‘진을 칠 둔’으로 ‘주둔(하다)’는 뜻이다. 

 

지명 이름 자체에서 군사적 중요성을 느끼게 한다.


송나라 이후부터는 주요 무역 해상 통로의 기능을 하였다. 

 

페르시아(현재의 이란), 아랍, 인도, 인도차이나 반도, 남양 군도에서 해로를 통해 중국과 무역을 하러 오는 경우 반드시 튄문에서 먼저 집결해야 했다. 

 

그리고나서 다시 북상하여 무역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국적 매력의 골드코스트


튄문은 지역적으로 홍콩 도심에서 뚝 떨어져 있지만 거주 인구는 적지 않다. 

 

홍콩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500,500명으로 홍콩 인구의 6.9%를 차지한다. 

 

홍콩 사람 100명 중 7명이 튄문에 살고 있는 셈이다. 한국 교민은 많지 않다. 

 

하지만 팬데믹 전, 주로 케세이 퍼시픽에서 근무하는 한국 승무원들 중 상당수가 공항과 인접한 튄문과 퉁청에 거주하였다. 

 

튄문을 찾은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내가 주재원 시절 가족과 방문한 것이 2000년대 중후반이었던 것 같다. 

 

당시 회사 선임자가 추천한 골드코스트 호텔에서 가족과 1박을 했다.

 

골드코스트 호텔.jpg

 

 

오래 전 골드코스트를 처음 방문했을 때의 인상은 상당히 이국적이었다. 

 

마치 유럽의 어느 해안 도시에 와 있는 느낌이었다. 

 

호텔 앞 잔잔히 펼쳐진 수면 위로 요트들이 정박해 있었고, 방파제를 감싼 주변의 해안 산책로는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그 골드코스트를 이번 주말에 다시 찾았다. 가물가물했던 기억이 두번째 방문으로 다소 선명해졌다. 

 

가족들과의 추억들도 되살아났다. 아들이 말도 안 떼었을 적 내 무릎에 앉아 숨 넘어가는 웃음 소리로 미끄럼틀을 함께 타던 기억은 지금도 또렸하다. 

 

골드코스트 호텔 야외 풀장.jpg

 

골드코스트 호텔 외부의 모습은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했지만 로비 안으로 들어서니 그간 손질을 많이 한 듯 깔끔했다. 

 

이 호텔의 특징은 바다를 끼고 있는 동남아 리조트를 연상시키 한다는 것이다. 

 

조식 식당이 호텔 수영장이 있는 외부와 연결된다. 또한 바로 인근 몇 발짝 걸어가면 골드코스트 해변이 펼쳐진다.

 

홍콩에서 휴양지 리조트 느낌으로 휴식을 즐기고 싶다면 시내에서도 멀찍이 떨어져 있는 이곳을 추천한다.

 

골드코스트 해변 식당.jpg



분위기 있는 해변 식당가, 저렴한 해산물의 삼생후이 어시장


인근에 위치한 식당가도 또다른 매력 포인트이다. 호텔 뒤에는 투숙객 전용 해안 산책길이 길게 뻗어 있다. 

 

골드코스트 호텔 뒤.jpg

 

그 길을 따라 조금 더 나아가면 아기자기하고 운치 있는 바닷가 식당가가 나타난다. 

 

처음 골드코스트 호텔에서 투숙했을 때에도 이곳에 와서 가족들과 식사를 했던 기억이 있다.


튄문을 간다고 하니 우리 학원의 한국어 수강생들이 삼생후이(Sam Shing Hui) 해산물 시장을 다녀오라고 한다.

 

삼생후이 해산물 시장.jpg

 

내가 튄문의 유명한 맛집을 소개해 달라고 하자 알려준 곳이다. 

 

사이쿵, 라마섬, 레이유문보다 저렴하게 해산물을 즐길 수 있다. 

 

사이쿵처럼 해산물을 고른 후 인근의 식당에서 요리를 부탁하는 시스템이다.


식사 후에는 집으로 향하려는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아 두는 곳이 있다. 시장 바로 옆으로 형성된 해안 산책로이다. 

 

삼생후이 옆 산책길.jpg

 

너무 길어 끝이 어딘지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방파제처럼 길게 놓여진 산책로는 바다를 양쪽으로 끼고 있다. 

 

저녁 식사 후 부른 배를 두드리며 시원한 바닷 바람과 함께 걷다보면 그 순간만큼은 세상 부러울 게 없을 듯했다. 


나는 이날 취재차 혼자 갔기에 눈요기만 하고 왔다. 

 

하나 머릿속에는 그럴듯한 계획이 하나 떠올랐다. 

 

아내가 한국에서 돌아오면 날 잡아 골드코스트에서 짧은 일정의 휴가를 보내는 것이다. 

 

숙박은 골드코스트 호텔로 정하고 이곳의 야외 수영장 및 바닷가 산책로를 이용한다. 

 

골드코스트 해안.jpg

 

식사는 위에서 소개한 해변 식당가와 삼생후이에서 즐기는 것이 주요 일정이다.  


골드코스트는 튄문 지하철 역에서 차로 약 20분이나 떨어져 있다. 

 

골드코스트에 바로 가려면 지하철보다 버스편을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삼생후이 해산물 식당가는 호텔에서 10분 거리로, 지하철역과 골드코스트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다.


이외에 튄문은 트래킹 코스도 매력적이다.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내는 저수지를 끼고 있으며 천도호(千島湖) 또한 튄문의 명승지이다. 

 

이름처럼 여러 섬들이 저수지 위에 떠 있어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튄문은 홍콩의 18개 행정 구역 중 하나로 꽤나 넓다. 

 

안에서는 도로 위의 지하철인 경전철이 운행된다. 

 

나는 이날 택시(튄문역=>골드코스트), 미니버스(골드코스트=>삼생후이), 경전철(삼생후이=>튄문역) 모두를 이용했다. 

 

지역이 도심에서 멀지만 지하철 튄마선이 뚫리며 교통은 편리해졌다. 

 

홍콩에 거주하는 동안 홍콩 끝에서 이국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튄문을 만나보도록 하자.


<참고 자료>

香港古代史新編, 蕭國健著, 中華書局, 2019

 

이승권 원장2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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