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탐방기사] “예술도 시장이 된다”… 홍콩 소더비 메종에서 본 예술과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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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탐방기사] “예술도 시장이 된다”… 홍콩 소더비 메종에서 본 예술과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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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센트럴 거리를 걷다 보면 금융회사와 명품 매장이 이어진 화려한 거리를 쉽게 볼 수 있다. 그 사이에서 미술관 같은 분위기의 공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세계적인 경매 회사 소더비(Sotheby's)가 만든 소더비 메종(Sotheby's Maison)이다. 겉에서 보면 단순한 갤러리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실제로 수많은 예술 작품과 명품이 거래되는 세계적인 예술 시장의 한 부분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생각했던 경매장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사람들이 번호표를 들고 경쟁적으로 입찰하는 모습 대신, 조용한 전시 공간처럼 작품들이 놓여 있다. 회화 작품뿐만 아니라 시계, 보석, 디자인 가구 같은 다양한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고, 작품 옆에는 작가 설명과 함께 가격 정보도 적혀 있다. 이를 보며 실제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처음에는 그냥 미술 전시를 보듯 가볍게 둘러보려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작품 옆에 적힌 가격을 보는 순간 조금 놀라기도 했다. 평소 미술관에서 작품을 볼 때는 ‘이 작품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이 작품이 왜 이런 가격을 가지게 되었을까’라는 질문도 떠올랐다. 예술 작품이 감상의 대상인 동시에 경제적인 가치가 있는 자산이라는 사실을 더 분명하게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소더비 메종이 흥미로운 이유는 전통적인 경매장의 방식과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 경매장은 정해진 날짜에만 사람들이 모여서 입찰을 진행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평소에도 전시를 보듯 작품을 볼 수 있고,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바로 구매하거나 이후 경매에 참여할 수도 있다. 예술을 조금 더 일상적인 소비 경험으로 만들려는 시도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공간을 걷다 보니 미술관을 관람하는 느낌과 고급 쇼룸을 둘러보는 느낌이 동시에 들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런 공간이 만들어진 이유도 이해가 된다. 예술 경매 회사는 작품이 거래될 때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받는다. 작품 가격이 높을수록 수수료도 커지기 때문에, 고가 작품이 거래될수록 경매 회사의 수익도 커진다. 그래서 경매 회사들은 전 세계의 컬렉터와 투자자들이 모일 수 있는 도시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홍콩이 그 중심지 중 하나가 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홍콩에는 금융 자산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고, 중국 본토나 동남아시아에서 오는 컬렉터들도 접근하기 쉽다. 게다가 국제 금융 도시답게 자산 거래와 물류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고가의 예술 작품을 사고파는 데 유리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세계적인 경매 회사들이 홍콩을 아시아 시장의 거점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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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둘러보면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공간의 분위기였다. 이렇게 비싼 작품들이 있는 곳이라면 왠지 긴장되거나 엄숙한 분위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생각보다 차분하고 여유로운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작품 앞에 서서 천천히 감상하거나 설명을 읽어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 역시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늦추고 작품 하나하나를 더 오래 바라보게 되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이곳에 있는 작품들이 단순히 전시용이 아니라 실제로 누군가의 집이나 컬렉션으로 옮겨질 물건이라는 사실이었다. 지금은 조용히 전시되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도시의 누군가가 이 작품을 소유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작품을 보는 느낌이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마치 예술 작품이 세계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 예술 작품이 ‘투자 자산’으로도 많이 이야기된다는 점도 떠올랐다.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가격이 오를 가능성을 보고 작품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유명 작가의 작품이나 희귀한 작품은 시간이 지나면서 가격이 크게 오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에게 예술 작품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자산 포트폴리오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소더비 메종을 둘러보면서 느낀 건, 예술이 단순히 전시되는 문화 활동만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작품 한 점 뒤에는 작가, 컬렉터, 경매 회사, 투자자 같은 다양한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고, 그 안에서 하나의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작품을 바라보는 짧은 순간에도 그 뒤에 있는 복잡한 이야기와 가치가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홍콩의 높은 빌딩들 사이에서 이런 공간을 만난 건 꽤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금융 도시라고만 생각했던 홍콩에서 예술이 하나의 산업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단순한 갤러리라기보다, 예술과 경제가 실제로 만나는 현장에 더 가까운 공간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잠시나마 예술 시장의 한 장면을 직접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평소와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게 되는 경험이었다.


글/사진 박소정 학생기자 (KIS 학생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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