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20여 년을 거주하며 현지 연예인을 목격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한국에 살며 영화에서나 보던 스타들을 홍콩에 와서 직접 보게될 줄이야! 나의 짜릿한 경험들을 공유해 본다.

나의 주윤발 목격담은 예전 칼럼 ‘명암이 갈린 홍콩 최고 스타, 성룡VS주윤발’에서 언급된 바 있다. 내가 살던 타이쿠싱 해안 공원에서였다. 검은색 모자와 선글라스, 검은색 운동복 차림으로 맞은편에서 천천히 걸어 오고 있는 그의 모습은 바바리 코트를 걸쳤던 영웅본색의 주윤발이었다. 2주 연속 월요일 오후 5시가 좀 넘은 시간에 그와 마주쳤지만, 용기가 없어 사진 촬영 요청 할 수 없었다. 70대의 나이에 군살 없고 건강한 모습이었다. 당시 우리 학원에서도 그를 봤다는 수강생들의 목격담이 화제가 되었다.

어느 평일 오후. 코스웨이베이 리가든 로비를 가로질러 걷고 있었다. 소탈한 차림의 남자가 배낭 가방을 맨 채 나와 마주쳤다. 순간! 보고야 말았다, 그의 얼굴을. 양!조!위! 키170 될까말까한 크지 않은 신장에 너무나 소탈한 동네 아저씨 그 자체였다. 내가 홍콩에 거주하며 만났던 현지 스타들의 특징이 있다. 특별히 다른 이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지인들도 스타를 보면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반응인 듯하다. 이것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는 홍콩인들의 특징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양조위가 그렇게 맨얼굴의 동네 아저씨 차림으로 시내를 활보하고 다닐 줄은 몰랐다.

모델 출신 임달화는 80년대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홍콩 영화에 주연급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주로 경찰아니면 조폭이다. 나의 학원 생활은 2008년 JEI(재능교육)에서 시작되었다. JEI는 당시 코스웨이베이에서 규모가 큰 학원으로 운영 중이었다. 어느 날 훤칠하고 눈에 익은 남자가 카운터 직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임달화였다. 그는 유명 모델 아내인 기기 사이에서 어린 딸 하나를 두고 있었다. 딸을 그 학원에 보낸 것이었다. 얼마 후, 임달화는 개인 교습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며 5천불을 투척하고 갔다. 당시 한국영화 ‘도둑들’ 출연을 준비 중이었던 것이다. JEI에서는 나에게 수업을 부탁했지만, 그가 원하는 시간대와 안 맞아 눈물을 머금고 다른 교사에게 넘겼다. 그렇게 나는 홍콩 영화 엑스트라로 나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날렸다.
정확히 누구를 마중하기 위해 홍콩 공항에 갔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확실히 기억하는 것은, 어느 평일에 출국장으로 나오는 곽부성을 몇 미터 앞에서 봤다는 사실이다. 검은색 선글라스와 캐주얼 차림으로 홀로 나오는 순간. 누군가 그를 향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잠시 멈추며 포즈를 취해주었다. 사진이 몇 장 찍히고는 다시 자신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당시 곽부성에 대한 인상은 ‘키가 170cm만 넘었어도..’였다.

장백지를 목격한 것은 나의 주재원 생활 때였다. 다른 스타들을 길이나 공공장소에서 우연히 마주친 것과는 달리 장백지는 우리 사무소가 있던 코스웨이베이의 자페 로드에서 영화 촬영 중이었다. 키는 약 160cm의 작은 체구였으나 얼굴은 화면에서 보던 그대로 작고 예뻤다. 당시는 홍콩 연예계가 발칵 뒤집혔던 진관희 스캔들이 터지기 직전으로 장백지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기였다. 그의 영화 촬영 장면은 얼마 후 역시 코스웨이베이에서 한 번 더 목격되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촬영 중이었던 영화는 ‘최애여인구물광(내가 사랑하는 여인은 쇼핑광)’으로 2005년 개봉되었다.

40대 이하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알란 탐을 잘 모를 것이다. 하지만 80년대, 그의 인기는 한국에서도 대단했다. 영화 ‘지존무상’에서 보여준 유덕화와의 우정은 한국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를 본 것은 선전의 로후였다. 홍콩에서 열차를 타고 종착역 로후에 도착한 나는 차를 갈아타고 선전 시내로 향하려던 순간이었다. 골프 가방을 앞에 놓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의 얼굴이 차 창 밖을 통해 내 시선에 들어왔다. 오래 전, 나는 구룡의 서라벌 식당에서 한국인 지배인에게 중국어 개인 과외를 한 적이 있다. 그녀는 알란 탐의 광팬이었는데 어느 날 그가 식당에 와서 식사를 하더란다. 그녀가 엄청난 팬이라 말하니 알란 탐이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고.


홍콩 영화의 젊은 피라 각광 받던 여문락과 오언조. 그들도 이제 어느덧 40줄에 접어들었을 것이다. 여문락은 ‘무간도 2’에서 청년 시절 양조위 역을, 오언조는 성룡 주연의 ‘뉴 폴리스 스토리’에서 악역으로 나왔던 배우다. 여문락과 마주친 것은 내가 코스웨이베이의 HKU SPACE에서 한국어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어느 날 밤이었다. 그러고 보면 연예인 상시 출몰지는 코스웨이베이가 아닌가 싶다. 오언조는 틴하우 역 근처에서 잠시 뭔가를 사기 위해 봉고차에서 내리던 순간 내 시선에 포착되었다. 위에서 마주쳤던 다른 연예인들과는 달리, 당시 오언조는 메이크업을 한 상태였다.
앞으로 얼마나 더 홍콩에서 살게 될 지는 모르겠으나 어떤 스타를 우연히 만나게 될지 궁금하다. 연예인 만나는 게 뭔 대수냐 싶겠지만 이 또한 홍콩 생활의 소소한 재미와 이야깃거리 아니겠는가. 주윤발 봤다는 얘기는 지인들과 중국어 수업 때 30번 이상은 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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