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인 이상, 친구 미만(他人以上,朋友未满)’. 요즘 중국 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이 표현이 하나의 소비 현상을 낳았다. ‘다즈 (搭子)’는 원래 마작 게임에서 함께 패를 맞추는 파트너를 의미하던 표현에서 출발해, 지금은 ‘특정 목적을 위해 가볍게 연결되는 일시적 동행자’ 를 가리키는 신유행어로 쓰인다. 깊은 우정도, 완전한 낯섦도 아닌 ‘지금 이 순간, 이 활동만 함께하는 관계’다.
2023년부터 이 다즈 문화가 본격적으로 소비 시장과 결합 하면서 ‘다즈 경제(搭子經濟)’가 탄생했다. 코로나 이후 관계 피로감이 높아진 Z세대를 중심으로, ‘밥 친구’, ‘여행 같이 갈 사람’을 찾는 게시글이 샤오홍수·더우반 등 SNS에 쏟아지며 식사·여행·운동 등 여가 영역에서 시작된 새로운 관계 소비 방식이다. 2026년 현재, 다즈 경제는 한층 진화했다. 초기의 자발적·비공식적 동행 문화에서 나아가, 플랫폼과 브랜드가 동행 매칭·커뮤니티·체험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서비스화하고 있다. 병원동행·가정 돌봄 등 실생활 영역으로까지 확장되며 일상 전반으로 스며들고 있다. 다즈가 ‘동네 친구와 자발적으로 어울리는 느낌’이라면, 이렇게 제도화·전문화된 형태는 ‘전문 코디네이터를 고용하는 동반 서비스’로 구분된다.
다즈 문화의 씨앗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공통 취미를 가진 사람끼리 모이는 더우반(豆瓣) 커뮤니티, SNS 기반 동호회 등에서 목적형 동행은 이미 존재했다. 그러나 ‘소비 현상’으로 폭발한건 2023년이다. 코로나 봉쇄가 풀리며 외출·여행·문화 활동 수요가 한꺼번에 분출됐고, ‘혼자 가기엔 심심하고, 친구 사귀기엔 피곤한’ Z세대와 도시 직장인을 중심으로 다즈 게시글이 SNS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2023년의 다즈는 철저히 여가형이었다. 식사·영화·카페·운동처럼 ‘함께하면 더 즐거운’ 활동 위주였고, 관계는 그 활동이 끝나는 순간 자연스럽게 마무리됐다. 가볍고 효율적이며 부담없는 이 구조가 개인 시간과 자율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도시 소비자 성향과 딱 맞아떨어졌다. 이에 반해 2026년의 다즈는 생활 전반으로 스며들었다. 단순 여가를 넘어 삶의 실질적인 불편을 해소하는 ‘서비스형 다즈’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 핵심 변화다. 유형도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 여가·취미형(초기부터 이어온 영역): 식사 동행, 여행 동행,운동 파트너, 영화 동행, 카페 동행
· 생활 밀착·서비스형(2026년 성장 축): 병원 동행, 약국 동행, 가정 간호
특히 생활 밀착형의 부상은 단순한 유행의 확산이 아니다. 1인 가구가 일상에서 실제로 겪는 불편을 해결하는 실용적 수요가 시장을 만들고 있다.예를 들면 혼자 병원에 가서 의사 설명을 이해하기 어렵거나, 수술 후 귀가를 도와줄 사람이 없거나 할 때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즉, 다즈 경제가 ‘같이 놀자’에서 ‘같이 살아가자’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다즈 경제와 동반 서비스 시장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다. 1인 가구 25% 시대라는 구조적 변화, Z세대의 소비 패턴 전환, 그리고 국가 정책의 제도화가 맞물리며 만들어낸 장기 트렌드다. 중국 동반 서비스 시장은 2025년까지 500억 위안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특히 병원 동행·가정 돌봄 등 서비스형 동반 영역은 아직 주요 플레이어가 정해지지 않은 블루오션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 기업의 조기 진입 여지가 충분한 이유다. 한국 기업이 이 시장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중국 Z세대는 건강기능식품 검색·구매량이 30~40대를 능가할 정도로 건강 소비에 적극적이며, 운동 동행·건강 식사 동행등 웰니스형 다즈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K-뷰티· 건강기능식품·의료기기 분야에서 중국 소비자에게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한국 의료기기·건강 식품 브랜드는 병원 동행 서비스 플랫폼과의 협약, 건강 검진 동반 프로그램 연계 등을 통해 서비스 소비와 제품 소비를 동시에 공략할 수 있다.
중국 소비자는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탐색하고 구매를 결정한다. 샤오홍슈의 경우 이용자 후기와 동행 매칭 기능이 결합되면서 브랜드 신뢰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순 광고 집행보다 Z세대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공유할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를 설계해 플랫폼 커뮤니티 안으로 들어가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한국 건강 간식 같이 먹어보기’, ‘한국 뷰티제품 같이 써보기’ 같은 다즈 콘셉트의 콘텐츠는 브랜드 인지도와 동행 문화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다즈 소비자는 혼자 살지만 식사·운동·병원 이용 등 다양한 활동을 타인과 함께하는 경향이 있다. 제품 역시 ‘혼자 사용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함께 사용하는 상황’을 고려한 기획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1인용 제품에 2인 세트 구성을 추가하거나, 병원 동행 서비스와 연계한 건강용품 패키지를 출시하는 방식이다. ‘혼자 살지만 함께 소비하는’ 새로운 소비 방식에 가장 자연스럽게 맞닿는 접근이다.
Z세대는 경험을 소비한 뒤 SNS에 공유하는 과정 자체를 소비의 일부로 여긴다. 팝업 이벤트·커뮤니티 콜라보·체험 프로그램은 단순한 홍보 수단이 아니라 Z세대가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게 만드는 장치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동시에 다즈 문화와 브랜드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중국 동반 서비스 시장은 의료기기·건강 식품·여행 용품 등 분야의 한국 기업에게 경쟁이 비교적 적은 진입 기회를 제공한다. 이 시장이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혼자 살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곁에 누군가가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이 니즈를 가장 먼저, 가장 자연스럽게 채우는 브랜드가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 플랫폼 생태계를 이해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융합하며, Z세대의 소비 코드에 맞는 전략을 지금부터 준비하는 기업이 중국 내수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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