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취재기] ‘정확한 재현’에서 ‘진정한 예술’로… 르네 플레밍의 무대에서 답을 찾다

[학생 취재기] ‘정확한 재현’에서 ‘진정한 예술’로… 르네 플레밍의 무대에서 답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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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Renée Fleming)은 명실상부한 이 시대 최고의 연주자이다. 5회의 그래미 어워드 수상이라는 화려한 이력을 차치하더라도, 독보적인 음색과 깊이 있는 해석력은 전 세계 클래식 애호가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플레밍은 단순히 고전 아리아에 머무르는성악가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음악적 영토를 확장해 나가는 '살아있는 거장'이다.


작년 10월 홍콩 필하모닉(HK Phil)과의 협연으로 홍콩 문화센터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 르네 플레밍은 세계 최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해 냈다. 특히 이번 무대는 그녀의 그래미상 수상 앨범인 《Voice of Nature: The Anthropocene》을 바탕으로,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이 촬영한 아마존 열대우림을 통해 경이로운 대자연 영상이 스크린에 펼쳐지며 시청각을 동시에 압도하는 멀티미디어 콘서트로 꾸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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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날 공연에서의 레퍼토리는 정말 경이로웠다. 하이든의 <Te Deum>이나 모차르트의<Laud ate Dominum> 같은 정통 클래식에서는 플레밍의 완벽한 벨칸토 기반 테크닉이 빛을 발했다. 또한 평소 관심 있던 푸치니의 아리아 <O mio babbino caro(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라는 아리아를 직접 듣게 되어 감격스러웠다. 이 아리아는 20대 초반의 젊은 딸 '라우레타'가 아버지에게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애원하는 노래이다. 이 곡을 소화는 데에 정말 정교하고 풍부한 감성을 가져야한다. 

 

플레밍은 리릭 소프라노 특유의 풍성한 울림을 바탕으로 라우레타를 '깊은 감정을 지닌 성숙한 여인'에 가깝게 표현했다. 공기를 살짝 섞은 듯한 미성(mezza voce)을 사용하지만, 소리의 내면에 단단한 호흡의 압력이 받쳐주고 있어 울림의 깊이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플레밍은 음과 음 사이를 자르지 않고 하나의 거대한 강물처럼 연결하는 레가토 테크닉이 매우 정교하다. 특히 이 곡에서 감정이 고조될 때 음을 부드럽게 미끄러지 듯연결하는 '포르타멘토'를 감각적으로 사용하여, 아버지에 대한 애원 속에 숨겨진 드라마틱한 열망을 아주 고급스럽고 풍부하게 표현했다. 소리의 풍성함 자체로 관객을 압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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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난해하고 복잡한 현대 음악과 크로스오버 곡들을 소화해 낸순간이었다. 현대 음악은 고전 클래식에 비해 리듬이 불규칙하고 선율의 직관성이 떨어져 소프라노들에게 가장 까다로운 도전으로 꼽힌다. 하지만 플레밍은니코 뮬리(Nico Muhly)의 <Endless Space>와 같은 곡들을 자신만의 탄탄한 보컬 테크닉으로 완벽하게 해석해 냈다. 특히 아이슬란드 출신의 전위적인 팝 아티스트 뷔욕(Björk)의 현대적 트랙 <All is Full of Love>를 재해석하고, 성악가의고전 발성의 오랜 관습을 과감히 던져버리고, 비브라토를 극도로 절제한 직선적인 소리(straight tone)로 곡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살려냈다. 

 

그러면서도 고음역에서는 성악가 특유의 풍부한 두성 배음을 가볍게 얹어 마이크 너머로 천상(ethereal)의 울림을 전했다. 장르에 맞춰 자신의소리를 완벽하게 개조하고 디자인하는 그녀의 모습은, 음악의 해석에 대한 고민에 부딪혀 고민하던 성악 입시생인 나에게 '진정한 음악적 자유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내려주었다.


 이날 홍콩 공연은 단순한 ‘관람’ 이상의 거대한 음악적 영감이자 동기로 다가왔다.


성악 입시생들과 같이 종종 고득점을 받기 위한 ‘정확한 음정’, ‘단단한 고음’, '악보의 기계적 재현' 등 테크닉적인 성취에만 함몰되기 쉬웠다. 입시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나만의 소리’가 무엇인지 길을 잃고 지쳐갈 때쯤 마주한 르네 플레밍의 무대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녀가 보여준 무대는 단순한 가창이 아닌 예술 그 자체였다. 고전의 안락함에 안주하지 않고, 현대의 낯선 곡조차 완벽히 자신의 색깔과 테크닉으로 소화해 내는 플레밍의 모습은 진정한 아티스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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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의 본질에 맞춰 소리를 섬세하게 디자인하는 그녀의 탐구 정신은, 지친 입시 생활 속에서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순수한 열정을 다시 깨우기에충분했다. 입시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지금, 르네 플레밍이라는 거대한 이정표를 마주한 것은 축복이다. 그녀가 남긴 영감의 궤적을 가슴에 품고,이제 악보 너머의 진정한 음악을 노래하는 아티스트로 성장할 내일을 기대해 본다.


글/사진 박주얼 학생기자(KIS 학생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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