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경제칼럼] 열린 해협, 닫힌 시장 — 호르무즈 재개통과 그 이후 - 박완기 홍콩법정변호사

[홍콩경제칼럼] 열린 해협, 닫힌 시장 — 호르무즈 재개통과 그 이후 - 박완기 홍콩법정변호사

 

지난 한달간세편의칼럼을통해이지면은호르무즈봉쇄가글로벌공급망에어떻게지정학적리스크프리미엄을부과했는지, 그리고 200만달러통행료모델이왜법적으로나경제적으로성립될수없는지를분석했다.

 

극적인반전은지난금요일(4 17)에일어났다. 이란외무장관아라그치가해협은완전히개방됐다고선언한것이다. 시장은즉각반응했다. 브렌트유는하루만에 11% 폭락해배럴당 88달러로내려앉았고, 다우지수는사상최고치를경신했다. 그러나안도는짧았다. 불과 24시간뒤인토요일(4 18), 이란혁명수비대는해협재봉쇄를선언하며접근선박을공격했다. 해협의문이열리고다시닫히는데걸린시간은단하루였다.

 

이변동성이야말로우리가직면한현실의본질이다. 해협의문은단순히지정학적논리에의해움직이는것이아니라미·이란양국의냉혹한협상테이블위에서조율된다. 그리고그테이블은지금그어느때보다위태롭다.

 

합리적시장의함정

 

11%의유가하락을두고시장이현실을착각했다고치부할수는없다. 금융시장은현재가아닌확률가중미래를가격에선반영한다. 4 17일의폭락은사태의완전한해소가아니라전면전확전및영구봉쇄라는테일리스크(Tail risk)가소멸되었다는확률적재조정이었다. 시장은그나름의논리로합리적으로움직인셈이다.

 

문제는그합리성이새로운함정이된다는점이다. 테일리스크가가격에서사라지면시장은위험이완전히소멸하기전이미다음베팅으로넘어간다. 하지만공급망의물리적현실은시장의속도를따라가지못한다. 미국 U.S. Bank의분석에따르면호르무즈가완전히재개통되더라도중동발유조선이동북아항구에도달하는데는약 30일의물리적시간이추가로소요된다. 유가가하루만에폭락했다고해서다음달한국의에너지청구서가곧장가벼워지지는않는이유다. 우리는시장의합리성과공급망의물리성사이의이치명적시차를경계해야한다.

 

긴박했던 15일간의기록

 

사태의궤적을복기해보면상황은더욱냉정해진다.

  • 4 8: 파키스탄의중재로미·이란간 '2주간의인도적휴전' 성립.
  • 4 11~12: 이슬라마바드에서 21시간의마라톤협상이이어졌으나합의없이종료.
  • 4 13: 트럼프, 이란주요항구에대한해상봉쇄전격선언.
  • 4 17~18: 이란의해협재개통선언직후, 미국이봉쇄를풀지않자즉각재봉쇄감행. 인도국적 VLCC ‘산마르헤럴드호등에포격가함.
  • 4 20: 미해군, 이란화물선나포. 이란은이에대응해협상참여거부공식선언.

 

오늘(4 22) 2주간의휴전이공식만료되는날이다. 트럼프특사단(밴스·위트코프·쿠슈너)이이슬라마바드에도착했지만이란은여전히문을걸어잠그고있다. 호르무즈위기는여전히진행형이다.

 

구조적취약성: 분화되는아시아

 

협상의향방이어디로흐르든이미발생한균열은쉽게메워지지않는다. 이번위기를겪어내며아시아국가들사이의구조적분화는이미시작되었다. 중국은봉쇄기간중러시아·카자흐스탄파이프라인비중을높이며호르무즈의존도를낮추는구조재편을단행했다. 인도는서방의제재예외를활용해러시아산원유채널을유지하며리스크를분산했다. 두나라는위기속에서도에너지안보의포트폴리오를강화했다. 반면, 뚜렷한대체경로를확보하지못한한국과일본은상황의파도에고스란히노출된채휩쓸렸다.

 

에너지만의문제도아니다. 전세계질소비료의 50% 이상이호르무즈서쪽에서생산된다. 유가가일시적으로내려가더라도비료공급망이정상화되기까지아시아의식탁물가는한동안고공행진을이어갈가능성이크다. IMF는에너지충격이장기화될경우글로벌성장률이 2%대까지추락할수있다고경고했다.

 

뉴스뒤에숨은본질을보자

 

오늘휴전이만료된다. 해협은다시닫혔고협상테이블은비어있다. 우리는매일아침전해지는해협의개방과봉쇄라는단기적인뉴스에일희일비해서는안된다. 이번위기가드러낸본질은단일해협에과도하게의존하고있는아시아에너지안보의뼈아픈취약성이다.

 

특정정치일정이나협상결과에따라처방을달리하는임시방편의시대는끝났다. 이제는무역경로의근본적인다변화와공급망의체질개선이라는구조적결단이필요하다. 닫힌해협보다더위험한것은위기를겪고도아무런구조적변화를꾀하지않는우리의안일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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