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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이 2009년부터 중국을 해킹해왔다고 폭로하면서 미•중 간 사이버 해킹을 둘러싼 갈등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 정부와 언론으로부터 파렴치한 국가로 비난받아온 중국으로서는 수세 국면에서 벗어날 기회를 잡았다. 미•중관계의 훼손을 우려해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침묵 모드를 이어가고 있으나 관영 매체들은 서서히 미국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스노든의 폭로가 나온 뒤 주펑 베이징대 교수는 "미국의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중국을 공격하는 신뢰성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스노든이 미국에 의한 중국 내 해킹을 폭로함에 따라 "중국도 해킹의 피해자"라는 중국 측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미국 CNN은 "스노든의 폭로는 중국 정부 관리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동안 중국발 해킹에 대한 미국의 공격은 매우 구체적이고 집요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5월 발간한 '2013년 중국 군사•안보 태세 보고서'에서 미국 기업과 연방정부 기관 등을 상대로 한 사이버 해킹의 주체로 중국 정부와 군을 직접 지목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 해커들이 아파치 헬기를 비롯한 미국 첨단 무기 설계도를 빼갔다며 미국 국방과학위원회의 기밀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 7~8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미국 재산에 대한 이런 직접적 절도 행위가 계속된다면 경제관계에서 매우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스노든의 폭로로 중국은 미국의 도덕성을 물고 늘어질 재료를 확보하게 된 셈이다. 리하이둥 중국외교학원 교수는 차이나데일리에 "미국은 중국을 사이버 스파이라고 비난해왔으나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미국의) 고삐 풀린 권력이었다"고 말했다.
미•중 양국은 사이버 보안 관련 이슈를 논의하기 위한 정례 고위급 회담을 다음달 열 것으로 전망돼왔다. 이번 파문으로 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될 것인지, 양국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 벌써 주목되고 있다. 스노든이 중국의 영향권인 홍콩을 떠나지 않고 미국과 싸우겠다고 밝힌 것도 미국으로서는 부담스럽다. 중국은 1국 2체제를 이유로 부담스러운 미국의 송환 요구를 피해가면서 대미관계에 스노든 카드를 적극 활용할 수도 있다.
환구시보는 13일 사설에서 "미국 여론은 스노든의 인도를 바라면서 홍콩의 자치권을 거론하고 있다"며 "미국과 홍콩이 인도조약을 맺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정보당국 관리는 뉴욕타임스에 "중국이 기업과 군사 비밀을 훔친 것과 미국이 테러리스트들을 추적하기 위해 감시활동을 벌인 것은 비교가능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미국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정부가 스노든의 신병 처리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제공할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인터넷 해킹의 최대 피해국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여러 차례 반복해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인터넷 안전 문제에서 이중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미국을 에둘러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